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한심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인터넷에서 정철상 선생님의 사이트를 발견하고 용기내서 메일을 씁니다.
저는 선생님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가 순전히 '검색어' 덕분에 알게 됐어요. 제가 쓴 검색어는 '허황된 자신감' 이었습니다.
저는 한국나이로 30대 초반의 여자입니다. 그리고 지금 공무원 시험 발표를 기다리면서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혹시나 일이 틀어진다면 전 도대체 뭘 해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고 언제나 다른 돌파구가 생길 거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시지만 이젠 그런 긍정적인 생각도 허황된 자신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32살에, 여자에, 지금까지 별 경력도 없고, 아직까지 별 특기도 없고, 2011년 6월 현재 통장잔고는 바닥인 제가 '나는 할 수 있다' 란 생각을 가지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정한 직업 없이 보조작가 생활만 몇 년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어렸었고 내년이면 메인 작가가 되어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희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보조 작가로 20대를 다 보내고 나니 어처구니가 없더라구요.
여전히 저는 월 몇 십 만원을 받고 있고, 새벽 서너 시에 수화기 너머로 메인작가의 욕설을 듣고 있으며, 세 사람만 있는 비좁은 사무실에 갇혀서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도 없는데다가, 사생활은 꿈도 못 꾸고, 건강은 엉망이 되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구나, 내가 몇 년 간 백수였던 사람과 뭐가 다른가 하는 자괴감에 우울증까지 생겼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 끈기가 부족했다, 노력이 부족했다 말할지도 모르겠네요. 일부 맞는 말도 있겠지만 저는 그 사람들에게 그러면 도대체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보조 작가 생활을 그만두고 1년간은 히키코모리처럼 집안에 처박혀 지냈습니다. 우울증 치료라도 받아볼까 하는 생각에 부모님 몰래 병원도 다녀보았지만 우울증 약이 저한테 맞지 않아 된통 고생만 했습니다.
거기다 환자 앞에서 보험사랑 전화 통화나 하고 자꾸 약만 권하는 의사에게 신뢰가 안 가서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다 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란 생각에 1년 8개월 전부터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지 않고 시작한 일이어서 그런지, 공부를 하면서도 부침이 많았습니다. 이 일 저 일 과거를 되새김질 하면서 후회를 하고 방황하고...이 나이에,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사치가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공무원 공부에 완전히 집중하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런 후에는 그랬던 제 자신이 더 한심해서 '니가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니까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거야' 라고 자조했습니다.
수험생활을 이렇게 해서인지 결과에 자신도 없고...
이 생활을 1년간 더 하라고 한다면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라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하는 걸까 생각했다가도 보조 작가 때의 일을 생각하면 '넌 꿈 찾다가 한번 실패했잖아! 그 땐 어리기라도 했지. 넌 이제 시간이 없어.' 하는 생각에 멈추게 됩니다.
가끔은 잠자리에 누우면서 이대로 잠든 채로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죽게 된다면 신의 목을 비틀러 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죽고 싶다는 말은 잘 살고 싶다는 다른 말이 아닐까요?
전 정말 제대로 살고 싶습니다.
선생님, 제가 꿈을 꾸기엔 이제 늦어버린 걸까요?
이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아니,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는 할 수 있을까요?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공무원 공부를 계속해야 할까요?
현실적인 답변을 부탁드리고 싶다가도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적인 대답이 아닐까봐 두렵고 그렇습니다.
이런 상담도 해 주실지 소심해지지만 용기내 메일 드립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써 놓고 보니 제가 정말 한심한 생활을 한 것 같아요. 거기에 세상까지 원망하는 ...............
이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될지요?
답변:
저도 그랬습니다. 저도 30대 초반까지 꿈도 목표도 비전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방황하며 조그만 기업들로부터 경험하셨던 보조작가 같은 대우를 10여년 넘게 받으면서 힘들게 살았습니다.
‘정말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대답이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일단 내게 마주친 모든 일에 전력을 다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공부로는 승부를 걸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무조건 부닥쳐가면서 어떤 일이라도 배워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부족하지만 남들보다 노력하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연봉이나 근무조건도 별로였지만 그렇게 하나씩 익히면서 차츰 무엇을 해야 될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들이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거창하게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꿈을 찾고 그 꿈을 향해 하나씩 하나씩 부지런히 이뤄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원하신 공무원 시험에 꼭 합격하길 기원합니다. 설령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배우고 익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해 해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똑같은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할 겁니다.
그러나 만일 이번 시험이 안 된다면 이제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것을 그만두셨으면 합니다. 30대 중반의 여자 나이로 새로운 일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갈수록 더 자신감이 떨어질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내게 마주친 삶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일단 정면으로 돌파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단 작은 곳이라도 하찮고 시시한 일이라도 시작해보는 거죠. 그래서 어떤 직장, 어떤 직무라도 최대한 배워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정말 불필요했던 기술이나 지식이나 경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려고 노력했던 제 삶의 자세가 어느새 하나둘씩 제 삶을 바꾸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존심 세우지 마시고 아주 밑바닥부터의 일이라도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일을 통해서 배우고,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책이나 강연을 통해서도 배움을 익히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도 부지런히 배워나가야 합니다. 그리하면 반드시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책도 좋지만 용기가 떨어졌을 때는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사람의 강연을 직접 들어보시는 것도 큰 자극이 된답니다. 이번에 직업적으로 갈등해온 제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 [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이 출간되는데요. 신간도서 출간에 맞춰 7월 11일에 북세미나가 있습니다. 강연에 참가하면 도서도 받을 수 있으니 신청해서 경력관리를 어떻게 해나가는 것이 좋을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시고 힘과 용기 받으시길 바랍니다^^
세미나 내용: http://www.linknow.kr/event/1007899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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