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직장을 그만 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 것도 안하고 고민만 늘어놓는 것이 문제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던 중 선생님 블로그의 글들을 읽고 메일로라도 상담을 신청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불쑥 메일로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간략히 제 소개를 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나이/성별: 20대 후반의 남성
학력: 00대학교
전공: 컴퓨터공학
관련자격증: 정보처리기사, 산업기사, 리눅스마스터2급, CCNA(네트워크 자격증), 정보보안기사 필기 합격 (실기 준비중..)
경력: 군부대 전산실 정보보호 특기병으로 복무
인턴 - 6개월 모 네트워크 보안 회사 (정규전환 X)
사원 - 7개월 모 시스템보안 회사 기술지원 엔지니어 (술 강요 문화로 인해 퇴사 결정)
현재: 00대학교 컴퓨터공학부 대학원 최종합격 후 입학하여 8월1일부로 연구실 출근 중. (9월부터 석사 1학기 시작)
사실 경력이라 할 것도 없는 짧은 사회생활을 경험했습니다. 첫 회사는 인턴 후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실패의 쓴맛을 봤습니다. 그리고 2번째 회사에서는 생각보다 너무 잦은 술자리 회식 문화와 술에 대한 지나친 강요와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퇴사에 대한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차라리 공부를 조금 더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는 도피성 50%, 공부에 대한 마음 50%로 제가 다녔던 동대학원과 00대 대학원을 지원하게 되었고 5월 말경 최종 합격 결과를 받게 되어 6월까지 만근하고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도 정리할 겸 그 동안 벌어둔 자금으로 1달가량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기간 내내 왜 이렇게 실패만 계속 거듭할까. 술 회식문화야 어딜 가도 있을 텐데 조금 더 참고 버틸걸 그랬나 그런 생각도 들고 대학원 가는 게 정말 옳은 방향인가, 대학원 왜 가려고 하는 것일까라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다녀온 직후 바로 연구실로 출근하게 되었고,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분야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기도 했고 지원해주는 장학금이나 인건비가 교수님과의 첫 면담 때와는 다르게 너무나 적어 마음이 어려워졌습니다. 또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다시 일을 해야 하는 되는 부분도 생겼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대학원생활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고민이 들었습니다. 이후 교수님과 다시 면담을 하게 되었고 입학 포기를 하고 다시 취업을 해야 될 것 같다고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2년 동안 학업을 이어오지 못한 상태에서 일반대학원에서 다시 공부를 따라가려니 어려움도 있었고,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어려움 등 진솔하게 말씀을 드렸더니 오히려 진심으로 같이 고민을 해주시면서 연구실 나오면서 취업을 준비해도 좋으니 휴학을 하더라도 등록포기를 하고 공백 기간을 만들지는 말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결론은 일단 1학기를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해볼 생각인데 막상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려니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뭐라고 정리해야할 지 머릿속이 막막했습니다. 퇴사에 대한 사유도.. 대학원 합격해놓고 안 가려는 사유도...
자꾸 일들이 꼬이는 것만 같아 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요즘 들어 자신감도 많이 위축되어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컴퓨터공학 전공을 하면 프로그래머로 진출한다고 하지만 연구실에 나와 1달을 생활해보고 또 학부 때도 프로그래밍 과제를 하면서 적성이 맞지 않고 다른 사람들보다 따라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그래머가 아닌 일반 엔지니어나 또는 회사의 전산팀에서 전산시스템에 대한 운영과 관리, 유지보수 하는 쪽에서 근무를 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장황해졌는데 막상 이력서에 쓰려는 뭐라고 이런 상황들을 지혜롭게 작성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여러 선택과정에서 제가 판단미스한 부분도 있을 테고 또 제 나름대로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던 건데 현실은 저와 너무 맞지 않는 경우들도 경험하게 되다보니 꾸준하지 못하다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제 현 상황을 말씀드리고, 조언을 구하고 싶어 이렇게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특별히 관심 있어 했던 분야는 정보보안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군복무도 정보보호병이라는 특기병으로 시험보고 입대했던 것이었고 회사들도 그런 쪽으로 다녔었는데 정보보안과 직접적인 업무보다는 전산팀 소속으로 사내 전산 인프라에 대해 전반적인 관리를 하며 보안적인 부분도 함께 담당하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보면 좋은 대학원 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연구실에 나와 보니 수많은 논문과 연구개발 업무와 과제들이 오히려 저에게 너무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경제적인 부분도 채우기 힘들다는 사실 때문에 다시 취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년 동안 만나면서 기다려준 여자 친구에게도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고,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은 마음도 없는 처지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너무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신입으로 지원하기에 나이도 많아 어려움이 있을 테고...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미취업자수가 사상최고치를 달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며 뭔가 의욕도 사라지고 스스로 많이 위축됨을 느낍니다.
