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관련 서적을 집필하고 출판사를 찾아다닐 때였다.
한 출판사에서 한 권의 책을 언급하며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무르팍을 칠 수 있을 정도의 글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무슨 책이길래’라는 반발심으로 나는 이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구매했다...
그리고도 한동안 읽지 않고 던져뒀다. 몇 개월 후 ‘내가 한 번 읽어준다’는 심정으로 책을 들었다. 끌리는 도서제목에도 불구하고 도발적인 제목 때문에 아내를 뒤로 하고 몰래 읽어 내려갔다.
결론부터 말해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로 이 만큼 못 쓴다!’는 것이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신이 쓴 글을 보고 자신이 감탄한다고 하는데 미친 짓이라 불러도 좋다. 감탄해도 되겠다. 사실 내가 일정부분 다뤄야 할 심리적 주제라 더 존경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주관적인 면을 떠나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탁월한 필체다.
결혼한 남자로서 쉽게 떠올릴 수 없는 금기된 말 중에 하나가 배우자에게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막장이 아니라면.
저자가 아내에게 이 도서 제목으로 정했다고 하자 아내가 그에게 묻는다. ‘정말 나와 결혼한 것을 후회하느냐?’고. 저자는 잠시 망설이다. ‘응, 그래’라고 말한다. 그러자 저자의 아내는 ‘난, 아닌데. 난 만족하는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 더 던진다. ‘아주 가끔’ 남자의 폐부를 찌르는 말 한마디. 그런 촌철살인의 말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어려운 철학적, 현상학적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들이라 더 무릎을 친다.
그녀의 아내 역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여자는 만족한 부분에 삶의 무게중심을 두는 반면에 남자들은 어떤가. 완벽한 것을 원한다. 몇 가지가 부족한데 모든 것을 만족스럽게 느껴지길 꿈꾸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남자들은 이뤄질 수 없는 소망을 품고 있는 것이 어리석은 남자들이라 할 수도 있겠다.
(올해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촬영한 사진. 필름이 없어 사진을 다시 찍으니 더 별로다-_-;;; 여하튼 김정운 교수의 말대로라면 나의 모든 것을 블로그에 공개하는 나는 사이버 바바리맨이 된다-_-;;; 인터넷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나, 집필을 통해 자신을 공개하나 공개하는 것은 다 똑 같은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인터넷은 바바리맨이 되어야만 하는가? 김교수님왈, '아,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이러시겠지^^ 그렇다면, 쏘리 쏘리~,
참, 통 큰 나도 아내한테 결혼한 것 후회한다고 말하지는 못한다^^그러다 짐 싸면 나만 개고생이다-_-;;)
아내에게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이야기. 아내가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이야기. 결혼한 사이에 옛 연인의 이야기를 꺼낸다든지, 갈등하고 있는 부부사이의 이야기를 그대로 드러낸다든지 하는 것이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느껴보았을 감정, 그러나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가슴 속의 이야기들을 아주 적나라하게 펼치고 있다.
솔직함을 뛰어넘어 성(性)에 대한 남다른 이상적 애착증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건 어떻게 해서든 빈틈을 찾아 흠집을 내려는 내 질투에서 나온 생각일 수도 있다.
질투심과 반면에 저자와의 인간적 동질감을 교류되기도 한다. 그런데 폭탄주를 우리사회의 집단 자폐증으로 돌리는 것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게다가 김혜수가 좋아진 이유도 영화 ‘타짜’에서 보여준 그녀의 커다란 가슴 탓이라는 이야기에도 거부감이 일었다. 이거 생각보다 꼬투리가 많다-_-;;;내가 좀 쫀쫀해서리.
물론 단순히 눈에 보이는 가슴이 아니라 어린 시절 젖 물리던 엄마와의 완벽한 의사소통을 꿈꾸던 중년들의 ‘큰 가슴으로의 퇴행’이라는 논리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들었다. 나보다 글의 당사자들인 그의 아내나 김혜수씨가 심하게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남자라는 확실한 성별을 가지고 남성의 시각만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여성들이 반발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나처럼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또 한편으로 공감하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어떤 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부분도 있다.
꼬투리 잡을 부분도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 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책 한 권을 써달라는 원고를 청탁받고 쓴 책의 도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래서,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라고 말하는 독백을 보고 ‘아니, 그것 하나 똑바로 기억 못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내 인생의 책 한권이라고 말하는 책 내용을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뭐 어쨌단 말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의 희망처럼 이 책 재미있다. 특히 재미를 잃어버린 중년들에게는 작은 자극이 된다. 독일 유학 중 난민수용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베를린 장벽을 넘어온 사람들이 총기를 들고 협박을 하자 열쇠 꾸러미를 던져주고 갈 지(之)자로 왔다 갔다 하며 뛰어서 도망갔다는 그의 에피소드에서는 정말 배꼽 잡고 웃었다.
김정운 교수가 바라는 서평 역시 ‘감탄이 절로 나온다’라는 것이 아닐까.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주 빼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도발적이고, 적당히 냉소적이고,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적당히 인간적이다.
삶의 재미가 없고 감탄사를 내지르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다만 너무 배가 고픈 사람에게는 소용없다. 너무 배고픈 사람이라면 자칫 욕 나올 수도 있겠다. 일단 자기 배부터 채우고 읽자. 배고프면 개소리로 들린다.
참, 이 책을 읽은 여자분들의 느낌을 댓글로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리라. 만일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우자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반응하실지 댓글로 알려주셔도 좋겠네용^^ㅎ~
(Daum 메인 페이지, Best 기사 인증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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