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의 커리어노트 :: 눈물 흘리는 딸아이에게 보낸 아빠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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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보낼 강의영상 촬영하며 열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강의 촬영 중에는 비행기 모드로 해놓는다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 화면녹화중이라 이름이 그대로 떠오른다. 그대로 촬영을 지속하고 편집을 해도 되지만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강의를 중단했다. 아무리 바빠도 사랑하는 공주님 점심부터 챙겨줘야 하니까.

 

사실 며칠 전에 우리 공주님이 말똥같은 눈물을 보였다. 모 공공기관 자녀들을 대상으로 중학생 진로코칭을 하게 되어서 힌트도 얻을 겸 조언도 해줄 겸 꼭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큰 목소리도 아니고 차분하게 말을 전하는데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짠했다.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아닐까 싶어 그날 밤새 잠을 뒤척이다 새벽에 일어나 장문의 편지를 썼다. 아이들 키우는 부모에게도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편지내용을 공유해본다.

 

블로그에서 보기: https://careernote.co.kr/3213

브런치에서 보기: https://brunch.co.kr/@career/293

 

사랑하는 공주님에게...

유진아,

아빠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한동안 사랑하지 못한 행동을 보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 가득하네. 어제 네가 우는 모습 보니 미안한 마음에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일어나 너에게 편지를 써본다.

 

아빠는 네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사실 아빠보다 엄마가 더 클 거야. 솔직히 아빠는 한 개인이 잘 되고 못되고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믿어.

 

그렇지만 아빠가 어릴 때는 늘 다른 사람과 세상만 원망했어. 어렸을 때 할아버지를 되게 미워했거든. 일단 너무 무서웠어. 권위적인 것은 기본이고 수시로 고함지르고, 할머니에게도 큰 소리치고 욕하고, 늦은 밤에도 술먹고 집에 들어오면 잠자는 형과 나를 깨워서 혼내고, 가끔은 아주 심하게 매질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야. 게다가 할아버지는 사회생활도 잘 못했어. 직장도 없었지. 돈도 못 벌었어. 못 버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가졌던 재산을 모두 다 날렸어. 지금으로 치면 백만장자가 아니라 천만장자일 정도로 만석꾼(큰 부자, 지금으로 치면 금수저)의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어.

 

그러다보니 어떤 면에서 돈 귀한 줄도 모르고, 사람 귀한 줄도 모르고, 공부도 안 하고, 버릇도 없이 성장해서 자신이 가졌던 재산을 모두 다 탕진하고 말았던 거야. 게다가 할머니랑 결혼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돈을 까먹었어. 할아버지가 벌이는 사업은 모두 다 말아먹고, 할머니가 돈 버는 족족 모든 돈을 다 날려버렸어. 덕분에 아빠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무허가주택이라고 볼 수 있는 버려진 버스에서 네 식구가 그렇게 가난하게 살아야만 했어.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가난이 싫었어. 옷이나 신발이나 그런 것 없어도 괜찮았어. 매일 똑같은 옷 입어도, 헌 신발 신어도 상관없었어. 오히려 집에 있는 시간이 제일 괴로웠어. 할아버지가 무서웠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학교 가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장난꾸러기로 생활했어. 공부도 못했고, 예체능도 못했고, 의지력도 별로 없었고, 성실하지도 못했고, 꿈도 없었어. 나 자신에 대한 미움과 혐오감만 가득했어.

 

그러다보니 학교성적도 보통이었고, 좋은 대학도 못가고, 좋은 직장도 가지지 못했어. 그러다 엄마를 만났지. 그땐 잘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참 축복이었어. 안 그러면 어떻게 너를 만났겠니. 엄마랑 결혼해서 오빠가 태어나 이제 막 걸어 다니기 시작할 무렵이었어. 참 행복했어. 하지만 어느 날 아빠 역시도 그토록 미워했던 할아버지만큼이나 무능하게 아이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아버지가 될 수 있겠다는 반성의 마음이 들었어. 당시의 아빠도 가난하고 무능했거든.

 

그때부터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 하루에 단 5분조차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면서 살았어. 내가 바로 서야지 오빠에게도 그렇고 다음에 태어날 아이(그러니까 둘째인 유진이 너였지)에게도 기회를 박탈하지 않은 아빠가 되리라 다짐했어. 심지어 유진이 네가 태어나기 전에는 그토록 좋아하던 담배도 끊었어. 아빠 몸을 잘 관리해야 그 다음에 태어날 너에게 나쁜 영향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 그 정도로 아빠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를 사랑했어. 진짜야.

 

네가 태어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우리 집안에 처음으로 태어난 공주님이었기 때문이지. 아빠 집안 쪽으로는 증조할아버지까지 여자아이가 아무도 없었거든. 그런데 네가 아주 어렸을 때는 좀 못생겼어. 엄마는 늘 예쁘다고 말했지만 내가 볼 때는 조금 못 생겼지ㅋㅋㅋ

 

하지만 아빠는 네가 예뻐질 거라 믿었어. 아빠의 믿음 이상으로 정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워졌지. 그게 오늘의 너야.

