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영화 <조커>, 악당 탄생신화에서 배운 3가지 인생교훈
영화 <조커>를 보고 나서 ‘기절초풍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떠올랐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연기를 소화할 수 있단 말인가. 주연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완벽한 원맨쇼에 가까운 영화였다. 전율이 느껴졌다.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신들린 연기였다.
그는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의 악역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황제인 아버지를 죽이고 왕권을 찬탈한 호래자식 코모두스 역이었다. 당시에는 나뿐만아니라 누가 봐도 미워할 수밖에 없던 악당 캐릭터였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만큼 그의 악역연기가 자연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이번 조커에서는 악역이지만 미워하기 어려운 악당 캐릭터를 소화해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다. 악인이 등장하는 영화 속에서는 악당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악인의 과거정황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대개 허울 좋은 핑계거리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물론 조커가 실존한다면 그야말로 사이코패스에 불과하겠지만 영화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분명 동정심이 간다.
무엇보다도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악당으로 탄생하는가를 잘 그려낸 신화가 아니었나 싶어 조금 색다르게 영화평을 해본다. 영화는 대개 영웅의 탄생과 그들의 활약상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 영화 속의 슈퍼맨이나 아이언맨이나 어벤져스 구성원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신화와 문학, 종교, 예술이 다 그런 편이다.
평생토록 신화를 공부했던 신화학자 조셉 켐벨이 말한 영웅의 서사구조에서도 그러한 구조를 알 수 있다.
영웅은 가난하거나 나약하거나 열등감을 가지고 태어나 자신의 고향에서조차 온갖 핍박을 받다가 고향에서 마저 내쫓기게 되고 이국만리를 떠돌면서 온갖 역경을 맞이하며 이전보다 더 큰 고통과 핍박을 겪게 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을 되찾고 획기적인 삶의 전환점을 맞아 온갖 역경을 딛고 성취를 하며 영웅으로 거듭나며 고향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 기본적인 영웅탄생의 서사구조다.
그런데 이번 영화 <조커>역시 그 구조에서 거의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악당의 탄생 역시 그런 서사구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악당 조커는 가난하고 나약해서 어린아이들에게조차 놀림을 당하고, 비천한 신분에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정신착란에 가까운 웃음증세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직장과 가정에서조차 온갖 핍박을 받다가 작은 피난처가 되었던 곳에서 마저 내쫓기게 된다. 유일하게 있던 직장조차 동료의 모함으로 내쫓기고,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부자 웨인은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 믿었던 어머니는 자신을 학대한 정신착란자였고, 유일하게 존경하던 방송진행자 머레이는 TV에서 자신을 공개적으로 조롱한다. 고향인 고담에 있지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영혼은 이국만리를 떠돌면서 온갖 역경을 맞이하며 이전보다 더 큰 고통과 핍박을 겪게 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을 되찾고 획기적인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자신이 악당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온갖 역경을 딛고 더 사악한 악행을 벌이며 더 큰 악당으로 거듭나며 비운의 악당 조커의 탄생을 예고한다.
어떻게 이렇게 영웅탄생과 악당탄생의 서사구조가 동일하다는 말인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마도 감독은 우리 내면의 선과 악을 극명하게 대조하여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던 의도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그 다음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 <다크 나이트>를 보면 조커는 고담시의 영웅으로 불렸던 배트맨을 공략한다. 그를 타락시키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다음 계획을 세운다. 영웅으로까지 불리웠던 고담시의 검사 하비를 타락시키는데 성공한다. 고귀한 사람조차 얼마든지 바닥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극도의 공포심을 불어넣는 그의 광기어린 모습에 영화 마니아들은 탄성을 내질렀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와 나 스스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도 있지 않나 싶었다. 우리 사회에 악당이 탄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사랑이 있어야 한다.
만일 조커가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이해받고 사랑을 받았더라면 그렇게까지 추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유일하게 하대하지 않았던 난쟁이 동료를 살려준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최소한 어머니만이라도 그를 끌어안아주고 사랑으로 품어주었더라면 그렇게까지 뒤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다. 부모만이라도 온전하게 자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최소한 그렇게까지 남을 해치는 사람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고귀한 사랑을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둘째,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이다.
너나할 것이 없이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이 부족하다. 힘이 없다고 무시하거나, 키가 작거나 뚱뚱하거나 못생겼다고 외모로 평가하고, 돈이 적거나 없다고 무시하고, 지위가 낮거나 직업이 형편없다고 무시하고, 나이가 어리거나 많다고 무시하고, 지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셋째, ‘건강한 사회문화’다.
그런 면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건강한 사회문화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을 다 보호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소외받고 버림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사회를 변혁할 필요가 있다. 악당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시스템으로는 더 큰 악당이 태어날 수밖에 없게 되어 있으므로 악당이 성공하기 어렵게 사회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영웅이 탄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첫 번째는 ‘사랑’이다.
만일 조커가 그의 어머니가 아니어도 주변 직장동료나 아니면 TV진행자 머레이나 아니면 최소한 사회복지사라도 그에게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줬더라면 그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타인만 탓할 수는 없다. 어찌되었던 성인이 된 만큼 자기 삶의 책임을 온전하게 질 필요가 있다. 세상의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더라도 자기만큼은 온전하게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쉬이 자기 스스로를 학대하고 만다. 사랑은 나의 부나 지위나 직업이나 권력이나 인기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존중해주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의 씨앗이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 될 뿐만 아니라 운명을 뛰어넘을 영웅의 힘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이다.
조커는 어린아이들에게 무시당하며 얻어맞기도 하고, 동료에게도 따돌림을 받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놀림 받으며 얻어터지기도 하고, 사랑하는 어머니에게서조차 학대받는다. 그렇지만 그 역시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이 필요하다. 오로지 그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보다는 어린아이니까 철이 없어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고, 동료들도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할 수도 있다고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을 조롱하는 사람들은 정신적 성숙도가 낮은 것이라고 이해해주고, 어머니 역시 어려운 환경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동정심을 발휘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오로지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만 돌리고 자기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한 책임이 있다. 영웅이 되고 싶다면 아니 최소한 악당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과 상대와 세상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건강한 사회문화’다.
영웅을 영웅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사회문화가 필요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너나할 것 없이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참지를 못하고 사람들을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똥 묻은 개들이 겨 묻은 개들을 쉬이 비난하고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사람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시기질투심이 넘치는 사회에서는 영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사람조차 영웅으로 살아갈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역경을 딛고 잘해나간 행동이 있고, 뜻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응원하고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그런 건강한문화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결국 악당탄생과 영웅탄생의 서사구조는 동일하지 않은가?
평범한 사람들도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건강한 우리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불꽃 퐈이야~
* 글쓴이 정철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커리어 코치로, 대학교수로, 외부 특강 강사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상담가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KBS, SBS, MBC, YTN, 한국직업방송 등 여러 방송에 고정출연하기도 했다. 연간 200여 회 강연활동과 매월 100여명을 상담하고, 인터넷상으로는 1천만 명이 방문한 블로그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로도 활동하며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다.
나사렛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대구대학교에서 취업전담교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동아대 강의전담교수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진로백서>, <따뜻한 독설>,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등의 다수 저서를 집필했다. 사단법인 한국직업진로지도협회를 설립해 부회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고자 힘쓰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꿈과 희망찬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언론으로부터 닉네임까지 얻으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취업진로지도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며 400여명의 전문가를 배출해왔다. 궁극적으로는 진로성숙도를 높여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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