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수도권 직장생활의 장점과 단점
나는 서울 생활을 10여 년간 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서울과 경기 지역을 번갈아 옮겨가며 살았다. 그런데 대개 수도권을 서울로 생각하는 경향이 큰 듯하여 ‘서울 생활’로 말했음을 양해 바란다.
직장을 다니면서 서울에 자주 출장을 오긴 해도 본격적으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은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1월이다. 지방에서는 더 이상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해서 서울행을 결정했다.
나는 어디에서나 적응을 잘하는 기질적 특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생활은 다소 적응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정이 안 갔다. 따닥따닥 붙어 있는 건물들이 삭막해 보였다. 도시의 빌딩숲이 나에게는 마치 성냥갑 같아 불편했다.
한 건물 안에 주거시설에서부터 술집, 음식점, 대중탕, 숙박 시설, 병원, 노래방, 편의점 등 거의 모든 시설이 다 있었다. 그러니 누구는 편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싫었다. 많이 답답하고 각박하게만 느껴져 인간다운 맛, 사람 사는 맛이 없어 보였던 탓이다. 마치 폐허가 되기 전 미래 도시의 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 같았다.
공기 오염으로 인해 밤하늘을 쳐다봐도 별 하나 찾아보기 힘들고, 대낮에도 스모그 현상 때문에 푸른 하늘을 어렵다는 점이 싫었다. 숨 쉬는 공기 역시 깨끗하지 못한 것 같았다. 교통은 말 그대로 지옥이다. 지독하게 막히는 도로 상황으로 인해 버스나 택시 타기가 무서울 정도다. 어떤 때는 걷는 것보다 더 느리게 느껴질 정도다.
꽉 막힌 도로를 운전하기도 고역이다. 그나마 지하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물론 지하 공기는 좋지 않지만 이동 중에 책을 볼 수 있다는 점만큼은 최고의 장점으로 손꼽을 수 있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2호선 지옥철에서는 책 펼치기조차 힘들었다. 사람들에게 밀려서 읽고 있던 책이 내 얼굴을 덮치기도 했다. 그래도 지하철이 나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움직이는 도서관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값도 비싸고, 물가도 비싸고, 사람들도 각박해 보여서 쉽게 정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등산을 하면서 서울에 대한 나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회사에서 억지로 가는 등산이었지만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청계산, 인왕산 등을 번갈아 등반하면서 이런 명산들이 서울에 있다는 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같은 산이라도 올라가는 코스를 달리하면 또 다른 묘미까지 있었다.
대중교통만으로도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바로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산에 오르다 보니 왜 수도 서울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풍수지리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병풍처럼 아우르고 있는 명산과 한강이 서울을 보호해주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산을 탄 이후로 서울에 정이 들기 시작했다. 도시에, 문화에, 기업에, 사람들에까지.
그러고 보면 서울에도 좋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다른 지역보다 일자리가 많다.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프라도 좋다. 교통망도 그렇고, 교육 시설이나 교육 혜택도 그렇다. 문화 혜택적인 측면이나 사업 운영 면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원활하다.
사실 내가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서울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물론 대단한 위치는 아니지만, 서울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서울에서는 그만큼 기회가 많다. 분명 그 기회를 찾아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것일 게다. 다만 각박하고 경쟁적인 분위기이다 보니 조금만 뒤처져버리면 도태되어간다는 느낌을 가지기도 쉽다.
그래서 어두운 도시의 그림자처럼 쓸쓸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 곳이 바로 서울이다. 서울에 올라와서 많이 놀랐던 것이 바로 집값이다. 월세나 전세도 만만치 않지만 내 집 마련을 하기는 여간 만만치 않다.
서울에 올라와 3년 이상을 단칸방에서 월세살이를 하며 혼자 지냈다. 내 실수로 거의 모든 재산을 날리면서 구차한 삶에 목숨을 버리고 싶다는 극단적인 마음까지 들기도 했다. 그나마 어려운 환경을 벗어나긴 했지만 또다시 3년을 단칸방이나 마찬가지인 조그만 다세대 빌라에서 전세살이를 해야만 했다. 말이 방 두 칸이지 기다란 방 한 칸에 칸막이용 문으로 구분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몇 년간 열심히 일한 덕분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집 한 채를 겨우 마련할 수 있었다.
