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
안녕하세요
저는 33세의 여자이며, 얼마 전까지 웹 디자인 일을 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잘 그린다는 칭찬도 많이 받아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사정이 미대를 보내줄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고 제 자신 또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고집하기 보다는 집안사정에 맞춰서 차선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평소 좋아했던 사회 과학 쪽인 신문방송학과와 광고홍보학과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술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큰 미련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했던 곳이 모두 떨어졌고 전문대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집안형편상 재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서울소재 전문대 식품영양과를 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가게 된 학과인데다 이과 쪽은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하게 되었고 결국은 졸업 후에 편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편입을 할 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생각했고 우선 웹디자인학원을 다녀 작은 회사에 다니면서 편입을 하기위해 돈을 모았습니다. 너무 작은 회사여서 월급도 제대로 안 나오고 힘들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돈을 얼마모아 미술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부모님과 갈등이 있었고 갑자기 어머니께서 아프시는 바람에 중간에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고 차라리 취업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취업을 다시하기로 결정했지만 전과 같은 작은 회사를 들어가면 월급받기도 힘들고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집에서 혼자 프로그램공부도 하고 포트폴리오도 만들면서 나름 취업준비를 하였습니다.
어머님이 아프셔서 돌봐드리면서 취업준비를 했기 때문에 준비시간이 좀 많이 걸리게 되었지만 결국은 00호텔 계약직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규직이 아니어서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정규직사람들보다 몇 배로 열심히 일하고 능력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일이 편해지면서 제 자신이 조금은 나태해졌다는 생각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어느 이상은 올라갈 수 없고 언제 계약이 만료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회사를 그만두고 정규직을 알아보게 되었고 외식업체에서 웹디자인과 마케팅 일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디어가 많고 분석을 잘하는 편이라 마케팅 일을 배우지 않았지만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저도 디자인 말고 새로운 저의 재능을 찾게 된 것 같아서 일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꾀 안 부리고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은 좋은 대학교 직원이 새로 들어오면 제가 하던 일을 그 사람에게 주고 저는 어느새 밀려나 있고 대학간판만 보고 일을 시켰다가 그 사람이 잘 못하면 또다시 저에게 일을 시키고...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몇 번 반복이 되니깐 정말 일할 의욕을 잃게 되었고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능력 없는 상사 때문에 일은 제가 다하는데 한만큼 인정도 못 받고 저보다 학벌 좋은 사람이 오면 저는 또 밀려날 거라는 생각을 하니깐 더 늦기 전에 저 자신을 위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성격상 일과 공부 두 가지를 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에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 중이지만 전문대 학력에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좋은 직장을 갈 수가 없고 지금 공부해서 학력을 높여놓아도 제가 하는 일이 40이상 넘기기 힘들겠다는 생각과 평소 제 성격이 소극적인면도 있고 내성적이고 고지식한 면이 있어 공무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적은 나이가 아닌 만큼 자세히 알아보고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실망감이 더 컸습니다.
월급이 적거나 야근을 많이 하는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군대식 조직문화에 윗사람이 시키는 데로 해야만 분위기에 제가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일적으로는 윗사람에게 틀린 것이 있으면 꼭 이야기해야하고 아부 같은 것을 잘 못해 그 대신 일을 몇 배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 저랑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하는 일을 정확히 모르니 적성에 안 맞으면 어떡할지... 차라리 마케팅 쪽으로 더 공부를 하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친구가 있는 미국에 유학가 미술공부를 해서 미술학원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고민에 불안한 마음만 커집니다.
안정과 적성 중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고 이제 공부하는 재미를 알았고 부모님도 많이 이해해주시는데 나이가 많다는 생각에 뭐든 도전하기가 겁이 납니다. 저는 일하지 않으면 우울하고 불안해하는 성격이라 정말 늦은 나이까지 일하고 싶거든요...
주절주절 너무 많은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원래 누구에게도 고민을 잘 털어 놓지 않는데 우연히 교수님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고 용기 내어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ㅠ
답변:
용기 내어 고민을 털어 놓아주셨는데 불구하고 답변이 늦어진 점에 사과를 드립니다. 사실 저도 일이 너무 밀려서 용기 내어 메일 상담 답변을 거절하고 싶은 심정인데요. 심각하고 고민하고 과정에서도 시간을 쪼개서 답변을 드리고 있다는 변명을 하오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말씀하신 부분만을 고려할 때는 일을 본능적으로 잘하시는 분 같습니다. 재능과 역량도 있는 분으로 보입니다. 다만 조직내부에서 자신이 일한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학벌 때문일까요? 네, 분명 부조리한 처사입니다. 하지만 저는 꼭 학벌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직급이 낮기 때문입니다. 직급이 낮다는 것은 파워, 그러니까 권한이 적다는 거죠. 조직 내에서 입김을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말씀입니다.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자신의 목소리를 서서히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과 업적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처럼 몇 개월 근무하고 그만두고 또 그만두고 해서는 안 됩니다.
다소 더럽고 아니꼽고 치졸해도 조금은 더 참고 견디고 인내해야만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내 업무를 더 좋은 대학 출신이 가져갈 수도 있고, 내 업적을 상사가 가로 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참고 인내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조직 내에서 계속해서 존재하게 되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서서히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 때는 자연스럽게 중요한 업무를 그런 사람들에게 맡기게 되어 있습니다. 만일 앞으로 조직 생활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업무와 상관없이 한 가지 일을 지속적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가능한 스카우트되어 이동하기 전까지는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서 진급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웃는 표정도 연습하고, 다소 어색하더라도 대화도 주고받으려고 노력하면서 사람들과 관계 개선에 애써야 합니다.
공무원 시험의 경우 비록 늦은 나이지만 공무원 준비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본인의 학업성취도나 그동안의 시험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해야만 합니다. 공무원시험 통과 자체도 어렵지만 말씀처럼 조직생리가 본인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도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미술 강사의 경우 굳이 미국유학을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형편도 안 되면서 이것저것 다 차린 밥상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만일 이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면 내 형편에 맞춰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야만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혼자 독학할 수도 있고, 전문학원에서 공부할 수도 있고, 개인 교습을 받을 수도 있고, 관련 대학을 다닐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 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맞지 않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도 다니면서 실제로 경험을 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도 직장 일을 병행하면서 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몸이나 마음이 빠듯할 수 있겠지만 잃어버린 시간들을 다시 쓴다는 마음으로 남들보다 더 노력하면서 나아간다면 자신의 인생을 바르게 걸어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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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저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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