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네이버에서 이직 관련 글을 검색하다가 커리어코치 정철상님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게임 회사에 이직한지 1달 만에 그만두고 싶어 하는 사람에 대해 2-3달 더 견뎌보며 일을 배우고 정 안되면 그만두고 여행을 1달하는 것도 좋다는 답변을 하신 걸로 기억합니다.
그 글을 쓴 사람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그 고민의 무게에 비해 답변이 지나치게 쉽고 명쾌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치님처럼 여유로운 시각으로 이직을 바라보는 것도 정신적으로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영어교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2년가량 근무 하다가 영어회화 실력을 늘리고 싶다는 자기계발 욕구 때문에 6개월간 호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어학연수에서 치룬 토익시험은 만점에 가까웠고, 학교에서도 고급회화 레벨 반에 있다 왔기에 영어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구직활동을 시작하면서 동종 영어교재 출판사에서 메이저 회사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서류는 되더라도 인적성검사와 면접 등에서 탈락하곤 했습니다. 준비성 부족이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같은 영어교재 출판사 업계에서 중소업체를 찾아보니 예전에 있던 회사와 거의 비슷한 낮은 연봉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의 높은 토익점수. 그리고 회화실력을 떠올리면서요. 아무래도 저는 눈이 많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분야를 탐색하게 되고 매뉴얼 회사에서 영문 테크니컬라이터로 면접 보러 오라는 헤드헌터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면접을 보니 면접관이 마감 때는 며칠씩 회사에서 숙식을 하며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체력에 자신이 별로 없기에 저는 많이 망설여져서 높은 연봉을 제시했지만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지금 제조회사의 해외영업팀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 흥미는 "영어"인 것 같습니다. 영어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꾸준히 좋아했고 현재도 외국 뉴스를 들으면서 공부를 합니다. 결국 해외영업직에 입사한 것도, 다분히 영어실력을 이용해서 해외 바이어와 상담하고 연락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 들어오니 제가 입사하기 전에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많이 어려운 회사이고 매출 압박이 심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1시간동안 매출 그래프를 보면서 사장과 임원, 경영팀에게서 일 열심히 해라, 월급 못 줄 수도 있다, 구조조정 해야 한다 이런 소리를 들으며 5개월째 버티는 중입니다.
신입이기에 영업보다는 무역사무(오더 핸들링)를 하고 있는데 할 수 있으니까 할뿐이지 흥미를 느끼진 못합니다. 저는 가끔 바이어와 영문으로 서신교환하고 통화하는 일을 할 때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메일, 채팅 이런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왕고참 여직원 텃세, 여직원이라고 주어지는 잡무,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회사문화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제가 이직하고 싶다고 친구한테 말하면, 어느 회사나 다 문제가 있으니 참고 경력 쌓일 때까지 지내라고 하는데요...성질 죽이고 살면 버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싫어하는 이 회사 문화에 제가 흡수된 모습을 생각하면 왠지 슬프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제 고민은 이렇습니다.
1. 매뉴얼 회사로 들어간다. (출판사 동료가 이 분야로 이직해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살인적인 야근은 아니라고 합니다. 편집 경력도 인정 받았구요. 해외 번역파트너들과 연락하는 업무를 하느라 통화할 일도 종종 있는데 이 때문에 연봉을 많이 높여 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면접 봤던 회사가 야근이 특히 심한 곳이거나 아니면 절 테스트하기 위해 면접관이 일부러 심하게 말한 것 같습니다.)
2. 현 회사에 계속 붙어 있는다. 경력 1년만 쌓여도 여기저기 부르는 곳이 많은 수요 높은 업종 (해외영업) 이니까.
3. 교재 편집 분야로 다시 돌아간다.
제 고민의 핵심은, 커리어 Goal 이 잘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회사에서의 제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아서인지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격증 공부를 해서 아버지나 언니처럼 (법무사, 수의사)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30살)에, 돈을 모아야 남에게 피해 안주고 살 수 있으니 그런 꿈은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습니다. 제 목표는 제 적성에 잘 맞고 보수도 괜찮은 직업, 직장을 구해서 안정감 느끼면서 일하는 것입니다. (이번 회사를 다니면서 안정감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수평적인 회사문화와 자기계발을 중시하는 그런 회사를 다니고 싶고요.
글이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30번 직업을 바꾸셨던 분이니 제 선배이신 거 같습니다. 저도 지금 쓴 회사 이전에 1-3개월 만에 나온 회사가 여러 곳입니다.;; 어떤 조언이든 좋습니다. 인생을 더 먼저 산분이시니 그 속에서 얻었던 교훈이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무료로 상담 부탁드려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답변:
앗, 보내주신 메일을 제가 답변 드리는 것을 깜빡했군요. 이런 실수를...상담 메일을 검토하다가 이제야 회신 보내드리지 못함을 발견했습니다. 너무 너무 죄송합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답변을 드려볼까 합니다.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삶의 근본적인 방향은 그리 크게 바뀌지 않는 면도 있으니 제 답변을 참조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1. 매뉴얼 회사로 들어간다.
- 나름대로 메리트 있는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경험상 한 번 알아보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2. 현 회사에 계속 붙어 있는다. 경력 1년만 쌓여도 여기저기 부르는 곳이 많은 수요 높은 업종 (해외영업) 이니까.
- 만일 이 분야를 계속해서 일하고 싶다면 적어도 1년 경력을 쌓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향후 동종업계나 외국계기업으로 들어갈 경력과 역량을 구축한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해보면 좋겠죠.
3. 교재 편집 분야로 다시 돌아간다.
- 열악한 근무조건이라 그냥 돌아간다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겠습니다. 무엇인가 차별화된 커리어 로드맵을 구축한 다음에 계획을 잡고 경력을 이동해야겠죠. 독립을 한다든지, 책을 낸다든지 등의 어떤 구체적 계획을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다면 다시 실망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4. 법무사나 수의사 같은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
- 하나의 방법은 되겠습니다. 취득하기도 어렵고 나이도 많아 리스크 요인이 많아 걱정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 보다 본인이 해당 전문분야에 대한 흥미와 적성과 일에 대한 열의가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 더 우려감이 듭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보다 냉정히 평가한 다음에 해보는 것이 좋겠죠.
5. 제 고민의 핵심은, 커리어 Goal 이 잘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 현재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고 흥미가 있는 분야는 외국어 그러니까 그 중에 영어를 사용하는 직무라는 겁니다. 그러면 가장 영어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지금처럼 조직 내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거나 아리랑 TV처럼 영어로만 방송하는 특정 업무를 맡게 되는 거겠죠. 하지만 크게 볼 때는 영어 선생님이 가장 영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영어 강사가 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익훈, 정철, 유수연, 이보영씨 등의 영어 명강사들을 모델로 삼고 공부하고 경험해볼 수도 있겠죠.
만일 이렇게 독립해서 혼자 일하는 것이 성향상 어려움이 있다면 아예 외국에서 근무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국 지사 파견 업무라든지 아니면 글로벌 외국계기업에서 근무하는 거죠. 이럴 경우에는 단순히 영어 역량을 뛰어넘어 특정 비즈니스 역량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니 영어 이외의 무기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그 역량을 강화시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겠죠.
적지 않은 나이라 생각되어 커리어 전환에 있어 너무 늦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러움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커리어를 구축해나간다면 분명 원하는 일들을 성취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해야 할 일 중에 ‘단순한 일도 많고, 어려운 일도 많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온 힘을 다해 도전해나갈 힘과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 논리성보다 우직함이 이길 수 있다는 말을 곰씹어 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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