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안녕하세요?
인터넷 검색하다가 교수님 글을 보게 됐고 도움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 고민을 상담 받고 싶어 이렇게 제 고민을 보내 드립니다.
저는 20대 후반으로 학력은 고졸입니다. 현재는 외식업 주방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집도 가난했고 성적도 하위권이었습니다. 졸업 후 정신 차리고 대학에 가고자 알바를 해서 돈을 벌고 21살까지 두 번에 걸쳐 입시를 치렀지만 대학에 낙방했습니다. 이후 군대에 다녀와서 대입준비를 다시 하다가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미대 입시를 준비 중인 동생이 있었고 당시 어머니께서 몸이 안 좋아지셔서 수입이 줄어든 상태였으며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도 됩니다.
잠깐 제 자라온 환경을 말씀드리자면
어렸을 때 부모님의 사이가 안 좋으셔서 가정폭력을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 중학교를 마칠 때 쯤 어머니가 아버지를 피해 서울로 올라왔고 지금까지 아버지와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그 후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는데 양육권은 아버지가 가지셨지만 어머니가 저희를 키웠습니다. 아버진 저희가 아버지를 싫어하고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돈 한 푼 보내주지 않으셨고 매일 술만 마시고 사셨습니다. 현재 아버진 가진 재산 다 잃고 지금은 몸이 안 좋아지셔서 병원신세를 지고 계십니다. 병원비도 어머니와 제가 충당하고 있습니다.
제대 후 24살 겨울이 다가올 쯤에 막노동을 시작했습니다. 아파트단지 방화문을 나르는 일을 하다가 중간에 닥트공사도 하면서 그렇게 1년을 공장현장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 아는 분의 소개로 현재 하고 있는 외식업종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개인 한정식 집에서 주방에서 근무하고 있고 이제 내년이면 3년차가 되지만 지난 20일 가게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쉬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바쁘게 살다가 이 기회에 제 삶을 돌아보고 싶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상담을 드리게 됐습니다.
외식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낮은 급여로 생활이 많이 힘듭니다. 2년차지만 150에 들어와 현재 받는 월급이 170정도고 실장님이 220정도 됩니다. 실장님께 물어보면 개인 업장에서 250까지 받으면 많이 받는 거라고 합니다. 주위 주방에 근무하는 분들에게 물어봐도 실장님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외식업 특성상 일정금액까지 오르면 더 이상 급여인상이 안 됩니다. 매일 마다 나중에 내 가게 하나 내자라는 일념하나로 버텨왔지만 돈이 안모이니 목표도 멀어져만 갑니다.
현재 빚이 있는데 4천만원정도 됩니다. 어머니가 사기를 당하셨는데 갚고 남은 금액입니다. 현재 월세에 거주하고 있는데 보증금도 빚을 내서 마련했습니다. 지금껏 일해 오면서 매달 남는 돈은 2-3만 원 남짓이고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생활이 너무 앞도 안보이고 답답해서 얼마 전 가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생산직쪽 쪽으로 옮기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외식업쪽이랑 비교하니 같은 근무시간이고 급여 면에서도 외식업보다 훨 낫더군요. 요리하는 게 싫은 것도 아니고 내 가게를 차리자는 목표도 있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이 방법이 나을 것 같아 이 길을 선택하려 합니다. 그래서 제가
오랜 생각 끝에 몇 가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중소기업으로 생산직으로 취직해서 경력을 쌓은 뒤에 이직을 노린다.
두 번째는 올해까지 돈을 마련하고 내년에 대학(폴리텍,전문대)에 입학에 기술을 배운 뒤 취업을 한다.
세 번째는 외식업을 계속하되 부업으로 한 가지 일을 더한다. (전에 어머니가 다치신 적이 있는데 그 때 당시 생활이 너무 힘들어 두세 시간 쪽잠을 자면서 식당 일을 하고 새벽에 세차일도 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나중엔 너무 힘들어 포기하게 됐지만요.)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돈을 벌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것입니다.
위에 네 가지가 제가 생각한 진로입니다. 솔직히 가난한 환경과 여유가 없는 삶 때문에 꿈 같은 건 사라진지 오래고 금전적으로 생각이 치우치다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진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가 버티는 게 최선이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계획한다는 자체가 제겐 사치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 저 잘 살고 싶습니다. 결혼도 하고 싶고 제 자식들에겐 가난을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고 누군가에게 가진 것을 베푸는 삶도 살아보고 싶습니다. (대입당시 의대진학이 목표였고 남들 위해 봉사하면서 사는 것을 꿈꿨습니다.)
