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집에 불났다!’는 소리는 들어봐도 ‘어묵 집에 불났다!’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부산역에 들린 사람들이라면 길게 늘어선 줄을 하나 볼 수 있다. 표를 사기 위한 행렬이 아니다. 어묵을 사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이다. 일명 ‘어묵 고로케’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다.
필자의 기억에는 지난해 10월경이지 싶다. 부산역사에 도넛 가게가 하나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오뎅집이 하나 들어섰다. 처음 든 생각은 ‘이런 번잡한 곳에서 오뎅 장사가 되겠나!’이런 우려감이 들었다. 오뎅하면 시장이나 상가나 마트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오고가며 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궁금하다 싶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다녔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줄이 더 길게 늘어서는 것 아닌가. 사람이 많으면 누구나 호기심이 일기 마련이다. 어느 날 나도 그 긴 행렬에 가담했다. 그렇게 ‘어묵 고로케’를 처음 먹어봤는데 그 맛이 참 기차다. 일전에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 그 고소하고 짭짜름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산역을 지나갈 때마다 이곳 어묵 집을 찾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2,30분 이상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는 곳으로 바뀌어 더 이상을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힘들어졌다. 인기폭발! 바로 이곳이 바로 ‘삼진어묵’이다. 삼진어묵은 3부자가 이어온 전통 장인 가게다.
1953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영도에 ‘삼진어묵’을 세운 이후 아버지 박진수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고 5년 전에 해외유학파 젊은 아들인 박용준 실장이 3대째 가업을 이어받으며 날로 번창하고 있다.
젊은 사장은 어린 시절부터 비릿한 ‘오뎅 냄새’가 몸에 배여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래서 자신은 부모님 가업을 이어받지 않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교에 진학 했는데 대학교 다닐때 두개골이 드러날 정도의 커다란 교통사고를 당해 무려 400바늘을 꿰매는 대수술을 하고 겨우 생명을 구했다고 한다.
부모님을 설득해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자신은 죽었다 생각하고 마음껏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매달렸다. 아들을 가까이에서 붙잡아 두고 싶었지만 새로운 생명을 얻은 아들을 둥지에만 붙들어 둘 수어 아들을 떠나 보냈다.
그렇게 2,3년이 흘러 아버지가 큰 병을 앓게 되어 더 이상 가업을 이어가기가 어렵겠다고 판단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부탁을 했다. ‘그냥 한국에 돌아오면 안 되겠느냐’고.
그렇게 젊은 아들은 가족을 위해 아무 말 없이 한국에 돌아왔다. 다행히 아버지 건강을 회복했으나 아들은 제대로 일해보자는 마음으로 어묵 사업 확장의 꿈을 품었다.
이곳저곳 거래처를 뚫기 위해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하는데도 거절 받기가 일쑤였다. ‘삼진어묵’이이라는 회사 자체브랜드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묵 시장에는 일부 브랜드가 휩쓸고 있었고 대다수의 어묵 기업들은 브랜드라는 것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국에 있는 어묵 시장조사를 해봐도 어묵이라는 것이 네모난 모양, 동그란 모양, 길다란 모양 등의 10여개 모양이나 상품 이외에는 더 이상 찾아볼 어묵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사장은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보자고 마음먹고 신상품 개발에 앞장선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어묵고로케’다. 이렇게 일을 시작한지 불과 4년 만에 매출액이 10배가 뛴 것이다. 연간 매출액 30억에서 300억이 된 것이다. 올해 2015년에는 500억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직원들도 100여명을 추가로 채용했다고 한다. 놀라운 발전이 아닌가 싶다. 지금 추세라면 매출 1000억 돌파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불과 3개점을 운영할 뿐인데도 이곳을 통해서 일어나는 매출액이 300억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싶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지 싶다. 대전역에서 만남 성심당이 ‘튀김 소보로’가 떠오른다. 이곳 대전역을 오갈 때마다 예사로 2,30분씩 기다렸는데 내가 볼 때는 이곳보다 ‘삼진어묵’이 더 불티나는 것 같다. 실제로도 지난 2014년도 전국 주요 역사 매장 매출액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튀김 소보로’는 ‘도넛과 소보로 빵과 단팥빵’을 한데 어울러 만든 빵이다. 어쩌면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그게 뭐 어떠랴 싶다. 요즘은 이렇게 서로 다른 이업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늘 자신의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도 눈돌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지출처: 삼진어묵 블로그에서)
젊은 실장 역시도 뉴욕에서 보냈던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로부터 본 다양한 음식 문화를 보며 우리 역시도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부산지역을 뛰어넘어 전국뿐 아니라 전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식자재들을 선보이고 싶다는 큰 포부를 밝힌다. 이런 젊은이들이 있어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삼진어묵 팬으로서 영원히 살아가고 싶다.
삼진어묵 열정불꽃 퐈이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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