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현재 사관학교에 다니고 있는 1학년 학생입니다. 요즘 부쩍 회의감이 많이 드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더 심해져서 이렇게 상담 드립니다.
제가 사관학교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고3때 였습니다. 입시 도중 알게 되었는데 여러 혜택과 졸업 후의 취업보장 그리고 멋진 제복 등의 장점만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기초군사 훈련을 들어오고 나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갈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재수할 용기도 안 났고 그래도 졸업하고 취업보장 되니까 참고 다니자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았구요.
그런데 요즘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매우 심하게 듭니다. 그 이유가 단지 밖에 있는 친구들은 맘껏 노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여기서도 학과 공부를 하는데 일반 대학생들처럼 학점을 잘 챙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과락만 면하자는 생각으로 듣고 수업 중에 잠만 자고 수업 방식 또한 고등학교 때와 다를 게 전혀 없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대학교의 수업 방식은 이게 아니었거든요 일반 대학교처럼 토론, 논문 또는 리포트 작성 등으로 날도 새보고 팀플도 해보고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전문적으로 진짜 사고를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을 원했는데 여기서는 그냥 주입식에 철학, 대학 작문 이런 것도 암기식입니다. 그 외에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재수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자니 학비 안 들어간다고 효자라고 기뻐하시던 부모님 생각도 나고 만약 실패하면 저는 상관없지만 좌절하고 실망하실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니 정말 망설여집니다. 그리고 또 제가 충동적으로 결정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확실한 것은 이 생활이 저한테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질문 드리겠습니다.
1. 위의 상황에서 제가 학교를 나가 재수를 하는 게 맞을까요?
2. 몇몇 분들은 제가 여기에만 있다 보니 바깥 세상의 험난함을 모른다면서 등록금, 취업문제는 어떻게 할 꺼냐고 그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라고 하시는데 그게 정말 많이 어렵나요?
3. 재수해서 대학교에 가면 법, 행정 쪽으로 공부하고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취득해 그쪽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도 해보고 싶고요. 이처럼 딱 뭐를 해야 겠다는 명확한 장래희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법, 행정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인데 이 상태로 나가도 후회하지 않을까요?(아는 교수님은 대학 졸업하고 뭐할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면 나가서 100%후회한다고 하시는데 지금 명확히 정할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서요ㅜㅜ)
답변:
한 번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그 마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들기 마련이라 고민이 많으시겠군요.
불편한 마음을 감수하고 계속 학교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데요. 어떤 경우에는 그런 불편함도 참고 감수해야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과감하게 그 불편함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쪽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불편함을 감수하고 참고 견디는 것을 선택했다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배움을 구해야만 합니다. 만일 밖으로 뛰쳐나왔다면 처음에는 해방감에 즐거울 수 있겠지만 곧 차가운 현실이 다가와 힘들게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이 역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살아가면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 괴로운 것은 표면적으로는 사관학교의 보수적인 제도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교수진들이 기존의 군장교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어 교육이 외부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 그 자체에 대한 시스템이 아주 오랫동안 변함없이 흘러왔기에 현시대로 봐서는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면이 분명 있을 겁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은데 그런 욕구를 채울 수 없으니 괴로운 것이죠.
또 한편으로 괴로운 것은 자신의 자율성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본능이 있는데요. 그런 본능이 사실상 박탈에 가까울 정도의 상태라 더더욱 압박감을 받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 함몰되어 의지력을 잃어버리고 흐르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상황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이 수없는 실험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평범한 독일인들이 어떻게 나치의 대학살극에 동조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밀그램 실험도 그렇고, 죄수와 간수의 역할극을 통해서 누구나 악한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스탠포드대학 심리학과 짐바르도 교수의 실험도 그런 사실을 입증했죠.
그러나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조차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자율적인 의지력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밀그램 실험의 경우에도 65%의 사람들은 상황에 휘둘렸지만 35%의 사람들은 그런 상황의 논리를 거부했다는 겁니다.
빅터 프랭클이라는 심리학자는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에 감금되어 자신이 평생을 일궈온 논문과 모든 자료들을 다 압수당하고 완벽하게 자유를 박탈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용소에서 연구를 지속합니다. 컴퓨터도 없고, 메모장도 없고, 필기구도 없지만 오로지 그 자신의 마음속으로만 자신의 연구를 지속합니다. ‘왜 인간은 이런 일들을 벌이는 것일까? 무엇이 사람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했죠. 결국 그는 ‘의미 치료의 창시자’가 됩니다.
그러니 만일 학업을 지속하기로 결심한다면 주변 친구들에게 휩쓸리는 생활을 해서는 안 됩니다. 옆에서 자거나, 수업이 재미없거나, 억압적인 환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해야 될 일을 스스로 정해서 그 일을 꾸준하게 해나가야 합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책 읽기와 글쓰기입니다. 젊은 날에는 무엇보다도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이런 고뇌를 많이 하는 청년들이 군에 더 오랫동안 남아서 군개혁과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러나 만일 사회로 나오겠다는 선택을 한다면 그 결과는 분명 혹독할 겁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 각오는 해야죠. 모든 도전에는 그에 뒤따르는 책임이 있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막상 새로운 대학을 다녀도 그 대학교 생활 역시도 자율성은 많아졌으나 여전히 지루하고 재미없고 별다른 차이가 없는 생활에다 스펙경쟁으로 내몰린듯한 압박감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클 겁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 대학생들의 현실입니다. 슬프지만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그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찾고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그런 불리한 상황에 휘둘려 인생을 그저 그렇게 보내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역시 여기에서도 상황에 휘둘리는 비주도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있고,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학교에서 머무르던, 학교를 뛰쳐나와 생활하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도하지 못한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현재는 두 가지의 대안만을 고려하고 계신데요. 사실 인생에는 수많은 대안이 존재합니다. 다른 대안들도 고려해보세요. 예를 들어 사관학교를 2학년까지 열심히 주도적으로 다니고 그 동안에 편입준비를 해서 다른 대학으로 편입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니는 동안 로스쿨을 다니는 방법을 고려해본다든지, 아니면 석, 박사를 취득해 이후 중년 이후에 사회로 진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 직업군인으로 채워야 할 군복무기간만 채우고 나오는 방식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대안입니다.
국회의원 보좌관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국회의원 보좌관을 왜 하시려고요? 이 일 역시도 볼품 없는 자리입니다. 어쩌면 사관학교보다도 더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르 게 바라보가, 다르게 생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그럴 마음이 있다면 차라리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져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꿈을 조금 더 크게 가지고, 더 멀리 내다보고 살아가시길 권합니다.
일단 현실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현재 조건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려해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항상 현실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오로지 나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바로 잡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으신다면 분명 좋은 결실 맺으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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