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올해 29살의 000라고 합니다.
선생님의 저서 '가슴 뛰는 비전'을 읽고, 너무나도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진로고민에 대한 선생님의 조언을 얻고자 메일까지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 나이에..진로상담을 하는 게 매우 쑥스럽고 민망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이기에…^^선생님의 한 모금의 인사이트라도 감사히 넙죽 받겠습니다.
저는 20대초중반을 공황 장애, 대인공포 등의 마음의 병 때문에 사실상 미래를 외면하면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에겐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결혼 등의 일반적인 가치는 목표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이 마음의 병 극복이 오로지..최대의 목표였습니다. 일단 이것을 극복해야 다른 생각의 여유가 생길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겉으로 티가 나는 자폐증 같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사람들끼리 격의 없이 어울려 하나마나한 말들이 오고 가는 그 분위기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표정과 제 상태를 예의 주시하는 자의식 과잉에 휘둘려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뼈저리게 그 시간들이 눈물 나게 아깝지만, 당시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남들이 대학공부, 자격증, 회사준비하며 진로설계를 할 때, 저는 마음의 병 극복을 위한 설계를 한 것이죠.
일단 사람들과의 잦은 만남을 위해 20살의 나이에 영업사원을 하게 되었고, 인지치료, 행동요법에 관한 책들을 통해 아버지 부재로 인한 열등감이 제 마음의 큰 원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 모임을 알게 되어 어찌하여 그곳 운영까지 한 적도 있구요.
한 토론대회 나가서 대상까지 수상하게 됩니다..^^허걱..
이 당시가 참 행복했나봅니다. 제 취미였던 기타와 건반으로 직접 작사, 작곡을 해서 한 지역가요제에 참가하기도 했구요. 작사공모전에 응모해서 참가상도 수상하기도 하고…^^사랑도 나누었고, 군복무 기간 중 '장병글짓기' 공모전이 있어서 자살문제에 관한 에세이를 적어 보냈는데, 당선이 되서 사단장 포상휴가를 가기도 했구요^^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남몰래 약까지 먹어가며, 현역1급 전방에서 2년간의 군 생활을 정상적으로 마쳤습니다. 약은 항우울제였습니다. 20살 때부터 5년간을 먹었습니다. 5년…전 그 때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마인드컨트롤류의 수많은 책들을 접하게 되며, 하나님의 뜻인지…2007년 부로 약을 완전히 끊게 되었습니다.
전문대 실용영어과를 졸업한 후, 편입을 준비하던 중, 가정형편이 더욱 어려워져 결국 편입을 포기한 후, 돈을 벌기 위해 이곳저곳 전전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외국계회사 한 부서에서 몇 년간 근무하고 계약 만료되어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실업급여를 받으며 생활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의 병을 좀 벗어나서 이제야 세상을 보려고 하니…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고, 그 동안 내가 뭐했나 싶은 마음도 듭니다. 취업준비생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저에겐 준비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흐름에 속해 있을 나이인데..고3이나 20대 중반에나 할 법한 고민을 지금 하고 있으니까요.
최대한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도…
길어졌네요…^^
지금부터 정리하도록 할게요^^
학력과 전공 (2년제 영어과)에 있어 경쟁력 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나이도 많습니다. 제 성향은 INTJ, 그리고 애니어그램은 4번 유형(예술가)이 나옵니다. 대체로 대기업, 중소기업 기본 조직도에 없는 직종이 다수 분포 되었구요. 놀랍게도 저랑 너무 맞습니다.
지금 저라는 사람은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악기다루고, 책과 영화, 록 공연을 좋아하고, 철학과 시공간에 관한 학설에 관심이 참 많습니다. 한 때, NLP라는 신경언어프로그래밍에 매료되기도 했구요.
1 대1이나, 2~3명이서 커피숍이나 호프집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고, 누군가 고민 상담해주는 거 좋아하고, 회식자리 같은 분위기 너무 싫어하는 편입니다. 오늘 소주 몇 병을 처리하느냐, 새벽 몇 시까지 버티느냐, 이 ‘숫자’ 자체가 목적인 듯한 모임은 저랑 너무 안 맞구요. 의미 없는 즐거움이 저는 즐겁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직업’을 갖고 싶기에, 단순히 ‘직장’을 구하고 싶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일반기업에서 일하는 것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할 지를 모르겠어요.
‘그냥 조직의 일’ 을 하며 점심시간 기다리고, 테이크아웃커피 들고 회사로 들어오는 삶을 몇 년 해보니,,,이러다 인생 다 지나가겠더라구요...주임-대리-과장-차장 이런 과정을 밟아나가는 삶 자체가,,아버지가 안 계셔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제 삶에서는 도저히..그려지지가 않습니다.
