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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운동,명상

골프 부르조아 스포츠인가?(좌충우돌 골프 탐방)

by 따뜻한카리스마 2008. 1. 28.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났다. 10대에 만났던 친구들을 나이 마흔이 넘어서 다시 만났다. 골프라는 취미로.

나는 일산에서 출발해서 부산으로 들렀다가 친구와 만나서 경남 양산으로 향했다.

골프장으로 가는 동안 그동안 밀렸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양산에 있는 통도 CC에 도착했다. 다른 친구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나보고 옷 준비 해왔느냐고 했다. 지금 입은 상태 그대로라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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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CC의 홈페이지에서

다. 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대부분의 골프장에서는 청바지 입장 불가라고 한다. 만일 입고 들어간다고 해도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그제서야알았다.
 
('그제서야'라는 말이 쓰고 보니 철자가 맞는지, 표준어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때서야 비로소’라는 경상도 사투리다.)

골프는 사치스러운 스포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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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부르조아
원래 부르조아는 마르크스주의의 기본적 개념으로 자본가계급(資本家階級, capitalist class)을 부른 말이었다. 노동자계급에 대비되는 말로서 통상 노동자 착취하는 계층으로 인식하였다. 현대에서는 부를 축적한 부자를 다소 경시하는 어투로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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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사치 스포츠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이어서 “내복은 입고 왔냐?”라고 물어본다. 나는 “아이, 촌놈아, 누가 내복 입고 다니냐?”라고 했더니 오히려 나를 촌놈으로 본다. 나중에 알았다. 락카룸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데 모두 내복 입고 왔다는 것을...나만 맨 몸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스타킹 안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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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라운딩엔 내복 필수

고 와서 &^^*

아침에 와이프가 추우니깐 팬티 스타킹이라도 입고가라고 했는데, 만일 그것 입고 갔었다가는 완전히 망신살 뻗칠 뻔했다 ;;;_+*****^^****+_ ;;;;;;
(이미지출처; 네이버, richman60, 여자 몸매가 너무 착하다)

이번에는 ‘모자 가져왔느냐?’고 한다. ‘그럼, 가져왔지, 이거야’라고 자신 있게 내밀었더니 다시 웃는다. 이 추운 한겨울에 덮개도 없는 모자로는 턱도 없단다. 그래서 군밤장수 같은 모자까지 얻어 썼다. 내가 입고 온 상의로는 바람을 막을 수 없다며 바람막이까지 준다.

모자에서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빌려...
결국 모자에서부터 바지까지 모조리 얻어서 입었다. (사실 골프채까지 모두 빌렸다) 허허벌판에서 내복도 없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하체는 춥지 않았다. 그만큼 내가 튼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마도 골프복이라서 바람을 막아줘서 그런 것 같았다. 볼마크에 티까지 이래저래 챙겨야 될 것이 많았다. 라운드에 가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챙겨야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머리 올리는 일이라 친구들이 모조리 준비를 해줘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려운 사이보다 가까운 사이와 같이 가는 것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에서는 나처럼 초보자들이 처음 라운딩을 나가는 것을 ‘머리를 올린다’, ‘머리를 딿다.’, ‘댕기머릴 올린다.’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마치 신혼 첫날밤을 연상시킨다.

초보가 라운딩 나가기 전에 챙겨야 될 물건들
골프채, 골프화, 골프장갑, 골프복(꼭 골프복 아니라도 그에 걸맞은 의상, 청바지/반바지는 안돼, 겨울엔 내의준비), 티(최소 5,6개), 볼마크(동전으로 해도 되나 폼 안 난다, 사실 캐디가 다 해주더라), 모자(겨울엔 덮개 있는 모자 좋음, 우리 친구하나는 땀이 많다고 여름용 모자를 가져온 친구도 있었다. 따라서 체질별로 준비할 것),  볼(초보는 많아야 한다. 난 24개들이 한 박스 가져갔는데, 4개 밖에 잊어버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하더라), 여행용 형식의 골프백 또는 작은 가방 (골프화, 옷 등의 장비를 옮길 수 있는 가방)

비빔밥 한 그룻에 13000원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바로 구내 레스토랑으로 갔다. 점심으로 돌솥 비빔밥을 먹었다. 전복도 조금 있고 제법 맛있다. 메뉴판을 보니 13000원이다. 비싸다고 듣긴 했으나 조금 놀랬다. 친구가 계산했다. 락커 키로 계산을 했다. 찜질방에 있는 키와 비슷했다. (영화 해바라기에서 주인공 김래원이 목욕탕에서 이 키로 어떻게 열어야 될지 몰라서 끼익끼익하자, 일하는 사람이 그것 정밀한 첨단기기니깐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큰 소리치던 그런 키 말이다. 사실 그냥 그렇게 평범한 키다.)

