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도 시인님이 계십니다.
류근 시인님과 같은 시인님 맞습니다.
다만 라면 먹고, 국수 먹고, 주변에서 술도 사주는 친구가 많은 그런 시인님이 아닙니다.
조낸조낸 조~낸 외롭고 가난한 시인입니다.
지난해 제가 이사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동네에서 제일 환영해주던 분이었습니다.
얼마나 저를 어여삐 여기셨는지 어렵게 출판한 시집을 한 권을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조낸조낸 감동하고 책장에 고이 모셔뒀습니다. (저는 아직도 못 읽었는데,,,반성합니다-_-;;;
그래도 아내가 읽곤 광안리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며 좋아하더라고요.)
한 번은 저희 집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대접해드리고 싶다고 했더니 ‘믹스커피 있느냐?’는 겁니다. 제가 ‘음...그건 없는데요.’ 했더니 ‘그럼, 됐습니다’ 하셨습니다. 본인은 매일 같이 믹스커피만 드신다고 자랑하듯 말씀하시는 겁니다. 경북 봉화 광산 지하에 열흘 동안 고립됐다가 극적으로 생존한 분들 보라면서 믹스커피를 맹신하며 매일 같이 믹스커피를 보약드시듯 하시는 분입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분입니다. 그래서 시인님을 위해 믹스 커피 몇 봉을 구해 놓았습니다.
사실 지난해 대선 전부터 시인님의 정치적 견해를 묻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겨우 귀하게 얻은 동네 이웃을 잃을까봐 차마 정치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우리집 동네 어르신들은 굳이 정치적 견해를 물어보지 않아도 어느 쪽인지 다 압니다. 다들 잘 사는 부르주아 분들이라 매일 같이 동네 목욕탕을 오시거든요. 한 번씩 목욕탕을 들리면 그 분들 말씀이 다 들립니다. 온통 정치판 이야기입니다. 윤대통령보다 욕도 더 잘합니다. ‘이 xx, 저 xx’하면서 00xx 집어넣어야 한다고 쌍욕을 늘어놓으며 말합니다.
저는 조낸 조낸 이 동네 신삥이라 아무 말도 못하고 욕탕에 들어가 한숨만 내쉽니다. 그러면 또 탕으로 들어오셔서 온갖 신공을 부리며 목욕탕 바닥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다리 젖기와 허리 돌리기 신공을 보이고, 고함을 내지르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벼락같은 소리로 가래를 내뱉습니다. 그 중에서도 흰 눈썹이 짙은 몸이 단단한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신데, 조낸 조낸 단단해서 누구랑 붙어도 자신 있다고 떠 드시는 분입니다. 이 분의 눈빛과 목소리가 제일 무섭습니다. 특히 저한테인지 누구한테인지 모르겠지만 ‘점마 곧 잡혀가겠지요? 안 잡혀 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집니다’라고 하시는데요. 공포스럽습니다. 솔직히 좀 혐오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조낸 조낸 예의바르고 착하고 심약한 사람인지라 구석으로 가서 열심히 혼자 몸을 닦는 척 합니다. 그나마 그 중에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않고 알고 지내는 분이 몇 분 있습니다. 한 분은 큰 건물을 소유한 추어탕집 어르신인데요. 월남전의 죽을 고비도 넘기고, 지난해 심장수술까지 해서 겨우 살아난 기적 같은 분입니다. 삶에서 펼쳐진 그런 기적들을 들려주시곤 하는 분이죠.
우리 동네 가난한 시인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조낸 조낸 부자입니다. 시인님은 이 동네 어르신들의 집합터인 공중목욕탕에서는 한 번도 오시지 않습니다. 코로나를 조심하시는 것도 있으시겠지만 목욕탕 들어올 형편이 못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가 됩니다. 언젠가 시원하게 등한 번 밀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 외로운 시인님은 중풍이 있으신지 다리를 절뚝절뚝 거리시면서 다니십니다. 며칠 안 보이시다가 한 번 뵈었는데 걷는 모양새가 훨씬 더 안 좋아지신 겁니다. 어찌되신 일인지 여쭤봤던지 교통사고를 당해 한동안 입원했다가 퇴원하셨다 합니다. 그래도 조낸조낸 부지런하셔서 매일 아침 동네산책을 다니십니다.
저는 시인이라면 나라를 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위대한 분이라 믿고 있기에 우리 동네 시인님의 정치적 견해를 꼭 한 번 묻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1년 넘게 말을 못 건네 봤습니다. 어렵게 얻은 동네이웃을 잃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숙고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시인님이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또 한 손에 종이 두 장을 꼭 붙들고 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시느냐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웬일인지 이리 와 보라며 자기 이야기 들어보라는 겁니다.
곧 다가가 귀 쫑긋 세우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이 쓴 이 편지를 한 번 읽어보라는 겁니다. 제가 즉석해서 바로 글을 읽는 것에는 다소 난독증이 있는지라 ‘무슨 내용이냐’고 넌지시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거짓말쟁이 윤대통령에서 쓴 글’이라는 겁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모르게 시인님 입을 막을 뻔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아뿔싸. 2022년도라는 사실을 깜빡했습니다. 자칫 잘못했으면 조낸 조낸 큰 실수를 할 뻔 했습니다.
