유발 하라리의 도서 <사피엔스>리뷰,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600페이지에 이르는 두터운 분량이지만 이 한 권에 인류전체를 꿰뚫어보는 역사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너무 짧은 분량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안에 그 모든 방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그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경이로움 그 자체다. 내용을 볼수록 그 화제 속으로 빠져들다 보니 ‘마지막 그의 결론은 무엇일까. 어떤 혜안을 제시할까’ 몹시 궁금해졌다.
의외로 결론은 간단했다.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 즈음 바로 그 다음 문장에 만일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라고 경고를 남기고 있다.
‘아~, 나는 그 만큼 고민을 못해본 놈이구나’라는 자책을 해야만 했다. 그러니 나는 오늘 하루내 이 문장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외쳐야만 했다. 처음에는 이 질문이 잘못 해석된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유대어는 해석할 수 없으니 적어도 영어 원문은 한 번 보고 싶었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라니.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도 아니고,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도 아니라니.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복문인가?
해석의 오류는 아닐까 한참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그런데 수없이 유식한 독자들이 서평을 남겨뒀는데 괜스레 볼품없는 생각을 남겨 부끄러움이 당하지 않을까 우려해서 보고 또 봤던 것이다. 어떤 이는 이 말에 전율을 느꼈다고 하던데, 나는 전혀 그런 감흥조차 없이 해석의 오류를 생각했으니 나란 인간의 생각의 깊이는 그리 깊이가 없던 것일까. 저자의 경고처럼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민해봐야겠다. 달리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겠는가. 결론은 우리 사피엔스 각자에게 달려 있다. 아니면 인간을 숙주로 이용하고 있는 DNA에게 물어봐야 하는가.
내 나름대로 해석하기에는 나약한 인간이 강렬해지기 위해 신념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신을 창조하고, 신을 대적하고, 이제는 신이 되길 꿈꾸는 세상에서 앞으로 인류가 어디까지 나아가고 싶은지 인간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나름대로 해석해봤다.
이런 질문은 급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 인터넷, 무인 운송 수단, 3차원 인쇄, 나노 기술)의 기술 혁신을 인간이 어떻게 이용하고 싶은지, 그것으로 무엇을 원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것인지 질문을 제대로 던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글을 읽다가 보면 그에게 반박하고 싶은 독자들도 꽤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그의 논리를 읽어나간다면 놀랍도록 깊은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어찌 마흔 살도 안 되던 나이에 이런 글을 쓸 수가 있단 말인가. 오호통재라~
저자의 마지막 문장에 한참을 그렇게 헤매다가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오니 그 해답이 보인다.
“나는 이 책이 독자 스스로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또한 이 같은 이해 덕분에 생명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저자 서문, p8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데 개별 국가들은 부자와 빈자로 나뉘어 보이지 않는 계급투쟁중이다. 현대는 과거에 비할 바 없이 평등해졌지만 전혀 평등하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각 개인의 빈부차이는 단지 부의 많고 적음 정도의 차이일 뿐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는 유전적으로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그러니까 히틀러가 그토록 꿈꾸던 우성인자만이 대우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지금의 사피엔스보다 더 뛰어난 유전자를 만들어 내게 된다면 빈자는 그러한 혜택조차 누릴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거란 저자의 냉엄한 경고다.
“우리가 직면한 주된 문제들 역시 글로벌한 성격을 띠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급격히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직업시장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대체하고 대부분의 인간이 경제적으로 쓸모가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이오기술의 혁신 덕분에 인간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지고, 가난한 자와 부자 간에 진정한 생물학적 격차가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모든 인간이 직시할 필요가 있는 질문이며, 이를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저자 서문, p9
저자는 이 책을 2015년도 저술했지만 우리 한국의 현재 상황까지도 정확하게 맥락을 짚어내지 않나 싶어 섬뜩할 정도다. 우리의 경제적 부와 기술은 진보했지만 전혀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북한과의 차이는 이미 현격하게 벌어졌지만 문제는 한국 내에서 헬조선을 외칠 정도로 한국 정치에 냉소를 뿜으며 불행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행복도에 대한 조사에서도 멕시코, 콜롬비아, 태국 등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나라보다 뒤쳐져 있다. 이는 가장 널리 통용되는 역사 법칙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1945년 한반도 남쪽과 북쪽의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기술은 정확히 똑같았다. 하지만 오늘날 남북하느이 기술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동일한 언어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동일한 민족 사람들이 거의 비슷한 기술을 사용해서 완전히 다른 사회를 건설한 것이다.”
-저자 서문, p10
대한민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혼란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커리어코치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으며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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