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30세가 된 여자입니다.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에 있고요.
우선 저는 24세에 대학교 졸업 후 임용고시를 2년 넘게 준비하다가 3년차 되던 해에 티오가 없어 시험을 보지 못한채 임용고시를 접어야 했습니다. 소수인원을 뽑는 직렬이라 티오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결국 마지막 준비하던 해에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고, 더 이상 임용준비만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돼 그때부터 구직 자리를 알아보던 중 공공기관에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7세 되던 해였고요.
졸업 후 약 3년 공백기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던 터라 계약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처음에는 감사해하며 일을 했고, 일하면서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계약직이라는 신분에서 오는 고용불안(2년 뒤 계약해지), 100만원 조금 넘는 임금을 받고 앞으로 계속 생활하는 것은 힘들겠다는 생각 등 항상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불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말 계약해지가 되어 현재는 백수상태입니다. 일을 그만두기 전부터 새로운 계약직 자리를 알아봐야 하나 아니면 공무원 공부를 시작해야하나 막연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확실한 선택을 하지 못한채 일단 실업급여를 받으며 공무원 공부를 1월부터 진행시켜 나갔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우려는 하시지만 큰 반대는 없으시고, 저도 수험비용이나 시간적으로도 큰 장애가 없어 공부를 할 여건이 되는데 문제는 제 마음가짐입니다.
사실 공부 시작할 때부터 막연한 미래, 불안한 마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등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시작한 공부가 아니어서 그런지 순간순간마다 많이 흔들립니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계약직 일을 하면서 나도 저 위치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으며, 지금 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에 준비하지 않고 계약직생활을 다시 시작하면 계속 계약직 생활에 머물 것 같다는 생각에 (제가 했던 계약직 일과 준비하려는 공무원 시험 둘다 전공과 관련 있습니다)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엄청난 공부량, 늦은 나이에 무모한 도전이 아닌가, 주변의 시선 등으로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1~2년 준비했는데 안 되면 그땐 어떡하나, 지금이라도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나, 더군다나 요즘 친구들의 결혼소식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니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면서 독서실에 공부도 집중도 안 되고 불안증세가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요 몇주 동안 공부는 하지 못하고 집에서 멍하게 보내는 시간도 많고, 어떡해야하나 고민을 하고있습니다.
주변에 상담을 해봐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든지, 혹은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후회가 덜 되는 쪽으로 택하라라는 조언들을 주로 하는데요. 제 마음은 공부를 해서 공무원이 됐으면 하지만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 차라리 계약직이라도 친구들처럼 결혼이라도 했으면 덜 불안했을까? 무엇보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어영부영 몇 년을 보내는 것은 아닐지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벌써 서른 중반이 지나고 있는데 제가 일을 관두고 5개월 동안 뭘 한것인지와 더불어 지난날에 대한 자책과 후회만 계속 반복하게 되네요.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만 자꾸 불안감이 밀려와 집중이 잘 되지 않는데... 이러다 보니 우왕좌왕한 상황입니다. 공부를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겁먹고, 주변 상황에 쉽게 흔들리고,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걱정됩니다.
그리고 나이에 대한 압박감이 자꾸 생겨나고 늦은 것 같다는 생각에 쉽사리 도전도 포기도 안 되는데...
결정은 어디까지나 제 몫이나 선생님의 조언을 좀 듣고 싶어서 이렇게 상담메일을 보냅니다.
답변:
참,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바라볼 때는 그 해답이 쉬워 보이는데요. 막상 자기 문제를 들여다보면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은 그만큼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주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겠죠.
이런 말씀을 먼저 드린 이유는 저 역시도 함부로 쉽게 말을 하지 않나 하는 우려감 때문입니다. 사실은 ‘왜 미리 준비하지 않으셨는지요?’라고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왜 계약직으로 있을 때 새로운 일자리 준비를 미리하지 않으셨는지요?, 왜 2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셨는지요?’라고 묻고 싶은 겁니다.
하지만 그게 제 자신의 인생이 아니기에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다는 거겠죠. 본인은 분명 그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황을 본인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삶이 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과 마찬가지로 지금이라도 미래를 준비를 해나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몇 년이 흘러서 또 비슷한 상황을 맞아 후회하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다소 늦은 부분은 있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치열하게 준비해야만 합니다. 평소에 학업성적도 좋았고, 시험에 자신이 있었다면 공무원 시험에 죽도록 한 번 매달려보세요. 객관적으로 스스로 평가해보세요. 하지만 만일 그런 시험 재능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경험으로 배워나가야 합니다.
가장 큰 배움은 일이죠. 일을 시작하며 배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다만 나이에 비해 또래들 보다 경력도 작고, 경험도 부족하고, 특정 직무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도 부족하고, 비즈니스 중심의 학습을 해오지 못한 터에 분명 그럴듯한 직장이나 직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자신에게 꼭 맞는 직장이나 직업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물론 그럴 필요도 있습니다. 만일 그러려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비즈니스 중심의 실무 지식 습득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그러나 저는 낮은 자세에서 일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에는 보수도 낮고, 근무환경도 열악하고, 별 볼일 없는 직무에, 그것도 불안정한 계약조건으로 직장생활을 해야만 한다는 것에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현실을 만든 것은 외부적인 환경 탓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하게 나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만 합니다. 외부 탓으로 돌리면 당장에 마음은 편할 수 있으나 내 삶에서 뒤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더 상황은 악화될 뿐이죠. 그러나 그런 상황에 배경에 자신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당장에는 너무 불편하고 괴롭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분명 개선되어 나갈 겁니다.
시간은 금방 갑니다. 그래서 오늘 현재에 놓인 상황만 바라보지 말고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오늘 하루하루를 보다 의미 있게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뒤따라야만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본인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할까 말까라고 고민을 의뢰해오셨지만 제가 볼 때 지금의 문제는 공무원 시험을 계속하느냐 아니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태도의 문제입니다. 나 자신의 태도를 들여다보세요. 나를 바로 잡으면 다른 상황들도 반드시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굳건하게 다지고 준비해야만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부디 강건하게 다시 일어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커리어코치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으며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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