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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상담 Q&A

나이 서른이 되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유학생활

by 따뜻한카리스마 2012. 3. 31.

안녕하세요.

매번 글만 읽어오다가 용기내서 이렇게 메일 보냅니다. 한국에서 대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느지막이 유학을 나와서 공부중인 30살 학생입니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 지 어렵네요. 학창시절, 그러니까 중,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공부하지도, 잘 하지도 못하는 그저 내성적이고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그저 수능점수에 맞춰 지방에 있는 작은 대학교에 입학해서 다녔구요.

 

지금까지 공부 못했던 학창시절이나 지방대를 나왔다는 커리어(?)에 주눅들거나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중,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은 그저 나에겐 흥미 없고 재미없는 것들이었고, 강압적인 학교분위기도 싫었거든요. (나름 변명입니다 ㅎㅎ)

 

대학교에 가서는 학창시절과 다른 분위기와 공부내용들이 조금씩 흥미 있고 재미있어서 열심히는 아니지만 재미있게 공부하고 졸업했습니다. 유학은 그때부터 생각하게 되었구요.

 

작으나마 자신을 시험해본다는 가정 하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래도 유학을 가서 더 공부하고 배우고 싶다는 결론이 나와 늦게야 유학을 시작했는데요.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 때문에 (벌어놓은 돈은 이미 다 써버렸습니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받아쓰는 것이 죄송하고 부담스럽습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싶지만 아직 여건이 되지 않아 못하고 있구요. 그런 대신 열심히, 빨리 공부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그마저 잘 되지 않은 거 같아 고민입니다.

 

저는 여기서 학위를 따서 한국에서 뭘 하겠다, 이런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거, 알고 싶은 거를 얻기 위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많은 나이도, 배경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껜 죄송한 맘도 있지만 나중에 후회하는 거 보다 내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래도 우선 얼른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긴 해야죠.

 

그런데 주변을 보면 어린 나이에 학교에서 공부 좀 꾀 했다고 하는 친구들, 또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나온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지금 학사과정에 있습니다.)

 

첨엔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온통 주변이 이렇다 보니 제가 과연 이렇게 사치하면서 유학 나와 공부할 자격이 있는 건가 의구심이 듭니다. 몇 년 유학생활에도 언어는 잘 늘지 않고,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생각만큼 잘 되는 거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잠 안자고 공부만 하자니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고,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들고 내성적이라 현지인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주변의 저런 분들을 보면 언어도 금방 금방 느는 거 같고, 공부도 자기 생활도 다 잘 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제 학력 등을 알고 조금은 절 쉽게 보기도 하구요.

 

그러다 보니 가끔 '학창시절 공부가 그냥 재미없다고 한건 내 변명이고, 정말 머리가 나빠서 공부하기 힘든 건가. 이렇게 공부할 자격이 있는 건가', '학교에서의 좋은 성적, 좋은 대학은 한때가 아니라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제를 하거나 수업을 들으면서 알아가고 배우는 건 재미있고 좋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전 학생이고, 학교에선 점수를 주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구도는 여기서도 같으니까요. 그저 혼자 취미로 공부나 하는 게 맞는 거였나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네요.

 

하루에도 몇 번씩 '괜찮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거야. 남들도 똑같아' 라고 하다고, 또 '정말 이렇게 공부할 자격이 없는 건가, 남들보다 떨어지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의 애기는 잘 들어주고 애기해주면서, 정작 제 일이 되니 혼란스럽습니다.

 

주변 유학생들은 저렇게 저에겐 나와는 다른 유능한 존재이고, 한국의 친구들은 "그래도 넌 외국에 있잖아. 부러워" 라는 그런 속모를 소리만 해대니 어디에, 어떻게 물어봐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유학하고 공부하는 것도 능력이 있어야 하고 자격이 있어야 하는 건가요? 어떻게 해야 마음을 다 잡고 열심히 할 수 있을까요, 아님 정말 더 늦기 전에 그만 둬야 하는 걸까요.

 

p.s:맘속으로도 정리가 안 돼 복잡했는데 글로 쓰니 그게 그대로 드러나네요. 정확히 제 문제가 뭔지, 물어보고 싶은 게 뭔지 정확하게 표현해내지 못하고 복잡하게 글이 쓰여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답답하게나마 써보고 나니 좀 안정되어 진거 같기도 합니다. 쓰고 보니 괜찮다는 위로를 얻고 싶어 하는 거 같네요. 그래도 제 3자의 냉정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000 드림-

 

답변:

상담문의해주신 내용만을 보고 단순히 위로를 해주거나 그렇다고 틀렸다고 몰아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어려운 상황에서 어려운 선택을 하고 공부를 시작한 용기에 먼저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기대하신 만큼 공부가 안 되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인데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현재 뚜렷한 목표가 없거나, 무엇을 해야 될지 그 다음 단계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거나, 자신의 삶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열정이 없거나, 언어적 소실이 없거나, 재능이 없거나, 열심히 공부하지 않거나, 자존심만으로 버티고 있거나, 실행력이 없거나, 의지력이 없거나 등의 문제일 수 있는데요. 그러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해줘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공부라는 것이 전혀 방향에 맞지 않는데 방향을 잘못 정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 포기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방향도 맞지 않는데 계속해서 밀고 나가다가 결국 사업을 모두 말아먹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업가들도 봤습니다. 일관되게 밀고 나아가야 될 때와 포기하고 새로운 변신을 시도해야 될 때를 잘 구분해야겠죠.

 

마음 상하실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씀드려서 지금의 유학은 다소 철딱서니 없어 보이는 행동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가정적 환경도 뒷받침되지 않고, 미래의 뚜렷한 목표도 없고, 연령도 적지 않는 나이에, 학업적 성취도 역시 높지 않으면서 ‘유학을 해보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뛰어든 것이 잘못된 시작이 아닐까 우려스럽습니다. 아니었다면 의지력을 다지면서 공부에 매진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했을 것인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드는군요.

 

만일 제가 고귀한 의도를 매도했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지금 몇 학기나 남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앞으로 적어도 3개월 정도 시한을 설정하는 거죠. 이 기간 동안 죽을 정도로 매달려 공부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그 때가 지나도 자신이 만족할 정도의 성과를 창출 해내지 못했다면 저는 깨끗하게 유학을 포기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좌절할 것 없습니다. 유학 아니어도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공부 아니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많습니다.

 

요즘 출판계의 최대 화두가 ‘위로’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위로를 받아야 하죠. 작가 이외수의 말처럼 살아남은 것 그 자체가 위로 받아 마땅한 일이죠. 하지만 저는 조금 더 냉정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때로 위로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될 시기입니다. 위로는 그 당시의 위안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겠지만 정신을 차리면 삶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서른 살이라면 최소한 스스로 자신의 앞가림은 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요.

 

철 좀 드세요!

 

기대하신 것과 달리 일방적으로 몰아간 제 비평을 너그러이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진심어린 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행동하세요. 변화하세요. 성장하세요. 그러면 원하는 것도 얻고 행복하게 사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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