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서울로 온 사람들이라면 서울서 충격 받은 에피소드가 하나 즈음은 있으리라.
나 역시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중국집에서 벌어진 한 사건이 나에게 큰 인생의 깨달음을 줘서 ‘짜장면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볼까 한다.
직장인들의 고민 중에 하나가 점심이다. 무엇을 먹어야할지 매일 망설여진다. 나 또한 그랬다. 다들 이곳저곳을 지겹게 들리다보면 중국집에 한 번씩 가기 마련이다.
촌놈, 서울에 있는 중국집 처음 들어가다
서울에 올라온 지 채 2주도 안 되었을 무렵이다. 처음으로 서울에 있는 중국집을 들렀다. 같이 갔던 동료들은 짜장면, 짬뽕, 볶음밥, 잡채밥 등을 시켜먹었다. 나 혼자 간짜장을 시켰다.
참, 표준어는 ‘자장면, 간자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왠지 맛깔스럽지 못해서 ‘짜장면, 간짜장’이라고 쓰는 것을 양해 바란다. 때로 표준어가 잘못된 경우도 있다.
참조글; ‘짜장면’은 ‘자장면’인데 ‘짬뽕’은 왜 ‘잠봉’이 아니지?
현행 표기법으로 "자장면"이라고 하는 음식은 글로 쓸 때나 방송 등에서 일부 방송인들이 거의 억지로 또박또박 발음할 때를 제외하고 나도 그렇고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짜장면"이라고 발음한다. 자장면 표기의 근거는 중국어 炸醬麵(zhá jiàng miàn[작장면. 자장몐])이다. 많은 학자들이나 작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이지만 이런 결정을 한 이유나 과정이 참 궁금하다.
비슷하게 비교되는 음식이 바로 "짬뽕"인데, 이의 어원은 일본어 'ちゃんぽん(champon)'으로, '초마면(炒碼麵)'으로 순화해 사용할 것이 권장되고 있다. 자장면이나 짬뽕이나 둘 다 화교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중국 음식이어서 어원을 일본어로 보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이건 "잠봉"이 아니다. 그런데 왜 짬뽕은 잠봉이 아닌데, 짜장면만 자장면이어야 할까.
-출처; daum님, http://infosys.iptime.org/tt1/861
그런데 깜짝 놀랐다. 간짜장에 계란이 없어서였다. 나는 평소에는 무척 순한 사람이다. 하지만 서비스 안 좋은 것을 보면 폭발하곤 한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와서 계란 떨어졌는가 보다,,,-_-;;;”하고 일단 참을 인(忍)자를 새기면서 먹었다.
간짜장에 계란 프라이가 없었다???
(사실 '계란프라이'보다 '계란후라이'를 더 많이 쓴다. 그런데 표준어가 '프라이'라고 나와서 '프라이'를 사용함을 양해 바란다. 아, 표준어, 피곤해-_-;;;)
그리고 그 일을 잊어버렸다. 원래 내가 화가 확 올라도 금방 잊어버린다. 한 1,2주후에 다시 그 중국집으로 향했다. 나는 또 다시 간짜장을 시켰다. 이번에도 계란 프라이가 나오지 않았다. 누그러졌던 화가 다시 났다. “계란 떨어졌으면 바로 바로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 장사하는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겼다. ‘3번은 참자’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참을 인(忍)자 세 번이면 사람도 살린다고 하지 않았던가-_-;;;
바쁜 일상으로 돌아와서 중국집의 일을 다시 잊어버렸다. 그리고 1,2주후에 세 번째로 이 중국집에 들렀다. 그제야 2번이나 계란 프라이가 빠져서 화가 났던 기억이 소록소록 떠오르며 폭발 일보 직전이 되었다. ‘이번에야 당연히 나오겠지.’, ‘안 나오기만 해봐라’라고 화를 누르며 간짜장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나오지 않았다. 화가 났다. 폭발할 것 같았다. 참을 인(忍)자 세 번 새기려고 했는데 두 번 밖에 새기질 못했다. 그게 내 한계다. 급기야 중국집 종업원에게 따졌다.