제가 조금 염려스러운 어투로 ‘그 편지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여쭤봤더니 언론에 뿌릴 생각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언론으로 보낼 의향이냐고 물어봤습니다. 정식언론이면 소개라도 해드릴까 해서요. 그런데 ‘페이스북’으로 올리시겠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으로 올리면 전 국민이 보고, 윤대통령도 보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우리 동네시인님은 이렇게 조낸 조낸 순박한 분입니다. 류근 시인님처럼 엄청나게 많은 팔로워를 가지신 분이 매일 같이 조낸 조낸 조~낸 욕해도 우리 대통령님은 그런 글 보시는지 마시는지 바뀌는 것은 없고 갈수록 더 내달리거든요.
사실 하실 일(?)이 너무 많으셔서 안 보지 싶습니다. 만일 페북글을 읽었다면 류근 시인님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을 거니까요. 전국에 있는 애인들 집까지 탈탈탈 털리지 않았겠습니까. 검사들이 최소한 612명은 붙어야 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조사해야 할 애인들이 너무 많아 포기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불현 듯 드는군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우리 동네 시인님은 애인도 가족도 페친도 팔로워도 거의 없습니다. 또래 분들과 다니는 모습도 본 적이 없는데요. 늘 혼자 다니십니다. 어쩌면 또래 친구들과 정치적 견해도 다르니 서로 마주보고 싶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남들은 왕따라 부를지 모르겠지만 기꺼이 그 운명을 받아들이시는 멘탈갑의 시인님입니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시인님이 저랑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이야기를 꺼낸 이후로 보이질 않는 겁니다. 도통 보이지 않으니 심히 걱정되고 염려스러운 겁니다. 시인님 찾느라 괜스레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가족도 없고 혼자 다세대주택에 사신다고 하셨는데 어딘지 정확히 가르쳐 주질 않으셨거든요. ‘까마귀 날자 배 털어진다’고 혹 진짜 청와대 아니 용산에서 시인님 글을 읽었나 싶은 겁니다. 설마설마 하지만 괜스레 염려가 되는 하루하루의 연속입니다...
나라 꼬락서니가 참 말이 아닙니다.
정치권에서 뭔 말을 해도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상품이든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요.
믿음과 신뢰를 쌓으려면 나와 다른 사람과 그들의 생각마저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성과 다양성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윤대통령을 보면 자신과 다른 사람의 말과 생각과 행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는 분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공정과 상식과 법과 원칙이 이렇게 무너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나라가 엉망으로 돌아가지 않나 심히 걱정됩니다. 일관되게 공정과 상식을 주장하는 분이 상식 밖의 재난과 사고가 일어나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진심어린 사과도 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화나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군부정권 시대에는 그나마 이 정권을 끝장내고 말리라는 국민적인 염원이 있었기에 희망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모두가 다 갈라져버렸습니다. 진심어린 대화와 토론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퇴행된 민주주의가 앞으로도 계속될까 심히 걱정되고 염려되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한 번은 공기업 면접관으로 참여했다가 한 면접관이 ‘규정과 어긋난 일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 하겠느냐’는 식의 질문을 지원자에게 던졌는데요. 한 지원자가 ‘자신은 어떠한 경우에도 규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답변을 하는 겁니다. 면접관들이 질색을 하더라고요. 그 상황을 지켜보자니 원칙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철학이었으나 이제는 ‘원칙대로 하겠다’는 말이 오히려 ‘내 알바 아니다’는 소리로 들리지 않나 싶을 정도로 우려스러운 겁니다.
정치권이 모든 것을 갈라치기 하고 있습니다. 이젠 ‘종교 갈등, 지역 갈등, 이념 갈등, 성별 갈등, 세대 갈등’보다 ‘당신이 지지하는 당이 어느 당이냐?’에 따라서 사람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멀쩡하던 사람조차 미워지기도 하는 겁니다. 그 중에 악의적 말과 행동을 떠벌인 사람들은 특히 더 혐오스러워 일부는 제 뇌리에 박고 일부는 화면 캡쳐까지 해뒀습니다. 제가 왜 이런 좀생이 노릇까지 해야 되는지 조낸 조낸 제 자신을 한탄하며 다시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해 왔습니다.
저도 어떻게 해서든 상대 입장을 고려하고 포용하려고 조낸 조낸 노력합니다.
강사 나부랭이가 어디서 함부로 떠들고 다녀봐야 좋게볼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롭고 가난한 우리 동네 시인님이 보이질 않으니 심히 염려스러워 글 올려옵니다.
누가 우리 동네 시인님이 올린 글 보신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혹 여러분 동네에도 가난하고 외로운 시인님 계시다면 믹스 커피 한 잔이라도 꼭 타주세요.
여러분 모두 부디 무탈하시길 기원합니다...
오갱끼데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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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코치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으며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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