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답답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선생님이 메일로 상담해주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졸업 후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바로 고향으로 내려와 영어학원 강사로 취직해서 입시학원에서 일했고, 다른 일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현재는 입시학원은 아니지만 역시 영어학원에서 일하고 있고요. 그렇게 산 지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이 일이 제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삶의 의욕도 점점 사라지고, 출근시간만 되면 심장이 뛰고 불안하고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3년 동안 행복했던 적이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 참다가 2년간 일하던 학원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그곳을 6개월 만에 또 그만두었습니다.
다시는 학원 일을 하지 않으려고요. 제가 학원을 그만두었던 이유들은 늦은 새벽에도 상관 않고 주말이든 새벽이든 언제든 부르면 와 주길 바라는 원장님의 요구, 월급과 근로시간문제(잦은 주7일 근무, 공휴일 휴무 일체 없음) 등등 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있는 곳이 작은 시골이라 일자리가 많지 않아 다시 학원으로 취직했습니다.. 제가 했던 일이라곤 그것밖에 없어서 결국 다시 이번에는 파트타임으로 들어갔는데 학원이라는 곳이 계속파트로는 있을 수 없더라고요. 다시 전임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예전의 악몽 같은 나날들이 반복 되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동안 제가 열심히 살고 있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서, 마음가짐을 고쳐먹으면 적응할수록 나아지겠지, 열심히 하자,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노력하자, 열심히 살자..
이렇게 매일매일 되뇌고 되뇌면서 죽을힘으로 버텼는데, 성과는 하나도 안 나오는 거예요.
아이들 성적은 하나도 안 오르고.. 떨어지고요. 전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울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3개월 만에, 또 월급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전 최대한 정중하게 말씀을 드렸는데 다음날 해고를 당했습니다. 이유는 다른 이유를 대시더라고요.
저는 그날로 다른 학원에 취직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데, 아직 반년이 덜 되었습니다. 지금 일하는 곳은 시간적으로는 훨씬 여유롭지만, 자존감은 이상하게 더더욱 떨어지는 곳입니다.
원장선생님께선 교육에 크나큰 열정을 가지고 계시고 일도 굉장히 잘 처리하시는 분입니다. 저의 실수나 그런 부분에서도 굉장히 엄격하세요. 아직 일을 다 못 익혀서 혼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물론 기분이 상하고 상처받는 적은 많지만 아 대단하시다 일 정말 잘 하신다 이런 것들은 배워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무조건 숙이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문제는..제가 학원일이 너무 재미가 없다는 거예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흥미도, 교육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나 애정이 없습니다. 원장님이 열정 있게 일하실 때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나도 그랬으면 저렇게 열심히 살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슬퍼집니다.
그러다 보니까 저는 늘 부정적이고 일 부적응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 또 제가 자책감이 듭니다.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볼까, 용기를 내볼까 생각하지만 쟤 또 일 그만뒀어 라고 생각할 사람들의 시선과 부모님께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서 또 울며 출근합니다. 출근 준비 할 때부터 도착 할 때까지 계속 눈물이 나와요.
저는 제 안에 열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 돈 많이 못 벌어도, 사람들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한 달에 천만 원씩 벌어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바에야 최저 임금 받아도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진짜, 열심히 살고 싶어요. 명품, 좋은 차, 좋은 화장품 등등 그런 것 보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하면서, 그 일에 미쳐서 살고 싶습니다.
저에겐 오랜 꿈이 있는데.. 책 번역하는 일입니다. 짬나는 대로 영어공부, 신문, 독서 등 하고 있지만 시간이 부족했고, 지쳐갔던 3년 동안 점점 멀어져 버렸습니다. 지금도 공부는 시간 나는 대로 하지만.. 이렇게 공부해서 언제 실력이 쌓일까 불안합니다.