이쁜 캐디가 전동카트 몰고와 (인물 사진촬영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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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로 이동하지만 그래도 10km행군

시간이 남아서 30여분을 기다렸다. 오후1시7분에 부킹이 되어 있다고 했다. 정확하게 그 시간에 캐디가 이동차량을 가지고 왔다. (전동카트라고 부르는데 보통 카트라고 불렀다. 마트의 카트처럼)

캐디는 손목에 있는 전자시계에 시간을 기록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라운드는 매10분에서 20분 단위마다 한 팀씩 출발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조금 빨리치거나 하면 앞 팀과 마주치고, 조금 늦게 치면 뒤의 팀과 마주쳤다. 이 추운 겨울이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소위 댕기머리를 처음 올리는 날이라 그런지 나는 아무 것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춘식이가 바지와 상의, 모자까지 모두 빌려줬다. 덕분에 춥지 않게 칠 수 있었다. 옷 뿐 아니라 볼마크, 티, 가방 등 여러 가지 부가적으로 챙겨가야 되는 요소들을 훑어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옷을 챙겨 입고 필드로 향했다. 몇 일간의 강추위에 비해서 비교적 날씨가 많이 풀렸다. 그래도 아침에는 제법 차가웠다.

경기전에 충분한 수련을 거치고 나와야...
경기내내 드라이브샷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끝날 때까지 거의 미스 샷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언 샷이 엉망이었다. 멀리 날아가질 못했다. 나중에는 힘이 빠져 완전 축구의 드리블을 골프채로 하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샌드웨지가 잘 맞았다. 그렇다면 아이언이 무거웠던 것인데, 채를 오히려 더 가벼운 것들을 잡았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5번 아이언으로 휘두르는 우를 계속해서 범하면서 실수를 연속했다. (나중에야 내 어드레스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거 고치기도 꽤나 힘들다. 여하튼 쉽지 않은 운동이다)

두 번째 홀까지 오버파가 되었다. 내 파를 내가 계산하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3,4게임 지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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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샷은 가볍지만 힘차게

몸도 풀리고, 날씨도 풀리고 컨디션도 좋아졌다. 5,6홀 정도 지나 중간 휴게소에서 말로만 듣던 폭탄 한 잔을 걸쳤다. 친구가 맥주에 토마토 쥬스를 4대1 정도로 섞어서 권해줬는데 처음에는 ‘이 추운 날 뭐하는 짓이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막상 한잔 들이키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느낌과 더불어 기막힌 맛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한 잔 더 걸쳤다. 술 덕분인지 7,8홀 정도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았다. 그렇게 9홀을 돌고 15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9홀이 지나면 의무적으로 쉬는 듯 했다.

캔 커피 하나에 5천원
쉬는 동안 또 맥주 한 잔을 걸쳤다. 커피를 시켜먹은 친구가 있었는데 캔 커피 하나에 5천원이다. ‘그럼 이 맥주는 얼마일까?’하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그냥 마시기만 했다.

잠시 쉬어서 그런지 금새 몸이 경직되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가 내려가며 추워져 경기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15홀 정도 지나자 거의 지쳤다. 덕분에 갈수록 아이언 샷의 난조가 엉망이 되었다. 다리도 꽤나 아프고 힘들었다. 전동카트기가 있어도 상당수 걸어야하기 때문에 체력상 견디는 일이 쉽지 않게 느껴졌다. 따라서 라운드에 나가기 전에 골프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초 체력 단련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운딩 전에 준비해야 기본자세
최소한의 그립, 어드레스, 스윙 자세
아이언 샷에 대한 안정성 연습 (7번, 9번, 5번 정도만으로도 무난)
드라이브 샷 연습 (거리보다 미스샷 제거 위주로)
퍼터 연습 (이거 약오른다. 1미터 근방에서도 못 집어넣으면)
기초체력 확보 (18라운면 거의 10km걷는다고 봐야 한다)
긍정적인 마인드 (잘 되든 못 되든 즐긴다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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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굳은 상태^^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중도에 그만두시는 분도 있다고 함
겨울이라 5시가 넘자 어두움이 깔리는 듯 했다. 그렇게 저녁 어스름이 깔리자 헤드라이트까지 켜졌다. 경기는 6시 경이 다 되어서야 끝났다.

이미 어두움이 짙게 깔렸다. 손이 얼 정도로 힘들었다. 다행히 사우나 시설이 되어 있어서 온탕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니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잠이 왔다.