선생님의 조언 간절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일단 아무런 대책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셨으니 조금은 잘못 하셨네요.
학교만 벌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사도 똑같지 않나 싶습니다.
잘못하면 잘못한 벌칙들이 뒤따릅니다.
어쩔 수 없지요.
그냥 벌칙 받으면 됩니다.
생각보다 벌칙도 별로 크지 않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모두 다 올바른 결정만 착착내리며 살아갈 수도 없는 법입니다. 때로 잘못된 결정이나 실수도 하는데요. 그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기도 합니다. 최소한 기존의 직장생활이나 개인생활에 대한 고마움이나 감사함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최소한 지금처럼 절박함을 느끼기라도 할 겁니다.
사실 그런 절박한 마음 때문에 변화된 행동을 실천하기에 실수를 기회로 변환시킬 수 있기에 실수가 오히려 성공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이제부터라도 올바르게 전략을 수립해서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만화로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미생’의 한 대사가 떠오릅니다. “직장을 다니면 매일 매일 전쟁터이지만, 직장을 벗어나면 매일 매일 지옥이 될 수 있다”는 대사가 떠오르는군요. 그렇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일어나는 게 우리 현대인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휘둘리며 살아가고 싶지 않다면 조금 더 스스로 강력한 힘을 갖춰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차별화 포인트나 경쟁력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전문역량이 있어야 하는데요. 그러나 경력초기에는 그럴 부분이나 요소가 부족할 겁니다. 아무래도 타고난 재능이 없는 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랫동안의 숙련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력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태도입니다. 기본적인 역량만 갖추고 있다면 역량이야 시간의 흐름과 노력여하에 따라 차츰 향상시켜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전혀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잘못 살아오지도 않았고요. 잘 살아오셨습니다. 다만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바른 태도를 익혀야 합니다.
태도가 바로서면 역량은 차츰 차츰 구축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경력초기에는 하기 싫은 것, 보잘 것 없는 일, 미운 사람과의 관계도 견뎌나가야 합니다. 술문화를 억지로 견디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렵겠지만 과감히 거절해야만 합니다. 업무적으로 자신을 무시할 수 없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겸손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부지런히 학습하고 배운 것을 적용하고 익혀나가며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힘이 쌓이면 남 비위 맞추는 그런 일 하지 않아도 괜찮고 내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추진해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이것저것 따지고만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보안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실제로 보안 업무를 해도 잡무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정말 전문화된 일을 하고 싶다면 직장을 다니는 동안 부지런히 일하고 공부해야만 합니다. 실무적인 부분을 파고들어 실무전문가가 되거나, 관련 분야의 서적이나 논문들을 파고들어 혼자 공부를 하거나, 실무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통해서 학습을 하거나, 대학원 같은 곳에서 공부를 파고들어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대학교수가 될 게 아니라면 전업으로 대학원만 다니는 것은 돈 낭비,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석사나 박사학위도 장기적인 경력측면에서 진로선택의 범위를 넓혀줄 수 있는 부분도 있으므로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학업만 전념하기보다는 나이도 있으시니 만일 대학원을 원한다면 대학원이나 다른 직장 같은 곳에서 경제적 벌이를 하면서 다니시길 권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는 겁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다시 일하면 됩니다. 저는 29살에 대학을 졸업해서 그 때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현재 상황은 결코 늦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다양한 경험과 경력까지 쌓은 상황입니다. 자기소개서에 쓰이는 소소한 내용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대학교나 대학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사실 직장이 최고의 배움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자세로 일을 통해서 배워나가기 위해 다시 직장생활로 돌아왔다고 진솔하게 이야기한다면 통하실 겁니다.
세상의 문제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개인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업 구조적으로 노동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야 어찌 할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최대한 스스로 막아낼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좌절하거나 절망할 일만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차분하게 준비해서 미래를 만들어나가면 됩니다.
부디 힘내서 꾸준히 준비해나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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