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학교 다닐까? 말까?
“요즘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비싼 돈 들여가며 굳이 이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다닌다고 뭐가 달라지는지 의문이 듭니다. 4년제 대학교를 나온다고 좋은 직장에 취직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요. 반면 너나없이 대학을 다니는 사회 흐름을 무시하고 대학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네요.
사람들은 어딜 가건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데, 그 노력을 꼭 대학에서만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고 현장에 무작정 뛰어들어 경험과 실력을 쌓는다 한들 그걸로 얼마나 만족하며 살 수 있을지도 고민되고요. 모든 게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나대학 군이 풀어놓은 고민이다. 보릿고개 시절에 부모님이 소 팔아 마련해준 등록금으로 대학 졸업하고 사회 기득권층이 된 세대들은 절대 이해 못할 충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간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대학생활에 회의감도 느낀다.
(이미지출처: 부모와 자식의 차이)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부모님 그늘 아래서 지내는 미성년자로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다닌다. 하지만 대학에 가서는 다르다. 의지에 따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다르다. 자녀들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자지러진다. 정작 자신들은 “사표 쓸까, 말까” 고민하면서 왜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겠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여기에도 그럴 법한 이유가 있다. 지금부터, 만일 학교를 그만두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짚어보자.
잘라 말하면, 고등학교 이전에 학교 그만 두면 비행청소년 되기 십상이다. 진학률이 높지 않았던 과거에는 굳이 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많다 보니 문제소지가 적었다. 또한 사회 경험을 먼저 쌓을 수 있으니 오히려 이것이 성공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예전에 성공한 사람들의 학력을 보면 다들 학력미달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대학 진학률이 90퍼센트에 육박한다. 학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나마 중·고등학교도 졸업 안 하면 ‘중·고등학교도 졸업 못한 놈’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닌다. 어울려 놀려고 해봐야 평범한 친구 찾기도 힘들다. 결국 비행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대학교를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이 시기의 자퇴는 청소년 시절의 반항과는 다르다. 대학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어릴 때보다 좀 더 뚜렷한 이유와 근거로 갈등한다.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데 대학 다니기가 미안하다. 더 실제적인 것을 배우고 싶은데 대학은 그러기 어렵다.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공부하는 게 단지 취직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직업훈련을 받고 싶다” 등등이 그 이유다.
사실 대학은 반드시 다녀야 하는 곳은 아니다. 지나친 입시 바람이 젊은이들을 대학으로만 내몰고 있는 현실이 조금은 얄밉다. 여기에 편승해 교육은 뒷전으로 하고 눈 먼 돈만 쫓아다니는 일부 대학 재단들은 또 얼마나 얄미운가. 대학을 다니지 않고도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 다만 문제는 그 학생이 진짜로 그런 일을 찾았는가이다.
명문대학교에 적을 두고 있던 심현수라는 학생이 있었다. 이 청년은 군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하지 않고 직장인들 모임에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리고 길거리 좌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보내온 자전적 도서 『꿈은 기회비용을 요구한다』는 대학 졸업장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음을 확고하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졸업장을 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큰 용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 졸업장이 주는 혜택을 뛰어넘을 만한 엄청난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만일 어영부영 시간만 보낼 생각이라면 시작도 않는 편이 낫다.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더 크다.
사회라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그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여러 구조적 제약을 만들어낸다. 학력에 따라서 직업 선택의 범위,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 심지어 배우자까지도 달라질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을 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그럴 시 발생할 수 있는 이런 불이익들을 충분히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한편 대학을 포기해서 얻는 것도 있다. 바로 시간적 자유와 다양한 경험이다. 이 길을 택하면 주변 친구들보다 사회 경험을 일찍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직업 경쟁에서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평범한 직장생활보다는 도전적인 일을 할 때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학업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도 일종의 공부다. 다양한 사회 경험만 해도 배울 게 엄청 많기 때문이다. 창업이나 사업 또는 전문가 과정에 몰입하고 싶다면 경우에 따라 대학을 그만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에 실패해서 전문가가 되지 못한 채 다시 정상적인 경쟁 트랙으로 돌아올 경우, 사회가 걸어놓은 학력이라는 제약을 뛰어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끔 나는 이런 제약들이 사회 계층 간 이동이 잦을 경우 무너질 수 있는 사회적 평정을 지탱하기 위한 기득권의 책략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이 보이지 않는 제약이 두려워서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크게 걸면 크게 얻는다고, 이 같은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은 사람은 큰 열매를 얻게 마련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른바 작은 영웅으로 대접받게 되는 것이다.
즉 대학을 포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자유롭게 결단을 내리면 된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한다. 그 결단을 실행하려면 대학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만일 그럴 용기와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 오히려 더 뒤쳐질 수도 있는 만큼 선택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참, 여기서 잠깐.
만일 대학을 중퇴하면 나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고?
음, 내 생각에 그런 상상은
술자리에서나 즐기길 바란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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