교수님 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요?
소중한 시간 내서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한 마음이 들어 가슴이 아프네요. 모아놓은 돈은 없고, 빚만 있는데 받는 급여라고는 너무 적고, 학력은 고졸이니. 분명 어려운 현실이죠.
하지만 기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생산직으로 옮기면 급여는 더 나을지 모르죠. 하지만 결국은 생산직 직공이라는 한계에 갇히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처지와 환경으로 볼 때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겠다는 선택은 뜨거운 불빛을 향해 날아가려는 불나방 꼴이 될 수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그 불빛이 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절망의 불빛이 될 겁니다. 대학을 졸업한 무수한 학생들이 대학 다니는 동안 공부하고, 졸업하고도 한 달에 1,2백만 원을 주는 학원을 다니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런 학생이 10만 명 정도 있고, 그 외에도 10만 명 정도가 매년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 수많은 경쟁자들과 그렇게 몇 년을 경쟁해야 하는데요. 실패할 때는 너무도 치명적입니다.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생각보다 훨씬 보수가 적습니다. 상처밖에 없는 성공이 될 겁니다.
폴리텍 대학이나 전문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도 좋습니다. 상담을 한 번 받아보세요. 다만 일을 그만두고 공부에만 매달린다 하더라도 결국은 다시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2,3 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특별히 더 나아질 것이 없습니다. 물론 본인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려면 적어도 5,6년에서 10년은 걸릴 겁니다. 문제는 그 변화도 아주 큰 변화는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둘러볼 때 평범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가장 많은 방법은 사업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사업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 역시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성공한 부자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망한 사람들도 그만큼 많은 것이 장사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장사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현대인들의 의식주와 서비스 산업 더욱 더 소비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추세 속에서 어떤 장사꾼들은 성공하게 되고, 어떤 장사꾼들은 실패하게 됩니다.
그 차이를 극복하도록 해야 합니다. 왜 어떤 장사는 잘되고, 어떤 장사는 안 되는지 그 이유에 대한 학습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통해서도 공부할 수도 있고, 강연을 통해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경험과 지혜를 배우고 몸으로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현재까지 해왔던 일을 일단은 지속하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조금 더 전문가적인 기술과 식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동시에 폭넓게 경영과 관리라는 큰 분야를 더불어 같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간간히 부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공부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제가 말하는 공부는 학교가 아닙니다. 세상의 학위에 너무 눈독 들이지마세요. 학사, 석사, 박사 부러워 마시고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인생박사가 되어야 합니다. 부지런히 책을 읽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강연도 많이 듣고, 생각도 많이 하고, 내 삶에 적용했으면 합니다.
배우고 익힌 것들은 현장에 적용해서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고객을 어떻게 더 만족시킬 수 있을지, 다른 경쟁자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방법을 끊임없이 적용해나가야 합니다.
열정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비록 작은 식당에서 작은 급여를 받고 일하지만 마치 내 일처럼 일해야 합니다. 성공하지 못한 평범한 식당의 평범한 실장님만 바라보며 인생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조금 더 큰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저 녀석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그런 습관과 근성이 붙으면 자연스레 내 존재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인연과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될 겁니다.
저는 29살에 대학을 졸업 했습니다. 그 때 당시 우리 집안은 전세 2천만 원에 네 식구가 겨우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300여 군데나 입사탈락하고 겨우 취업했는데요. 그것도 비정규직에 월급이 100만원밖에 안 되는 불안한 직장이었고 결국 2년 만에 구조조정까지 당했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지금 그리 나쁜 편만은 아닙니다. 절박함을 가지고 삶을 불태우겠다는 열정으로 살아가신다면 나중에 음식 장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일에도 분명 잘해낼 수 있을 겁니다.
의대를 들어가겠다는 꿈을 뒤늦게 이룰 수도 있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은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의 현실에만 함몰되지 않으면서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으로 노력하면서 살아가신다면 가능합니다.
의지를 불태워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페이스북 코멘트:
볼품없는 조그만 식당이나 조그만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가진 재산도 없고, 일자리도 불투명하고, 학력도 낮고, 미래도 막연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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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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