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립 대학교 졸업생들과 1박2일 동안 취업캠프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강의와 별도로 개별상담을 진행했다. 그중에 아주 밝고 씩씩해 보이는 나연예 양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말이나 행동, 외모로만 보면 굉장히 당찬 성격 같았는데, 웬일인지 4학년 2학기임에도 취업 준비 면에서 부족해 보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취업이야 대학 졸업하면 다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대학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현실을 깨닫고 나니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교수님으로부터 영업직을 추천받고는 ‘영업직밖에 갈 수 없나?’ 하는 자괴감이 들어 슬펐다고 한다.
(Daum 이미지 팬클럽 검색 결과 화면캡쳐)
그런데 자격 조건을 훑어보니 막막했다. 학점도, 토익도, 자격증도, 공모전도, 대외 활동도, 사회 경험도, 취업 준비도 거의 전무했다. “아니, 왜 이렇게 준비 안 한 거예요?”라고 물으니 연예인 K군의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느라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영화 『○○○』에 나왔던 조연배우 말하는 겁니까?” 했더니 조연 아니라 주연이었다고 버럭 화를 낸다.
연예 양은 B지역의 K군 팬 카페의 책임자였다. 행사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지원을 나갔다. 극성스러울 정도로 팬클럽 활동을 왕성하게 했다. 그렇게 씩씩하던 그녀가 내 앞에서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돌이켜보니 아무 것도 해놓은 게 없는 자기 처지가 안타깝단다.
나는 위로를 하고 나서 “좋아하는 일은 뭔지, 잘하는 일은 뭔지, 하고 싶은 일은 뭔지” 물어봤다. 그런데 모르겠단다. 그렇다면 일단 추천받은 영업직이라도 시작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영업직 자체는 나쁜 게 아니고 오히려 배울 점도 많다는 필자의 영업직 경험담도 덧붙였다.
어떤 이들은 연예 양 같은 학생들을 보면 “연예인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다가 그 꼴이 됐지”라고 혀를 찰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생각하는 깊이도, 사회의식과 지적 성숙도도 높다. 다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아갈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진로(進路)성숙도가 부족했다.
사실 비단 이런 팬클럽 회원이 아니라도, 대다수의 20대들이 연예 양과 비슷한 상황이다. 진로 성숙도가 이렇게 낮은 것은 개개인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내실 있는 진로 교육을 포괄적으로 시행하지 못한 대학 당국의 책임도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중·고등학교도 문제다. 가정이라고 책임이 없겠는가. 부모가 나서서 아이를 성적과 입시에만 매달리게 만든다.
결국 진로 결정의 길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지금의 현실은 사실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진로 교육 매뉴얼이 없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 전체에 책임을 물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학교나 국가 탓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연예 양은 몰랐겠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저학년 때부터 즐길 것은 즐기면서도 미리 진로 준비를 착실하게 해나가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그런 친구들은 학교 내의 진로 교과목이나 관련 서적들을 통해 배워가면서 차근차근 진로 준비를 해나간다.
연예 양은 지금부터라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 하는지, 선호하는 흥미는 무엇인지, 자신이 어떠한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발휘해날 것인지” 등을 팬클럽 활동하듯이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인생의 주인공은 팬클럽의 연예인이 아닌 바로 그녀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눈물을 흘리는 연예 양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위로했다. 내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일어서는 그녀를 보니 나도 안심이 되었다.
여기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해주고 싶다. 대학 졸업은 결코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부터 좋은 직장 못 들어가도 괜찮다. 낮은 계단부터라도 착실하게 밟아나가면 된다. 비록 남의 눈에는 작은 직장, 초라한 직업이라도 좋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때가 훨씬 재미있었다고 회고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부디 좌절해서 쓰러져 있지 말라.
냉엄한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나만의 취업 전략을 지금부터
차분히 세워보자.
취업의 문은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두드려야 열리는 문임을 기억하자.
참고출처: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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