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대 후반의 여자입니다.
정말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요.
어디에도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항상 혼자만 끙끙 알아왔어요. 하지만 저 혼자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기에 고민과 생각 끝에 조언을 구하고자 용기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부디 저에게도 무릎팍도사님이 되어주세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두서없는 글이어도 이해해주세요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셨습니다. 말은 맞벌이지만 엄마가 돈을 버시고 아빠는 사업실패로 일을 그만두고 거의 다단계 같은 사업을 하면서 흥청망청 사셨죠. 술도 많이 드시고 여자문제, 도박, 폭력 등등 덕분에 부모님은 항상 사이가 안 좋으셨고, 저는 사춘기에 들어서며 늘 가족과 멀리하고 방황하며 지냈어요.
그러다가 가족으로부터 도피하는 식으로 저는 홀로 유학을 갔습니다. 제가 유학간 뒤 엄마는 아빠가 집 재산 거의를 다 날린걸 알게 되고 두 분은 이혼을 하셨어요. 재산은 거의 다 없어지고 저는 유학중도포기를 해야 했지만, 엄마가 새 아빠를 만나 함께 살게 되었고 새 아빠의 도움으로 전 무사히 대학교까지 졸업을 할 수 있었어요. 친아빠는 그 사실은 모르고 있고요..
여기까지가 제 가정사이고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결혼식 땜에 문제입니다. 결혼식에 부모님이 오셔야하는데 저에겐 아빠가 두 분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연히 친아빠가 오시는 게 맞겠지만, 새 아빠가 학비도 대주셨고 제 결혼식에도 도움주시고 엄마는 당연히 새 아빠랑 오는 걸로 생각하구 있구요. 엄마는 만약에 친아빠가 결혼식에 온다면 당신도 결혼식에 참석 안 한다고 했어요.
그렇다고 친아빠한테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아직 결혼한다는 얘기는 친아빠한테 못했어요. 제가 직장 다니면서 돈벌어다주길 바라시는듯한데 저는 결혼해서 공부를 더 할 생각이거든요. 근데 제가 결혼한다하면 별로 안 좋아하실 거 같아요.
친아빠는 마치 제 유학비 땜에 지금 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좀 있거든요...(저번에 저한테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만약 새 아빠 얘기랑 결혼 얘기 등등 이 모든 걸 다 친아빠에게 말한다면 다혈질인 친아빠가 무슨 일이든 저지를 꺼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드네요.)
엄마는 늘 제 선택을 존중해주시구요. 아무튼 친아빠는 새 아빠의 존재도 모르고 아직 제가 결혼한다는 것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몰래 할 수도 없고 그치만 또 새 아빠는 정말 좋은 분이시고 저랑 친아빠랑 가끔 연락한다는 것도 모르시고 금전적으로 제 학비랑 결혼식 등등 다 도움주셨는데 결혼식에 참석 못하게 하면 정말 섭섭해 하시고 엄마도 난감해 하실 꺼에요.
정말 부모님 없이 결혼 할 수도 없고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네요. 그리고 정말 마음 아픈 건... 제 친아빠... 정말 밉지만 불쌍하네요.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지금은 너무 약해지셨어요.
그리고 혼자 사시는 것도 안쓰럽고 마땅한 직업이 있으신 것도 아니고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작은 전세방에서 혼자사시고.. 그렇다고 제가 지금 돈을 벌어서 도와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나 혼자만 행복하려고 가족에게 이기적이게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도해요. 각자 자기 인생을 사는 거잖아요. 지금 현재의 내 상황은 내가 과거에 했던 행동의 결과잖아요.
비록 슬픈 가정사를 가진 저였지만 밝고 긍정적 이려고 노력하며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지금껏 그리고 지금도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치만 제 친아빠는 과거를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그렇게 살고 계신 거 같아요. 그러니까 이제와 제가 제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빠를 도울 순 없는 거 같아요.
이런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 자식으로써의 도리는 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도 들고
정말 제 문제의 답이 있을까 의문이에요.
답변: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답이 있을까요? 없다고요. 아닙니다. 있습니다. 물론 콕 짚어 어떤 것을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 정답이라는 것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는 참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지요. 어쩌면 지금도 그렇지 않은 상황인가 싶습니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원칙을 지키면 정답에 가까운 해답이 보입니다.
문의주신 분은 지금 현재 서로 상반되는 양가감정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요. 나 자신의 미래를 챙겨야 한다는 개인적 욕구와 더불어 불쌍하게 살아가는 아빠를 자식 된 도리로 돌아봐야 한다는 욕구가 공존하는 거죠.
일단 친아빠가 지금 현재 친권자로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마음의 짐이 다를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친권자가 아니라면 마음의 부담은 덜 하겠죠. 하지만 친권자라고 하더라도 친권자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다하지 못했다면 아빠로서의 자격을 주장하기 힘들죠.
저는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식이 아빠의 인생을 대신 살 수는 없는 법입니다. 부모이든 자식이든 본인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가지 못하면 어떠한 경우에든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인생은 스스로 책임지는 겁니다. 성인이라면 그 책임을 온전히 떠맡아야 합니다.
다소 매몰차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친아버지에게는 결혼식 소식을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모두가 평화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인도 아실 겁니다. 하지만 친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이 계속 남아 어떻게 해야 될지 갈피를 못 잡는 거죠. 그 착한 마음이 오히려 전체를 망칠수도 있습니다. 그 선한 마음은 잘 간직해두셨다가 나중에 친아버지에게 조금 더 크게 보상하세요.
상상해보세요. 두 분의 아버지가 결혼식에 참가한 상황을. 참석자들이 영화 맘마미아처럼 아름답게 느낄까요. 아니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겁니다. 지금 말씀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의견도 중요한데요. 남편 분 말씀을 안 하는 것으로 봐서 남편 분은 어떻게 하든 사랑하는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정말 속마음도 그럴까요. 아마 사랑하기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본인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남편 분의 가족 어른들에게는 그 장면이 어떻게 비칠까요. 시댁 어른들 역시 괜찮다고 하더라도 아마 두고두고 평생토록 시댁 친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겁니다. 만일 남편이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상황은 더더욱 안 좋을 수 있습니다.
부디 측은지심을 내려놓으세요. 그 착한 마음도 때로 지나친 욕심이 될 수 있습니다. 설령 친아빠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부디 딸의 행복을 위해 결혼식에 나타나지 말라고 부탁하세요. 만일 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나중에 정말 잘 하겠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정말 잘 해주세요.
어서 무거운 마음 내려놓으시고, 행복한 결혼 맞으세요.
누구보다 더 행복하게 사시고, 열심히 미래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 무릎팍도사의 의견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미리 결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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