 

지금도 아빠는 네가 잘 되리라 믿어. 책 한 권 읽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과 PC게임으로 보내는 너를 보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될 거라 믿어. 그런데 가끔은 그런 믿음도 흔들리더라. 엄마는 아이들에게도 꾸지람도 조금 하고, 진로교육도 시켜주라고 그랬어. 하지만 오빠에게나 너에게나 아빠는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싶었어.

 

아빠는 사회적으로는 작가로 교수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너네들 앞에서 만큼은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어. 아빠는 오로지 성실하게 자신의 몫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고 믿었어. 그러면 저절로 따라서 배울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갈수록 네 행동이나 태도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았어. 아빠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난감했어. 사람이라면 때로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하기 마련이야. 게다가 너는 아직 중학교 2학년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엄마에게 설득하기도 했어. 나도 그렇게 마인드셋을 하려고 했어. 지금 다소 부족하지만 결국은 잘 되 거라고.

 

걱정하는 엄마에게도 ‘결국은 잘 될 거고, 못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오롯이 자기 책임이야’라고 말했어. 하지만 부모라면 최소한 너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어.

 

너에게 어떻게 교훈을 전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 아빠에게 떠오른 생각은 딱 하나였어. 너의 ‘예민함’이야. 이 타고난 기질적 특성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깨닫게 해주고 싶었어.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예민한 사람’이라고 하면 ‘까칠한 사람’으로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아빠도 어릴 때는 별로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집에서는 할아버지에게는 끽 소리 한 번 못 내고, 학교가면 늘 장난꾸러기로 생활하고, 사회생활에서는 늘 다른 사람 기분 맞춰주며 살다보니 온전한 나 자신이 없었던 거지.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질 못했어. 내 삶도 제대로 살아보질 못한 거야. 예민함이 없었기에 삶의 성취도 없었던 거지. 그래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마음먹고 꿈을 세워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내 삶에 집중했어.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예민함이 살아나지 않았나 싶어. 예민함에는 총명함도 있거든. 예민함의 방향성이 중요한 거지.

 

그 덕분에 많은 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가기 시작했어. 다만 가끔은 엄마에게 에너지가 폭발하기도 했어. 늘 나를 바로 잡아야지 바로 잡아야지 하면서도 한 번씩 성질을 부리곤 했던 거지. 하지만 그런 태도조차 공부를 하면서 나 스스로를 바로 잡아나가며 상당 부분 고쳐나갈 수 있었어. 그래서 너도 알겠지만 엄마아빠는 어떤 부부들보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를 위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예민한 기질적 성격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면 네가 조금이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아빠는 믿어. 그게 어제 아빠가 너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야. 그런데 아빠가 말을 차분하게 잘하진 못해서 지금 다시 글로 정리해보는 거야.

 

물론 PC게임이나 스마트폰을 해도 좋아. 너는 왜 그렇게 잔소리 늘어놓나 싶겠지만 엄마나 아빠처럼 그렇게 꾸지람 하지 않는 부모도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무작정 내버려두는 것도 안 좋은 거라 생각했어.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해도 괜찮아. 다만 네가 스스로 규칙을 정해서 했으면 해. 그리고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하루 1,2시간만이라도 너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시간을 투자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너의 예민함이 총명함으로 발달할 수 있을 거야. 네가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삶의 목표가 없어 딱히 별다른 의욕이 없을 수도 있어. 아직 괜찮아. 전혀 문제없어. 하지만 그럴수록 기본기를 다져야 해. 기본기란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거야.

 

지금 유진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공부야. 다만 아빠는 학교 공부만 공부라고 생각지는 않아. 학교 공부를 포함해서 너의 미래를 위해서 별도로 공부도 해야 해. 하루 30분이라도 책을 읽고,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붙들기 위해 일기장에 네 행동과 네 생각을 기록해둬야 해. 유진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마련해야 해. 그림을 그리거나,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거나, 춤을 추거나, 진로탐색을 해보거나, 네가 고민하는 문제를 풀어줄 영상을 찾아서 들어보거나 하는 식으로 조금 더 의미 있는 곳에 시간을 써야 해. 조금 시간이 남는다면 요리나 청소나 설거지를 한다거나, 똘이랑 산책을 하거나 하면서 집안일도 어느 정도 도와줘야 해.

 

그래야 예민함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총명함으로 발달하게 돼. 그렇게 작은 시간이라도 꾸준하게 자신에게 투자하면 나중에 사회인으로서도 대접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어. 하지만 지금처럼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면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며 불행하게 살아갈 수도 있어.

 

너는 아빠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재능 있는 아이야. 글도 잘 쓰지, 그림도 잘 그리지, 춤도 잘 추기, 노래도 잘 부르지, 예쁘지, 목소리도 좋지, 감성도 풍부하지, 감각도 있지,,,거의 빠지는 것이 하나 없을 정도로 뛰어나.

 

앞으로도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내 재능을 펼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거라고 아빠는 믿어.

 

부디 너 자신의 미래를 위해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아빠가 사랑을 가득 담아...

20년 10월 8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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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불꽃 퐈이야~~~^^

 

*커리어코치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으며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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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상의 커리어노트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책 이야기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삶과 인생, 서른 번 직업을 바꾸며 성장해온 자전적기록과, 평범한 가장으로 살면서 겪고 느낀 삶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젊은이들의 고민해결사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데 일조하고픈 커리어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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