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로 포장한 즉흥적인 진로변경은 위험
안녕하세요. 정철상전문가님!!
저는 현재 00대학교 건축학과 3학년(1년 휴학해서 23살)인 여학생입니다.
커리어 노트에서 적어주신 많은 물음과 대답들을 프린트 하고 거기에서 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문답들은 늘 표시를 해서 제 스스로한테도 적용을 해 본 지도 어언 한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제 미래를 그리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ㅠㅠ
그래서 예전보다는 더 폭넓은 길을 찾는 방도도 얻게 되었고, 제 스스로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로 인해? 그 덕분에? 조금의 문제가 야기 되어버려 고민입니다.
저는 현재 재학 중인 학과 그대로 고등학교 때에도 건축을 공부한 특성화고를 졸업했던 학생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꿈꾸었던 인테리어디자이너를 고등학교 입학 즈음에 다시 꿈꾸게 되어서 건축학과가 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이끌리듯 지원을 해서 주변 친구들의 내신은 120점 대를 맴돌 때 아무런 정보도 없이 190점의 제가 소위 날라리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날라리 학교를 다녔다보니 시험 전날 쪽지시험에 나온 문제만 공부해도 100점은 따 놓은 당상이었고 주변에서 특성화고는 공부는 필요 없으니 대외활동하면서 스펙이나 쌓아서 그 스펙으로 대학을 가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말씀해 주신 대로 열심히 대외와 교외활동을 한 스펙으로 대학까지는 들어오게 되었지만 입학후 3년 동안 대학을 다니고 휴학도 해보았지만, 아무리 주변에서 하는 공부를 다 배우고 따라해 보아도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점점 하락하여 현재는 2점 초반에서 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바라봤던 건축이란 분야를 무작정고등학교 때부터 결정해 그 길만 파버린 제가 이 길을 계속 가도 괜찮을 지 의문이 드는 시점이 2년 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 혼자 제 길을 찾는 건 너무 힘들겠다 싶어 교수님들께 자문을 구하기도 했었는데, "너는 설계를 참 잘하는데 그 어렵다는 반층구조도 계산을 틀린 적도 없고 말야 설계안 내놓는 거 보면 현재 활동하는 젊은 건축가들만큼 해서 참 좋은데 이론이나 기술을 아는 걸 써먹지도 잘 못하고 애들에 비해 깊이가 없어서 특화되지 않았어. 다른 애들보다 3년이나 더 했는데 벌써 따라 잡히잖아" 라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었습니다. 저도 이런 제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더 걱정스럽습니다.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남들만큼 깊지 못하는 것에 너무 큰 자괴감을 느꼈고 그러다보니 제가 진짜 뭘 하기 위해서 이 학교까지 오게 됐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뭘 하고 싶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물어봐도 난 그냥... 크게 바라지도 않고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다 필요 없이 어떤 일을 하게 되든 집에 돌아와서 쉴 수 있고, 밖에 나가고 싶을 때 놀러 나갈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다는 답 말고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 어떤 업무를 주로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전혀 들지가 않더라고요.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건축을 나오면서 너무 틀에 갇혀 버린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로
제가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좁은 세상만 바라보려고 하는 게 제 스스로도 너무 안타깝습니다.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부정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소소한 행복이 좋기는 하지만 주변에서 너무나도 열심히 사는 데 저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대기업을 들어가면 뭐하나 돈을 많이 벌면 뭐하나 가족들하고 있을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어야지 내가 쉬면서 책 읽을 시간이라도 좀 더 있어야지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으려 이러한 생각을 틀어박히게 만든 건 아닌지 싶습니다.
계속 너의 이 생각은 일부러 만든거니?라는 물음을 계속 던져보지만 이 또한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여행을 가보는 건 어떠니 자퇴를 해서 새 길을 찾아보는 건 어떠니 많은 자문을 구해주지만 전 운좋게 온 인서울 4년제 졸업을 코앞에 둔 이런 상황에서 전혀 다른 곳을 가게 된 다면 어디로 가야할지 초등학교 때부터 바라봐온 건축을 포기하게 되면 제 뿌리가 남아있긴 할 지 많은 고민이 됩니다.
더 늦은 나이와 시간이 되기 전에 제 깊은 뿌리에 대해서 알 수 있고, 다시 시작하거나 이어서 더 강하게 시작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제가 성적은 낮더라도 저의 길을 찾는 길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민 남깁니다.
어쩌다보니 글이 많이 길어져서 크게 몇 가지 걱정을 간추려본다면
1.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삶이 좋아서 큰 회사에 들어갈 생각이나 리더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2. 1번의 생각이 사실은 제가 억지로 제 위안을 얻으려 만들어낸 작은 우물인 것 같아 걱정입니다.
3. 성적이 정말 낮은데 이 길이 정말 제가 갈 길이 맞는 건지 초등학교 때부터 바라봐왔다고 하기엔 너무 실력이 부족합니다.
4. 이건 기타 궁금증인데요. 스펙을 쌓기 위해 많은 곳에 인턴, 알바를 해보았지만 늘 그 업무보다는 업무가 끝난 뒤 혼자 쇼핑을 하거나 혼자 짧게나마 놀러가는 걸 더 좋아합니다.
