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대학교에 강의차 들렀다.
끝나고 나오는 시간이 점심 무렵이었다.
아침 시간이 여의치 못해서 대충해결했기에 가능한 빨리 민생고를 해결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어디를 가볼까 둘러보아도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장소로 이동할까하고 생각하다가 이리저리 다시 훑어보았다.
거의 포기하고 시립대에서 내려와 오른쪽 내리막길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려는데 '서해 쭈꾸미'라는 간판이 눈에 쏘옥 들어왔다.
들어가자마자 인상적이었던 것은 돈방석이었다. 말그대로 돈방석이었다. 음식점의 방석으로는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만 듣던 돈방석에 앉았더니 뜨끈하다. 조금있으니 바로 적응이 된다. 심리학의 전문용어로는 '쾌락적응'이라고 말한다. 실제 돈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곧 적응이 되어서 크게 만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한컷^^
살아가면서 아주 큰 것을 성취했을 때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낯선 곳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작은 즐거움과 마주칠 때 느껴지는 행복이 오히려 반갑고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나에겐 오늘의 이 점심이 그러한 행복을 안겨준다.
쭈꾸미 야채뽁음 1인분을 시켰는데 정말 푸짐하게 나온다. 보기만 해도 너무 풍성해서 입가에 군침이 돌면서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얼른 가방안에 있던 디카를 꺼내서 한 컷 했다. 올해부터 대학가 부근에서 즐겼던 맛집은 하나씩 내 블로그에 올리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아직 사진 촬영이 익숙하지 않았던 탓인지 끓고 있던 철판 쭈꾸미 위에서 찍었더니 랜즈에 김이 끼여서 실패했다. 그래서 그냥 내 자리에서 다시 한 컷^^찰카닥~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왔다. 비교적 간편하게 나오긴 했지만 5천원 밥상으로 봐서는 풍성하게 보인다. 불이 오르면서 쭈꾸미가 익기 시작하니 야채와 숙주도 쪼그라들면서 내용물이 상당히 줄어든다. 그래도 1인분로 먹기에는 여전히 풍성해 보인다. 실제로도 많다.
쭈꾸미 한 점 맛보자마자 매콤한 맛이 나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사실 나는 매운 맛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맛집이 맵고, 짜고, 뜨겁기 때문이다. 우리 입안의 감각을 빼앗아버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맛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맛집도 꽤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입맛은 워낙 미세해서 이런 악조건에 금방 묻혀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의 이 매콤한 맛을 죽여주는(보완해주는) 킬러(^^)가 있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왠 콩나물이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 나중에야 알았다. 바로 매운 맛 킬러로 밥상에 올라왔던 것이다. 깻잎이나 상추에 쭈꾸미와 야채를 올리고 이 콩나물을 한젓가락씩 담아 올리면 그야말로 입안에 콩나물의 고소한 맛이 감돌면서 쭈꾸미의 맛은 살리면서도 매운 맛을 확실히 잡아준다. 결국 한접시에 가득나왔던 콩나물 거의 다 먹고 말았다.
또 하나의 킬러는 곁들여 나오는 시원한 콩나물국이다. 아주 차가운데 이 역시 놀란 혀를 달래주기 위하는데는 좋아 보였다. 콩나물과 쭈꾸미 궁합이 이렇게 잘 맞는지는 오늘 처음 알았다.
옆에 간판을 보았더니 쭈꾸미 먹는 방법이 나온다. 매운 것 좋아하는 사람과 매운 것 싫어하는 사람의 대처법까지 나온다. 와, 매운 것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다가 청량고추까지 얹어먹는다고 한다. 과연 우리 국민 대단하다.
허긴 경북 예천에서 군대생활할때 파전이 아니라 고추전이라는 것을 처음 봤다. 파전 정도의 밀가루 크기에 밀가루는 조금만 있고 하나도 썰지 않는 고추 50,60개를 깔아서 부치는 것이다. 아래 사진의 고추전은 양반이다. 시골 고추전은 거의 밀가루가 없는 듯 했다. 그래도 매운 맛 좋아하시면, 함 먹어보시라. 죽인다. 난 그날 정말 죽는지 알았다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jiyeun21님)
계산하고 나가는 사람들 마다 맛있다고 한마디씩 하고 나간다. 이런 소리 듣는 것이 음식 장사하시는 분들의 기쁨이 아닐까. 나 역시 너무 맛있게 먹어서 '너무 맛있다'라는 말과 더불어 민망함 무릎쓰고 메뉴판 사진과 간판까지 찍어 봤다. 고마움에 대한 글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의도와 달리 된 것은 아닐까 다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나올 즈음에는 사장님인 듯한 분이 안계셔서 직접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래서 일하시는 분에게 현금으로 5천원 드렸다. 나는 맛있게 먹으면 현금으로 주고, 맛없게 없으면 카드로 계산한다.
