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0000대학교 간호과 예비 3학년 000라고 합니다. 나이는 21살입니다.
보다 성공적이고 현명한 방법으로 저의 꿈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중, 교수님의 블로그를 보고 이렇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00지역 출신으로 중학교 시절에는 중상위권에 들었고, 비평준화 지역이라 제 성적대의 학생들이 가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절, 저는 그 '모두'들과 반대로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특히 수학 교과를 담당하고 계시던 선생님들께서는 저를 포기하실 정도였습니다. 같은 반 학우 모두가 보는 앞에서 면박을 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를 회상해 보면, 저는 꿈도 없었습니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긴 했지만 공부를 못 하니까 그것 또한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가고 싶은 대학도 전공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 수능도 소위 말해 '죽'을 쑤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취업이 잘된다는 간호과를 권하셨고, 수능을 쪽박 찬 저는 면목이 없어 당신께서 바라시던 간호과에 진학했습니다. 여기저기 수십여 군데 대학에 원서를 제출해서 겨우 입학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절대로 고등학교 시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비록 평소에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수업시간에 충실했고 시험기간 때는 '밤샘 공부'를 했습니다.
실습에 나갔을 때도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살려 항상 먼저 인사했고,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 결과 2학년 2학기 현재 200여명이 넘는 학생들 중에 상위 10%안에 들기도 했습니다. 많이 우수하진 않지만 학점도 전 학년을 거듭하면서 올라가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사촌언니도 저에게 '개과천선' 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실습지도 교수님께서도 제게 자랑스럽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적은 모든 것이 제 학창시절 및 대학생활의 전반적인 상황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000대학교는 작년부터 간호과가 간호학과로, 3년제가 4년제로 바뀌었습니다.
4년제로 진급하는 데에는 성적 제한이 있지만, 제 등수는 안정권으로 4년제 간호학과에 신청하면 진학이 가능합니다. 부모님 또한 그것을 바라고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1학년 때 부터 편입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그리하여 저에게 맞는 학교를 탐색한 결과 00대학교 00캠퍼스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00대 00캠퍼스는 저희 학교보다 인지도도 높고, 자대병원도 있으며, 학력이 전문대가 아닌00대학교 학생이 되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제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매우 심한 편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00대학교에 다니는 것이 더욱 이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편입을 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더 넓은 곳에서, 제 미래(00병원 간호사)를 꿈꾸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등록금이 400만원에 달하고, (저희 학교는 국가장학금 포함하여 210입니다) 편입 시 3학년부터 다시 학교에 다녀야 해서 일반 4년제 학생보다 1년 더 늦게 졸업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 의견을 존중해주시는 편이나, 아버지께서 완고하게 반대하십니다.
살면서 저는 능동적으로 제 길을 개척해 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00대학교만큼은 반드시 저의 실력과 노력으로 진학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현재 아버지께서는 제가 다니는 현재 대학에 다니는 저를 매우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00대에 진학함으로써 아버지께 저도 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반(反)하는 도전이 될 지도 모릅니다.
교수님, 제 상황에서 전문대 4년제 간호학과로 졸업하는 것과 편입하여 00대학교 00캠퍼스 간호학과로 졸업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까요?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현명한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답변:
답변이 늦어진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편입을 해야 되나 말아야 고민 중이신데요. 마음은 편입 쪽에 있는 것 같군요. 하지만 죄송하게도 저는 지금 현재 대학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취업준비생이 생각하기에 그 정도 대학이면 네임 밸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기업이나 병원에서 볼 때는 그리 큰 차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자세와 태도를 더 중요시 볼 겁니다. 어디가 더 낫다는 환상에 한 번 사로잡히고 나면 계속해서 더 나은 곳을 쫓아다니는데 시간을 낭비하기 쉽습니다. 그것은 학력, 직업, 직장, 이성 친구, 배우자, 가족, 종교, 국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환상의 무지개만을 쫓아다니면서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조금 더 큰 측면에서 인생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극적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보세요.
조금 더 나은 대학 나왔다고 문제가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당당하게 살고 싶다면 오히려 전문가로 도약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학습하고, 현장에서 더 열정적으로 일해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지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 바라보려면 근시안적인 한계에 갇힐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이름 없는 지방대를 그것도 야간학과로 졸업했습니다. 한동안 핸디캡으로 작용했는데요.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말입니다. 학력은 눈앞의 환상일 뿐입니다. 원하는 대학에 편입해봐야 또 다시 분교라는 꼬리표가 떼어버리고 싶은 핸디캡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00캠퍼스가 아니라 본교로 가고 싶다든지 더 나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들 겁니다. 그런 식으로는 결코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없습니다.
행복은 그런 식으로 찾는 것이 아닙니다. 내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만들어나가는 사람입니다. 너무 멀리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마시고 아주 가까이서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시면 일에서도 인정을 받고, 가정에서도 인정받고, 보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제는 무지개만을 쫓아다니지 마시고, 무지개를 직접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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