계산은 N분의 1, 비용은 20만원
친구가 계산은 n분의 1로 하고 밥은 자기가 사겠다고 말했다. 모두 개인카드를 냈다. 다들 그렇게 자연스럽게 더치 페이를 하는 것 같았다. 계산서를 봤는데 20만원이 조금 넘었다. 내 예상보다는 많았다. 지방은 평일에 저렴하다고 들어서 15만원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아내가 걱정할까봐 19만원 정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가격이야 별로 차이는 나지 않지만 10만원대라는 느낌이 다를까봐 그렇게 이야기했다. 아내는 주변에서 30만원 정도라고 들어서인지 오히려 금액에 대해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수도권에서는 이 정도 쓰면 거의 1인당 30만원 가까이 나온다고 한다)

씻고 나서 언양 쪽에 맛있다고하는 ‘진미불고기’라는 식당에 들렀다. 꽃등심만을 시켜 먹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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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져왔는데 어딘지 까먹었다. 지송.

데 정말 맛있었다.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1인분 2만원이다. 그래도 품질에 비해서는 싼 편이다. 4인분만 해도 충분했을 것인데, 2인분을 더 시켜서 맥주에다 밥 한 그릇까지 몽땅 비웠더니 배가 터질 지경이 되었다.

친구는 50만원, 난 20만원
사실 내가 계산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댕기머리 푸는 사람이 라운드 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서울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골프를 추천한 친구가 같이 온 동료의 라운드비까지 모두 계산했다. 그리고 캐디 피(원래 8만원인데, 팁으로 1,2만원씩 더 준다고 한다)까지 그 친구가 계산했다고 하니 그러면 50만원을 쓴 셈이다. 그 친구가 밥값은 같이 온 동료에게 사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뻣뻣이 서 있었다. 친구에 비해 너무 적게 쓴 듯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하튼 전체적으로 봐서는 여전히 귀족 스포츠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힘들다. 200여만원이 넘는 골프채에 머리부터 신발까지 4~50만원대의 의상에, 부가적인 장비 수십만원에, 20여만원 대의 라운드비용에, 라운드 후의 친목비까지 포함한다면 말이다.

초기 3,4백만원에 매달 3,40만원 소요해야 즐길 수 있어
게다가 골프를 배우기 위해서도 한 달에 최소 20여만원 이상의 연습비용이 든다. 최소한 5,6개월은 연습해야 어느 정도 칠 수 있다. 그러니 못 들어도 초기투자 비용만 3,4백여 만원 정도에 월 평균 매달 3,40만원 이상 드는 스포츠인 셈이다. 웬만한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를 넘어선다.

그래도 골프는 재밌다. 한편으로 이런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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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 칸트리클럽

식의 유희가 나하고는 아직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게임을 배우고 즐기는 것 자체는 좋았으나 다소 사치스러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 짠돌이 근성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 정도 형편의 사람이 경제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많다고 느낄 정도라면 도대체 그렇게 느끼지 않을만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골프장엔 사람들이 넘쳐났다. 나보다 형편 좋은 사람들이 많긴 많은가 보다. (허긴 나도 형편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리고 한편으로 이 막대한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갈까라는 엉뚱한 상상도 해봤다.

골프외에 친해질 수 있는 사교 방법은 없나
어떤 사람들은 골프를 해야 여러 사람들과 친해진다고 하는데 과연 골프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참, 라운드에 가기 전에 영화배우 한명도 보였다. 왕년에는 이름이 있었던 배우다. 굳이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겠다. L이라는 이니셜만 붙이겠다. 강아지 무늬의 파란 바지를 입어서 튀여 보였는데 그게 오히려 촌스러워 보였다.

내가 필드를 나간 날은 금요일 평일이었다. 친구들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월차를 이용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일과에 상관없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일전에 아내와 강원도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오크밸리라는 컨트리클럽에 들렀다. 거대한 인공호수에 인공분수가 가을 산의 자연과 조화를 이뤄 아주 아름다워 보였다. 그곳에서 여유롭게 골프를 치는 사람들도 보였지만, 한쪽에서는 골프백을 들고 따라다니는 캐디들도 보였다.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잔디를 다듬고, 정리하면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도 보였다.

빈부의 격차가 한 눈에 들어오는 부조리한 공간
상당히 불공평한 장소였다. 빈부의 격차가 한 눈에 보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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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tongdocc.co.kr

한 공간에서 우리 부부 역시 불합리하게 보일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을 하자.’,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골프를 치지 말자’라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는 저렇게 되지 말자’, ‘노후에 우리는 여유롭게 라운딩할 수 있도록 되자’라는 것이었다.

여전히 골프는 가계의 부담을 줄 수 있는 낭비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여전히 부르조아적인 늬앙스가 풍긴다. 대중화를 위해서 좀 더 폭넓게 개방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골프장에서는 아무도 카메라 샷을 원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렇게 시시콜콜하게 밝히는 것도 싫어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얼굴은 촬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도 다소 부끄런 면이 있어서 게제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도 좋겠다는 측면에서 적어봤다.

어느 방면에서보나 욕을 먹을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사실의 과감 없이 나의 좌충우돌 골프 탐방기를 마감한다.

일산의 따뜻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