누구나 다 그렇다고들 하지만, 저는 일 자체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싶은 바람이 많이 큽니다. 그래서 더욱 남들 다 가려고 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계열을 상대적으로 덜 바라보고 있구요
일 자체에서도 행복함을 느끼려면 정말 저에게 잘 맞는 일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하는 데 아무리 이 일 저 일 도전 해봐도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직무검사도 유료인 것들도 다 해봤지만 제가 워낙 기분파라서 볼 때마다 너무 다른 결과들이 나와 버려 늘 준비하고 찾아보는 데 많은 애를 먹고 있습니다.
주변에 제 성격을 정말 잘 아는 분들에게 자문을 구해도 늘 답변이 천차만별이라 제 직무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기분에 따라 성격이 많이 달라지는 저와 맞는 직장(혹은 프리랜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을 찾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기분이 좋은 날이나 제가 잘 대해드려야 하는 어른이 계신 상황에는 정말 활발하고 당차고 늘 웃는 상을 잃지 않는 아줌마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고요. 그냥 보통일 때에는 혼자 하는 것을 최대한 즐기느라 바쁩니다. 혼자 여행을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책을 보거나 서점에 가는 식?
그리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제가 그냥 그 날 끌리는 대로 거의 물 흐르듯 제 기분에 몸을 맡기는 질풍노도 중2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저도 제가 하루하루 뭘 하며 지낼 지 가늠이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궁금한 것들이 정말 많아서 이야기가 많이 길어진 점 죄송합니다 ㅠㅠ
혹시 무료로 하시는 일이 고되고 힘드시다면 강조해드리고 싶은 내용들을 간단히 추려놨으니 꼭 읽어주시고 답변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청춘들에게 많은 길을 터주시는 모습 늘 보기 좋으시고 감탄했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분들께 해주시는 답변들과 추천해주신 책들 읽고 더 많은 깨우침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졸필의 제 답변을 프린터 출력까지 하면서 꼼꼼히 읽어주셨다니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겠지만 질문을 읽으면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현재 대학을 그대로 졸업하시고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인테리어 디자인’ 이나 건축 관련업을 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학점이 낮고, 역량이 부족하다보니 이 일이 나에게 맞나 이런 고민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아무런 목표도 없이 맹목적으로 공부해온 학생들보다는 훨씬 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온 측면이 있으므로 더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요.
건축 분야의 적성이 맞는지 고민하고 계시지만 분명 흥미는 있습니다. 다만 그에 뒤따른 역량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현실에 실망감을 느끼는 것이겠죠. 그러나 흥미가 있기에 꾸준히 하면 역량은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논리로 포장한 즉흥적인 판단을 하려고 하고 있지 않나 우려스럽습니다. 지금 현재 무엇을 할지 전혀 고려치 못한 상태에서 불쑥 다른 공부를 시작하거나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실타래가 엉키기 시작합니다. 한 번 엉키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혼자서 풀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상담을 의뢰했던 분들 중에 그렇게 잘못된 선택이나 행동을 반복하면서 문제가 엉켜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아무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진로를 변경해버리는 경우가 그럴 우려가 큽니다. 따라서 조금은 신중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하나의 꿈을 계속 이어오기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오셨습니다. 단지 성적이 낮고, 역량이 조금 부족할 뿐입니다. 성적이야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사회생활에서 성적이 활용되는 경우는 신입사원 채용 이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그것조차도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을 제외하면 그리 중요한 문제로 다루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 건 역량과 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원하는 분야의 직무역량을 키워나가면 됩니다.
물론 인테리어나 건축과 전혀 다른 일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직접적으로 일을 경험해보면서 그 과정에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지금까지 달려왔던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다 보면 전혀 다른 갈레의 길들도 자연스레 보일 겁니다.
게다가 개인적인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직장이나 직업에 더 크게 욕심내지 않고 시작할 수 있기에 더더욱 무리하게 전공이나 직무를 바꾸어 취업하는 것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사실 일과 삶의 균형적인 측면에서 본인 뿐 만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보다 삶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상태입니다. 다만 스스로의 태도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 운명처럼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던 운명처럼 만들어나가겠다는 각오로 일을 해나가려는 태도는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일 뿐만아니라 삶도 빛날 겁니다.
일단 대학 졸업 전까지 직무적으로 모자란 부분이나 배워야 할 부분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배우고 익혀보세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분명 누구에게나 즐거운 행복이 될 겁니다. 그러나 자신이 하는 일에서조차 흥미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조금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의 적성을 찾고 한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나가고 싶다면 지금처럼 주변과 비교해서 쉬이 포기하기보다는 일단은 사회 현장에 나가서 부딪혀 나가며 꾸준하게 도전해봐야 알 수 있으니 지레짐작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성화고에서 지금의 대학까지 누구보다 잘 해왔다고 봅니다. 소기소침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간다면 앞으로도 분명 잘 해나갈 겁니다.
그러니 차분하게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시길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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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정철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커리어 코치로, 대학교수로, 외부 특강 강사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상담가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KBS, SBS, MBC, YTN, 한국직업방송 등 여러 방송에 고정출연하기도 했다. 연간 200여 회 강연활동과 매월 100여명을 상담하고, 인터넷상으로는 1천만 명이 방문한 블로그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로도 활동하며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다.
나사렛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대구대학교에서 취업전담교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동아대 강의전담교수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진로백서>, <따뜻한 독설>,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등의 다수 저서를 집필했다. 사단법인 한국직업진로지도협회를 설립해 부회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고자 힘쓰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꿈과 희망찬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언론으로부터 닉네임까지 얻으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취업진로지도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며 400여명의 전문가를 배출해왔다. 궁극적으로는 진로성숙도를 높여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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