억척스럽게 살았던 덕분이다. 집도 장만한 만큼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두 서울로 올라오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당신이 부산으로 내려오면 안 되느냐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그렇게 기회를 주었던 서울에서 잠시 떨어져 살아보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동안은 여유를 느낄 틈 없이 바빴다. 스트레스로 인해 59킬로그램까지 빠졌던 몸무게가 지방으로 옮기면서 70킬로그램 정도로 다시 불었다. 싫어졌던 내 외양이 10년 전보다 더 좋아져 보이기까지 한다.
착시 현상일까. 여하튼 수도권에 살 때보다 여러모로 나를 둘러싼 상황이 좋아졌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서울에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 서울이 앞으로도 더욱 살기 좋아지고 발전하길 바란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좋은 기회의 공간을 제시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지만 도시의 그늘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버려 공동화(空洞化)되는 지방 도시를 외면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왜 굳이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언급했을까’ 하고 의아해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편집자가 그런 질문을 나에게 던졌기 때문이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서울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서울에서 성장한 분들은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서울 사람들도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도 있기에 수도권 직장생활과 지방 직장생활에 대한 문제는 중요한 문제다. 물론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에 대해 한 번씩 고민해볼 것이기에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여 언급해 봤다.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고려하는 분들에게는 분명 내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반대로 지방에 회사가 있는 관계로 지방에서의 생활을 고려하고 있는 서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하나를 더 추가해볼까 한다. 서울은 겨울에 눈을 많이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내가 있던 고향 부산에는 한겨울에도 눈 구경하기가 어렵다. 반면 서울에는 바다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마음이 울적할 때 달려가면 언제나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던 파도소리가 없다는 건 마치 늘 나의 고민과 푸념을 묵묵히 들어주던 친구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나마 한강이라도 없었더라면 서울생활은 너무 삭막했을 뻔했다.
30대 중반의 성인이 되었는데도 가족들 때문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그러지 못하고
직업적으로 갈등하는 직장인을 종종 보아왔다.
삶의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현대인은
자신의 지식을 높이 평가해주는 곳에 있어야 한다.
그것이 수도 서울이든 지방이든,
미국 뉴욕이든, 아프리카든,
지구상 그 어디든.
* 참조문헌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 페이스북 코멘트:
저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될 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요.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수도권 생활에서 안 좋은 점도 많았고, 어려움 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수도권 생활을 통해서 여러 가지 성장 기회를 가진 면도 있기에 좋은 면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저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 자전적 에세이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에 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글을 조금 업데이트해서 제 블로그에 다시 담아봅니다.
여러분들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까,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 있으신지요. 그러한 개인적 경험을 댓글로 알려주시면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할지,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행복한 한 주 출발하세요^^*
* 따뜻한 카리스마와 인맥맺기:
저와 인맥 맺고 싶으시다면, 트위터 @careernote, 페이스북 친구맺기+, 비즈니스 인맥은 링크나우+, 자기경영 클럽 활동하고싶다면 클릭+^^, Han RSS 구독+^^, Daum뷰 구독자라면 구독^^, 취업수기 공모 : 클릭+
무료 상담(공개) 클릭+ 유료 상담(비공개) 클릭+, 카리스마의 강의주제: 보기+^^, 카리스마의 프로필 보기^^*,
취업진로지도 강사/코치 양성교육 (카리스마의 자기관리 노하우 배우기) : 자세히 보기 +
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서른번 직업을 바꾼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게 장인정신을 가르쳐 준 구두닦이 아저씨 (10) | 2013.11.11 |
---|---|
예의 없는 괴물을 양산하는 자기중심적 사회 문화 (4) | 2013.11.01 |
우리 곁에 존경받을만한 선생님은 진정 없는가? (4) | 2013.10.25 |
영업직에 무조건적인 알레르기를 보여서는 안 되는 이유 (17) | 2013.10.15 |
아내의 입사지원서에 추천서를 작성한 사연 (3) | 2013.10.07 |
폼 나 보이는 직업이면에는 무수히 번거로운 노력이 숨어 있다! (2) | 2013.09.25 |
자기성장을 위한 직장인들의 생존 몸부림 (2) | 2013.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