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만 명의 아주 조그만 섬 마카오.
여의도 4배 면적에 이르는 조그만 땅.
그러나 매년 35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고 하니 과히 놀랍다.
인구가 8배나 많은 우리나라의 한해 방문관광객수는 08년도 기준으로 800만 명에 불과하다고 하니 심히 비교되는 수치다...
전 세계 최고의 관광지 중에 하나인 로마에 연간 5000만 명 관광객이 찾는다고 하니 세계적 관광국가에 비해서도 결코 뒤떨어지는 수치도 아니다.
게다가 마카오 시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간 39000불이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어떻게 이렇게 관광객들이 마카오로 몰리는 것일까? 도대체 마카오 발전의 원동력, 마카오의 매력은 무엇일까?
(마카오 입국을 위해서 공항에 길게 늘어선 줄. 이 조그만 지역에 매년 3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마카오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문화유산이나 자연풍경이나 볼거리가 많기 때문은 아니다. 아니 사실상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좋다. 날씨는 조금 쌀쌀하고, 어중간하다. 바다는 흙탕물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밋밋하다. 하늘은 푸른 빛 찾기가 어려울 정도의 잿빛하늘이 계속된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많은 관광객들이 마카오를 찾는 것일까.
(마카오 상가에 길게 늘어선 관광객의 무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그런데 별 볼 것은 없다.)
마카오는 16세기 중엽 이후 포르투갈에 점령당했다. 그러나 1987년 포르투갈과 합의에 따라 1999년 12월 20일 중국의 주권 회복과 동시에 중국의 특별행정지구로 지정되었다. 기존에 이어오던 모든 자치 행정권을 그대로 보장받는 조건이다. 덕분에 마카오의 모든 산업은 기존 그대로 보장받고 있다. 오히려 동양과 서양의 조화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무늬만 유럽이고 사실은 90%가 중국식이다.
중국인들은 도박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중국 본토에서는 카지노나 도박 산업이 불법이다. 하지만 이곳 마카오에서는 그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그러다보니 한국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유명 인사나 유명 연예인들이 억대 도박을 벌이다가 뉴스에 오르내린 적이 많은 나라다.
(베네시안 호텔 내부의 카지노 전경)
작은 나라에 이토록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적인 지원에 힘입은 카지노 산업의 활성화다. 관세를 없애서 자유롭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든지,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문화유산이라든지, 섹스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락산업 등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으로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카오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카지노를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정선에 이어 더 많은 카지노라도 지어야하는 것일까. 하지만 카지노 산업은 자국민을 괴멸시키는 폐해도 일으킬 수 있다. 괌에 카지노가 들어선 이후 순박한 원주민들이 피폐해지자 괌 당국은 카지노 폐쇄명령을 내렸다. 카지노가 없어도 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카지노보다 훨씬 더 재밌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자연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괌 사람들은 못 살아도 다소 여유롭다. 배가 나오고 이빨이 썩어도 웃음이 있고 행복함이 엿보인다.
(베네시안 호텔 외부에 또 다른 카지노 전경, 말 그대로 불야성이다. 밤에는 더 빛나는 도시)
그런데 마카오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들을 들여다보면 웃음을 찾기가 힘들다. 진지해야 하는 카지노 딜러는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웃음을 찾기가 힘들다. 호텔 서비스하는 사람도, 술집의 웨이터들도, 상인들도,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거의 모두 웃음이 없다. 하긴 우리나라 사람들이 웃음이 없다고 큰소리치기에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래도 불티나게 장사가 잘 되고 있는 상가를 가도 사람들의 표정에 여유가 없어 보인다. 어쩌면 돈돈돈 하는 상업적, 환락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그런 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마카오를 찾는 관광객을 한국으로 돌리고 싶다. 마카오와 한국은 비행기로 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가 마카오의 장단점을 잘 활용하고 방법을 강구한다면 최소한 5백만 명이라도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행정지구라도 만들어 모든 것을 완벽히 허용하는 도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욕심도 들었다. 마카오 같은 완벽한 자유를 허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마카오는 차별화되면서도 좀 더 건전하고 품격있고 아름다운 것으로 세계인들을 불러모을 수는 없을 것일까. 대한민국을 코칭하고 싶다. 아, 직업병이다. 놀러갔으면 노는 일에만 신경 써야 한다. 놀 땐 놀자!
다음 편에서 카지노에 흠뻑 빠졌던 이야기도 들려주겠다. 다소 쪽팔린 이야기라 더 늦어질 수도 있고, 아예 게재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너무 기대하진 마시길^^ㅎ 이 여행기도 여행간다고 염장 지르고 가서는 왜 포스팅 없냐라는 댓글 압력에 의해서 작성된 글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