코미디 캐릭터처럼 서로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 현대인
아마도 아직까지 ‘도대체 무슨 이야기하려는 거야’라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조금만 참고 글을 읽어주시라. 그리고 아래 내용은 예전에 개그 콘서트라는 코미디 프로에서 했던 ‘변선생’이라는 코너를 떠올려주시라. 변선생은 ‘뭐, 뭐, 뭐?’라고 말하며 학생의 말귀조차 못 알아듣던 코미디 캐릭터였다.
(이미지: 간짜장이다. '서울에는 간짜장면에 계란 프라이 안 나온다' 서울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경상도와 경기도 일부 지역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부산 사람들은 '정말?'이라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부산에서는 간짜장에 항상 계란 프라이가 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게 30여년을 넘게 계란 프라이가 올라간 간짜장을 보다가 서울로 올란 것 이었다)
나; “여기, 왜 계란이 없어요. 이거 너무 하는 것 아녀요.”
종업원(이하 '종'); 네?
나; 왜, 계란프라이가 안 나왔느냐고요?, 계란이 떨어졌으면 사서라도 채워 넣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종; 네에???
나; 이것보세요. 지금 저하고 장난하자는 거예요. 계란이 왜 안 나왔냐고요? 당신하고 이야기 안 되니 주방장 나오라고 하세요.
종: 네,,,
주방장이 나왔다. 정말 흰 모자까지 쓰고 세련된 전문가처럼 보였다. 홀에서 떠드는 나의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아주 차분하고 깍듯이 낭랑한 서울말로 인사했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목소리를 낮췄다. 그럼에도 화로 인해 내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주; 손님, 뭐 잘못된 것 있으십니까?
나; 네, 여기 간짜장에 계란프라이가 안 나왔어요.
주; 네~에???-_-;;;;;;;;;;;
나; 내 말 안 들립니까? 계란프라이가 안 나왔다고요. 도대체 사람 말 귀를 못 알아듣습니까.
서울 간짜장에는 없고, 부산 간짜장에는 있는 것은?
주방장은 그제야 내 말을 알아들었다.
주; 그런데, 손님 느끼하게 간짜장에 계란프라이를 왜 올립니까?
나; 네??? 순간, 허걱-_-;;;;;;;;;;;;;;;;;;;;;;;;;;;;;;;;;;;;;;;;;;;;;;;;;
그제야 나 역시 상황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리를 바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나: 그럼 서울에서는 계란프라이 안 나오나요^^
주; 예, 주방생활 20년 넘게 해봤지만 계란 프라이 올린 짜장면은 한 번도 못 봤습니다.
나; 정말요. 아,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부산에서 올라온 지가 얼마 안됐습니다. 부산에서는 간짜장에 계란프라이가 나옵니다.
주; 그래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나; 저 계란프라이 하나 올려주면 안 되나요^^*
주; 해드리죠. 해드릴께요^^ 저도 한 번 먹어봐야겠네요.^^
우리는 단지 서로 다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살아온 환경이 다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사소통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있다. 이렇게 자라온 지역, 국가, 인종, 종교, 전공, 학력, 성별, 나이 등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좋아하는 스포츠나 드라마도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는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올림픽 기간에 올림픽 안 보면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심지어 남자들은 운동 못 하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관련기사: 운동 못하면 인간 취급 못 받는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계란 프라이가 안 나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주방장은 20여년 동안을 계란 프라이에 간짜장 올라간 것을 본 적이 없었던 것아다.
반대로 나는 30여년 동안을 계란 프라이가 올라간 간짜장만을 보았을 뿐이다!
우리는 그저 서로 다른 경험을 했을 뿐이었다........................................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타인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그리하여 심리학의 ‘심(心)’자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주제넘게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써 봤다.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 나를 알아가고 타인을 이해해 나감으로 인해서 배웠던 사실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자, 아직까지 간짜장에 계란프라이 올려 드시지 못하신 분들은 한 번 올려서 먹어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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