여하튼 계산을 하면서 프렌차이즈냐고 물어봤다.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속으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왔다. 어떻게 이런 좋은 메뉴로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기특한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블로그에 대학가 맛집으로 쭈꾸미에 대한 소감을 썼다. 혹시나해서 서해쭈꾸미라고 검색해보니 홈페이지가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프렌차이즈이다. 다만 본점이었다. 씁쓸한 아쉬움이 감돌었다.
왜냐하면 지난주에 부산시내 번화가 편의점 자영업자의 수익이 월2백만원도 안 된다고 게제했다가 17만명의 방문자와 250개의 덧글 폭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현주소'라고 하여서 소위 번화가에서 잘 된다는 자영업자들도 이렇게 고생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였다. 그래서 모두가 신중하게 사업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국가가 나서 최소한 이들이 공정하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뜻으로 쓴 글이었다.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현실; 200만원도 못버는 현실
http://careerlab.tistory.com/120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 졸필에 문제도 있었겠지만, 사람들은 '그 정도의 수익이라면 아주 괜찮은 편이다', '글쓴 놈이 배부른 놈이라 현실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들의 비난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새삼 더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소한 블로거라면 어느 정도의 대우는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이 서해쭈구미라는 회사 홈페이지에는 30평대 매장에 2억가량 투자하면 월 1천만원 이상 이익이 이미 매월 발생하고 있다고 게시해 놓았다.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매출 계산에 하루도 쉬는 날이 계산되어 있지 않다. 전형적인 상술적 계산 방식이다. 또한 하루 매출액이 매일 평균해서 지속적으로 100만원씩 발생하는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하루 평균매출액'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내 기억에 주방에 2사람, 매장에 서빙하시는 2분 그리고 사장님 이렇게 있었던 기억인데 일하시는 분도 3분이라고 되어 있다.
서해쭈꾸미의 홈페이지내 가맹점 예상수익
평수 |
40평(건대점) |
30평(시립대) | |
매출 |
하루매출액 | 150만원 | 100만원 |
한달매출액 | 4500만원(30일기준) | 3000만원 | |
비용 |
원.부자재(35%+a) | 1575만원 | 1200만원 |
임차료 | 320만원(상권에 따라 다름) | 180만원 | |
인건비 | 600만원 (직원4) | 400만원(직원2, 파트1) | |
수도광열비 | 100만원 | 60만원 | |
세금 및 공과금 | 25만원 | 15만원 | |
소모품 | 10만원 | 10만원 | |
기타잡비 | 10만원 | 10만원 | |
월이익 (한달매출 - 한달비용) |
1860만원 | 1125만원 |
그런데 맛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혹해서 자영업이라는 각종 사업에 빠져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자영업을 시작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투자하기 전에 미리 경험해보는 것이다. 그 일이나 사업에 직원으로서 파트너로서 참여해보면서 그 사업이나 이직할 직종을 탐색해보는 것이다. 우리 같은 커리어 코치는 이를 두고 전문용어로 '잡섀도우(job shadow)'라고 한다. 희망하는 일자리를 그림자처럼 따라해보면서 보다 깊이있게 나에게 적합한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실제수익도 좋고 경험이나 능력도 적합하다고 판단될 때 그 때 투자하는 것이다.
여하튼 맛있으면 그냥 맛있게 즐기고 나오면 된다. 때로는 단순하게 사는 것이 편하다. 사실 난 단순하다. 그런데 괜히 조금 안답시고 쓸데없는 걱정만 하면서 뒷맛을 버리고 나와서 이런 결론을 맺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이러한 사업적 현실과는 별도로 맛은 있으니 주변에 서해쭈꾸미를 찾아 쭈꾸미와 콩나물을 즐겨보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천하는 바이다. 매트릭스의 네오에게 던져준 선택처럼 파란약을 먹고 모두 잊으라는 것이 아니다. 그와 상관없이 즐길 것은 즐기고, 냉엄하게 볼 것은 냉엄하게 보자는 나의 개똥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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