지금으로선 꼭 그 일 아니더라도 제 성격에 맞는 일을 찾아 무엇이든 하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 저는 내향적인 성격입니다. 그렇다고 사람들 만나러 나가는 것을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그 반대입니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편이라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학원강사를 하면서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졌고, 직장에서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어요. 번역 일을 하기 위해서 대학원을 가고 싶은데, 공부가 많이 필요하고, 돈은 안 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학원에서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이 들고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제 얼굴을 보면 깜짝 놀랍니다. 대학시절에는 에너제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이젠 모두 저보고 힘내라고 해요ㅠㅠ
교사나 강사 일보다는 사무직이 차라리 나은 것 같아 지금 워드랑 컴활도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인생에 대한 계획을 짜는 것이 좋을까 너무도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저는 누군가의 조언이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글이 두서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간결하게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버렸네요^^;
부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답변:
오락가락하는 불안한 심리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러다보니 이율배반적인 말과 생각과 욕구들이 산재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내면에 열정이 가득하다고 말씀하시지만, 죄송하게도 행동해 오신 것만으로 봐서는 열정적이지 못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이 있다고 말하면서 사무직이나 할까 고민하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돈 같은 것, 명품 같은 것, 좋은 화장품 이런 것 없이 좋아하는 일을 있으면 미친 듯 매진하고 싶다고 말씀하시지만, 정작 번역이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면서 미친 듯 번역을 하기 위한 역량 쌓기에 매달리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번역하고 싶다는 일이 있는데 왜 그리 흔들리는지요. 물론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어떤 일이 주어져서 미친 듯이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번역회사에 취업을 못하더라도, 당장에 번역 일이 없더라도 번역에 매달려야 진정으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나 자신이 선택한 일이 있다면 그 어떤 일이든 미친듯 매달려야만 한다는 겁니다. 단지 좋아 보이는 것은 그냥 좋아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백화점에서 아이쇼핑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중요한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지속하는 겁니다.
특히 책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만큼 그 일에 매달리면 됩니다. 물론 지금의 실력으로는 어림없을 수도 있을 겁니다. 틈틈이 역량을 쌓아나가면 됩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책을 번역해보는 것을 목표로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해외에서 나온 책 중에 아이들 영어교육에 좋은 책 한 권을 번역해서 출간해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금 일도 열심히 일해보시면서 번역을 병행해보는 것이죠. 꿈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실행역량입니다. 따라서 번역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해야만 합니다.
아직 경력이 3년차 밖에 안 되었습니다. 한참 더 공부해야만 합니다. 번역 세계는 대단한 작품을 한국어로 만든다든지, 작가와 같이 홀로 창작에 가까운 작업을 하는 일이라 멋있어 보이지만 사실 실력이 없으면 일거리 자체가 없는 아주 냉정한 세계입니다. 따라서 번역을 하더라도 아주 사소해 보이는 번역 경험을 많이 해봐야 일거리가 주어질 겁니다.
방법은 실력을 쌓는 겁니다. 꾸준하게 해야만 합니다. 꾸준하게 노력하며 준비하지 않으면서 미친듯 매달릴 일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꿈이 있는데 왜 미친듯 매달리지 않는지요. 죄송하지만 하기 싫은 겁니다. 미친듯 매달릴 일이 없어 매달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만 사실 핑계지요. 이유를 달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자신이 할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는데 시간을 낭비합니다. 그렇게 안 될 이유를 늘어놓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정말 미친 듯 일하고 미친 듯 매달려보시길 권합니다. 그렇게 매진한다고 하더라도 당장에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반드시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열정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열정적인 행동을 해야만 열정이 일어납니다. 정말 열정적으로 꿈을 향해 준비하고 노력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세요.
꿈은 처음부터 단 번에 이루는 것이 압니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소설처럼 그렇게 극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빠른 시간에 성취할 수도 있겠지만 대개 아주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그 과정은 생략되거나, 빠르게 지나가거나, 미화되죠.
지금 당장 직장을 그만두라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게 해야 될 필요도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 현재 그런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꿈을 성취하기 위한 경험과 역량을 더 쌓을 시기로 보입니다.
그러기 위해 조금 더 치열하게 일하며, 치열하게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보수를 줄이더라도 근무시간을 조금 더 줄이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현재 하는 일도 ‘하기 싫다, 하기 싫다’만 외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더 잘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보세요. 다른 일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번역이 아니라 영어강의가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의 재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꿈끈을 놓치지 말고 앞으로 전진해나가시길 바랍니다. 사람의 변화는 한 순간에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굳게 결단하고 실행하시면 거창한 꿈도 이룰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독하게 현실을 견뎌보세요. 만일 그냥 그렇게 편안히 살고 싶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독하게 굴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꿈이 있고, 내면에 열정도 있다고 하신 만큼 지금 현실에 굴복하지 말고 꾸준하게 밀고 나아가보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도 영어로 밥을 먹고 살았고, 제 아내도 영어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유치부와 중등부 학원강사 생활도 했지요. 지금은 두 사람 모두 각기 다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동안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려 했다는 겁니다. 아마 다른 일도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성공한 사례도 많지만 대개 자신이 맡은 일에 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부디 흔들리지 말고 나의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해보시길 바랍니다.
반드시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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