요즘 저는 심리치료, 직업상담 계열의 직업을 무척 갖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치열하게 고민과 해결을 반복했던 그 마음을 담아서 사명감을 가지고 타인의 마음과 진로를 위해 즐겁게 일할 자신이 있는 거의 유일한 계열인 것 같거든요. 물론 좋아한다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실제로 잘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으나, 우스개 소리로..지난 저의 20대의 날들이 오히려 '경력'이 될 수 있는 직종이랄까요..??^^
제가 제 내면 깊은 곳으로의 탐험을 몇 년 동안 해봐서 그런지 이제는, 누군가의 고민을 막 어째서라도 풀어주고 싶은 거에요. 직업과 직장의 개념이 동일하게 생각하는 10대들보면 너무 안타깝기도 하구요..
또 하나 희망직업은 광고카피라이터였습니다.
그런데 둘 다..엄청나게 공부를 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학사/석사). 현실적인 가장의 입장에서 엄두가 안 납니다. 나이도 그렇구요..
차라리 석사까지 공부할 것이라면, 경제적인 형편과 시간 등을 고려해서 학부는…사이버대학 심리학과정으로 학사를 취득하여 대학원 진학을 하는 쪽으로도 생각을 해보는데, 정식 4년제 졸업을 하지 않았다 하여..차후 이런 부분 때문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진작 정신 차려서 미래를 설계했어야 한다는 죄책감에 또 힘들어지네요. 20대의 끝자락에서 이러고 있는 게,,오늘 스티브잡스 사망소식을 접했는데, 스티브 잡스는 29살 때 매킨토시를 만들었다고 하는군요ㅜㅜ
아..내 형편에 어찌 또 공부를 하겠나 싶어 차라리 기술을 처음부터 배워볼까? 생각을 했지만, 제 29년 인생에서 기술과 기계에 관련된 것에 호기심을 기울인 적이 없어서요. 전형적인 문과 형이라 할 수 있겠죠..
저는 컴퓨터에도 그닥 큰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에도 별 관심이 없어요. 브랜드 구별도 잘 못하는 편입니다. PC 고사양 게임류에도 관심이 없고…
이런 사람이 기술, 기계 일을 할 수가 있을까요…
여기까지 제 마음 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생각들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적어보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이 상태에서 생각이 한발자국도 못나가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철상 선생님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어찌나 영광이던지요..
사고와 행동의 방향을 단순하게 잡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조언이 간절해졌습니다. 이런 성향과 생각 속에 놓인 저 같은 사람은 직업, 진로, 삶에 있어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할까요!!!
바쁘시겠지만..
답장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저도 잡스 사망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잡스 때문에 기계나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 욕구도 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나이가 있지만 경우에 따라 이공 계통이나 전문 계통의 기술을 배워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커리어 전략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죠. 저도 완전 기계맹이라 인문학에 포커스 된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만일 제가 수리, 과학, 기계 등의 분야에서 계속 일해야만 하는 환경이었더라면 완전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그쪽 분야에 재능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말씀하신 내용만으로 봐서는 저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죠. 하지만 좋아하는 일 중에서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문의주신 분은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도 있으니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상담일이죠. 그런데 문제는 학력이나 관련 지식도 부족하며 경험은 거의 전무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시작하면 됩니다. 스티브잡스는 29살에 메킨토시를 만드는 업적을 세웠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나이에 겨우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아무 것도 이룬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었고, 미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10여년을 헤맸습니다. 당연히 또래 동기들보다 못했죠. 형편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내게 주어진 모든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려고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제 삶이 바뀌어나가더군요.
사람들은 어느 한 순간에 변하기를 남모르게 꿈꾸지만 그런 변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꾸준하게 반복적으로 집요하게 매달린 결과 아주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을 주변에서 눈치 챘을 수도 있고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사실 저 역시도 제 자신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거든요. 하지만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한지 10여년이 흐르면서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지금의 저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글 쓰는 재주를 타고 났다, 타고난 강사다, 최고의 코치다, 정말 감각이 있다고까지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1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저에게는 이런 모습이 없었습니다. 정말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학습 역량도 떨어지고, 경제력도 없고, 기술력도 없고, 꿈도 없고 의지도 재능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다짐했습니다. 더 나아지기로. 수도 없이 지쳐서 쓰러지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저는 부지런히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고 역경이 생기면 그것은 더 좋은 일이 생기려는 징조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닥쳤던 과거의 열악한 환경을 모두 다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성공하면 오히려 어두웠던 과거가 성공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역경을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자양분으로 만들 것인지, 내 삶을 망치는 독약으로 만들 것인지는 오로지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훌훌 털고 일어서길 바랍니다. 지금이라도 사이버대학교라도 다니면서 상담 관련 공부하세요. 물론 상담세부 분야는 결정해야겠죠. 일단은 상담 관련 경험이나 사회 경험을 쌓으시면서 하나씩 차분하게 준비해나가세요.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말씀하신 내용만으로 봐서는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세부 전공도 보이고 가야할 길도 보일 겁니다.
카피라이터라는 꿈은 별도로 공부 안 해도 나중에 자연스럽게 그와 유사한 일들을 할 수 있으니 욕심 내려놓으시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오늘을 참고 인내하며 미래에 투자하길 바랍니다.
성공해서 좋은 소식주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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