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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방송,연예

연극으로 재탄생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부산국제연극제 패막작 리뷰

by 따뜻한카리스마 2025. 6. 2.

부산국제연극제 패막작 채식주의자: 폭력에 저항하는 몸, 식물로 피어난 존재의 언어

연극이 된 소설, 무대를 삼킨 침묵

2025년 봄의 끝자락, 22회 부산국제연극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프랑스 극단의 연극 채식주의자를 관람했다. 공연장 입구에 들어선 순간부터 꽉 찬 객석이 이 작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엔 다소 염려스러웠다. 원작 소설을 읽으며 떠올렸던 몇몇 장면들특히 비디오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의 육체성과 꿈의 파편이 얽힌 장면들이 연극으로 옮겨졌을 때 자칫 선정성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우려는 무색해졌다. 프랑스 연출진의 손끝에서 재해석된 채식주의자는 놀랍도록 절제된 언어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와 한강 작가의 아름다운 문체를 그대로 잘 살려 관객을 압도했다. 원작의 난해한 감정선과 비유적 상징이 무대 위에서 하나의 시()처럼 피어났다. 특히 을 언어로 쓰는 배우들의 연기는 감각적으로 표현된 저항그 자체였다.

고요한 전율, 10여차례 커튼콜의 의미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서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커튼콜이 10여 차례 이상 이어졌고, 무대 위 배우들은 처음에는 재미있는 듯 나중에는 놀란 듯 고개를 숙였다. 이 작품이 프랑스에서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 이전부터 이미 연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특히 인상 깊었다. 부산국제연극제 측에서는 이 작품을 미리 섭외한 상태였고, 이후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발표되면서 혹여 연극의 해외 투어 일정이 취소될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연출진은 약속을 지켰고, 한국 관객들과의 깊은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처럼 채식주의자는 단순한 문학의 무대화가 아니라, 국경을 넘어선 감성과 정신의 교류의 장이 되었다.

 

영혜는 왜 고기를 거부했는가

연극을 관람하며 다시금 곱씹게 된 것은 이 질문이었다. “영혜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단순히 채식이라는 행위로만 이해하려 하지만, 실상 그 안에는 한 인간이 세계와 맺고 있는 불가해한 폭력과의 고통스러운 투쟁이 녹아 있다. 그녀는 채식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고기를 거부해야만 했던 것이다.

 

소설 속 영혜는 말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고기를 먹을 수 없어. 내 몸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고기 냄새. 살 냄새. 피 냄새.”

 

이 대사는 단순한 고기에 대한 거부가 아니다. 그것은 그녀 안에서부터 솟구치는 내면의 저항이자, 타인의 시선과 문화가 주입해 온 폭력에 대한 비폭력 선전포고다.

 

연극 속 영혜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대사보다는 으로 말한다. 말하지 않음으로 말하고, 움직이지 않음으로 저항한다. 그녀의 조용한 침묵은 결코 수동적인 수용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의 폭력적 언어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부정이자 침묵의 투쟁이다.

채식이라는 은유, 식물로 피어난 존재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를 통해 말한다. “이 소설은 채식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 이 소설은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진 통제, 여성의 몸을 욕망의 대상으로만 대상화하는 시선, 소수에 대한 세상의 편견적 폭력 등에 대한 응시다. ‘채식은 단지 그 모든 것을 끊어내기 위한 은유일 뿐이다.

 

프랑스 연출진은 이 은유를 무대 위에서 식물이라는 이미지로 재현했다. 무대의 조명은 점점 초록으로 번지고, 영혜의 몸짓은 점차 인간보다는 식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움직임은 느려지고, 시선은 비껴가고, 결국 그녀는 나무처럼 고요히 서서 세상과의 접촉을 끊는다.

 

그녀는 말이 아니라 뿌리로 말하는 존재가 된다. 햇빛과 물만을 받아들이는 순수한 생명체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녀의 몸은, 그 자체로 폭력에 오염된 세계로부터의 마지막 탈출구였다.

 

예술로 피어난 저항의 형상

채식주의자2007년 발표된 소설이다. 공교롭게도 부산국제연극제를 주관하는 ()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원회가 설립된 해와 같다. 20여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그 안에서 다뤄진 폭력과 저항의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절실히 필요한 질문처럼 다가온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가? 누군가의 침묵을 비정상이라 단정짓고 있지는 않은가?

 

프랑스 연출팀은 연극이라는 예술 형식이 가진 힘을 증명해냈다. 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몸이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 소설이 뿌린 씨앗이 무대 위에서 새로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는 것.

 

영화 연극의 도시 부산에서

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하지만 이젠 연극의 도시이기도 하다. ‘BIPAF(비파프, Busan 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Festival)’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의 연극인들이 모여드는 축제는, 단지 무대 위의 예술을 넘어 우리 삶을 되묻는 질문의 장이 되고 있다.

 

이번 연극 채식주의자가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단순한 문학적 인기 때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의 강도와 감성, 그리고 그것을 예술로 풀어내는 힘이 이 작품을 마무리의 중심에 세운 이유일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침묵의 언어로 쓰인 저항의 기록이다.

그 침묵 앞에서, 우리는 질문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강요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또 무엇을 거부해야

비로소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내와 나는채식주의자이외에도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다룬 안티고네의 수준높은 연극을 관람했는데 역시 큰 감동이었다. 우리나라의 이정남 감독이 연출한 비나리도 출품되어 전석 매진되며 국내외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 모든 22회 부산국제연극제를 주최한 사)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원회 관계자분들과 집행위원장 손병태 교수님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부산국제연극제가 더 많은 사랑 받길 기원해본다.

 

올해 부산국제연극제 놓치신 분들은 내년에 꼭 관람해보길 권하며...

오늘도 불꽃 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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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마니아, 정철상은...

어린 시절, 버려진 버스집에서 살 정도로 가난했던 소년에게 영화는 세상을 향한 유일한 탈출구였다. 현실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요원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마법 같은 스크린 속의 이야기들은 그에게 꿈을 꾸게 했고, 현실을 치유하며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고등학교 시절, 영화를 보기 위해 날마다 담장을 넘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영화를 사랑했던 그는 연평균 100여 편을 감상하며 지금까지 5,000편이 넘는 영화를 가슴에 품어왔다. 영화는 그의 삶이자 배움의 창이었고, 친구였으며, 때로는 위대한 스승이었다.

 

현재 그는 10여 권의 도서를 집필한 작가이자,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서 대학과 기업, 기관에서 연간 200여 회의 강연을 하는 강연가이자 상담가다. 대구대와 나사렛대에서 취업전담 교수로 활동했으며, 유튜브 채널 정교수의 인생수업을 통해 인생과 커리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제, 영화가 가르쳐준 삶의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

 

영화 인생 수업(가제)을 통해 영화 속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인생에서 배울 수 있는 의미들을 탐구하며, 관련 영상 제작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제 영화는 오락을 넘어 우리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자 위대한 교사라고 믿기 때문이다.

영화와 인생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문의처

이메일 career@career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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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나만 몰랐던 취업비법>, <아보카도 심리학>, <대한민국 진로백서>,<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