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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 직업을 바꾼 남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군대생활에서도 배울 점 있다!

by 따뜻한카리스마 2016. 6. 1.

오늘은 28년 전 군에 입대하던 날! 가난으로 대학등록금 낼 형편이 못되어서 직업군인으로 입대하던 날-_-;; 딱 한 명만 나를 위해 눈물 흘려줘도 고맙겠다고 생각했던 날, 그러나 많은 친구와 선후배들이 역까지 나와 눈물을 흘려줘서 참 행복했던 날^^;;;

 

우리 청년들이 오늘의 역경을 딛고 미래의 밝은 꿈을 그려나가길 희망하며, 오늘도 나는 청년들에게 달려간다~~~~~~

 

제 옛 기억도 재밌게 읽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군대 시절의 이야기 공개합니당^^*

오늘은 대한장병 모두 퐈이야~~~~^^*ㅎ

(사진은 군부대에서 강연하던 모습인데요, 생각보다 각이 제대로 서 있죵^^ㅎ)

 

대학 등록금이 없어 시작한 직업군인 생활

부제: 사소한 경험의 사소하지 않은 의미

여자들이 남자들 이야기 중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군대 이야기와 축구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웬만해서는 군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사실 부끄러운 기억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직업 이야기를 꺼내면서 군대 이야기를 빠뜨리기는 아무래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4년 6개월간이나 직업군인으로 생활했으니 군대도 내게는 분명 하나의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로 군에 들어가서 어떻게 생활하고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잃었는지의 경험들이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어떤 계기를 만들어줄 수도 있을 것 같기에 여성분들의 질타를 무릅쓰고 군대 이야기를 꺼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축구를 못했기에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

 

대학교 2학년이 될 즈음,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집안 형편 탓에 아버지는 내게 직업군인을 권했다. 공군 하사관을 지원 입대하면 급여도 나오니깐 한번 도전해보라고 했다. 당시 나 역시 학생운동에 다소 지쳐 있었고,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돈도 없는데 대학에 계속 다니기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또 한편으로 당시에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아버지가 하라는 것에 반대했는데, 아버지 말에 토달지 않고 바로 입대 자원해서 시험을 봤다. 시험이라는 모든 시험에는 워낙 자신이 없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당시 지원자가 별로 없었는지 바로 합격했다. 요즘 같이 부사관을 선호하는 때였다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었을 게다. 요즘은 학원에 가서 공부해야만 합격할 정도라니 세상 참 변했다. 당시로서는 가난하고, 무식하고, 못 배운 사람들이 가던 것이 하사관이라고 불리웠기 때문이다.

 

장기 복무자로 지원했던 지라 나는 군사 훈련만 6개월을 받았다. 기초 군사훈련 이후에도 3개월간 직무 교육을 더 받았으니 훈련만 9개월 받은 셈이다. 1988년 6월 1일에 입대했는데 곧 여름이 다가왔다. 무더운 한여름에는 군사 훈련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뛰더라도 땀이 저절로 흘러내리기도 했다. 20킬로그램에 가까운 군장을 몸에 두르고 움직였으니 그해 흘린 땀이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땀을 흘린 한 해이기도 하리라. 속내의를 손으로 짜면 물이 줄줄 흘렀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원산폭격을 한두 시간씩 하기도 하고, 뜨거운 연병장에서 누워서 좌우로 구르기를 몇 시간씩 하기도 했으며, 강도 높은 훈련을 몇 시간씩 받기도 했다. 육군이나 특수부대에 비한다면 분명 수월한 훈련이었을 게다. 그래도 동기들은 꽤나 힘들어했다. 토하는 친구도 있고, 정신을 잃는 친구도 있고, 견디다 못해 훈련 도중에 나가버리는 동기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힘들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정신적으로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마음 편한 시간 중 한순간으로 기억된다. 복잡했던 개인적 상황을 모두 잊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있을 때는 내 미래가 보이지 않아 죽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학생운동하면서 도망 다니던 염려도 없어지고, 돈이 없어 친구들을 만나기가 두렵던 그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게다가 정신 차리라고 고참들로부터 수시로 총기 개머리판으로 얼차려도 받고 얼마나 좋은가. 솔직히 아무런 고민 없이 주면 먹고 안 주면 안 먹고, 때리면 맞고, 가라면 가고 뛰라면 뛰는 비주체적 삶이 오히려 그당시 나에게는 평온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2년가량 깨끗이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책 읽기를 시작하여 한 달에 10여 권씩 읽었는데, 그것이 내 삶의 운명을 바꾸는 큰 힘이 되었다. 그 덕분에 유명 인사들만 출연한다는 SBS의 독서캠페인에 1주일 동안 출연하기도 했다. 요즘 바쁘답시고 책을 많이 못 읽곤 할 때는 “책 읽을 시간이 너무 없어 다시 감옥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던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기곤 한다. 유명인이 되어 언젠가 나도 ‘책 읽을 시간이 너무 없어 다시 군대 가고 싶다.’ 이런 말을 할 기회가 있을까. 아~~~난, 빈 말이라고 그런 말을 하고 싶진 않다. 두 번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군사 훈련이 끝난 뒤 ‘항공기 레이더 전자 정비’라는 보직을 받고 3개월간 직무 교육을 받았다. 내가 맡은 주요 업무는 전투기가 이륙하기 전에 레이더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것이었다. 조종사가 지상으로 총격이나 폭탄을 투하할 때 정확한 지점으로 투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레이더 장치 조준이 잘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투기는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전투기 출격 전에 매번 조종석에 올라가서 장치 조준을 하기도 했다. 첨단 장비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내부적으로 기계를 손보는 일은 나로서는 중과부적이었다. 물론 문제의 정도가 심하다면 수리창으로 들어갔지만, 웬만한 문제들은 우리 선에서 해결되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나는 인문계 출신이라 전기전자 관련 지식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3개월간의 직무 훈련 기간 동안 배운 기술과 영어 능력은 자대 배치를 받고 업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음은 물론,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외국계 회사 세일즈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제대 후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취업했던 방송국에서 구조조정당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였다. 한 회사의 모집 공고에 이공계열 졸업생만 지원 자격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연락도 없었다. 나는 전화를 걸어 지원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에 반발했다. 회사를 찾아가 공군에서 최첨단 레이다 전자 장비를 4년간 다뤘고, 기초적인 전기전자 교육을 받았기에 관련한 지식과 소양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 덕분에 군경력까지 인정받아 합격할 수 있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경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시시하다고 경시하다 보면

스스로 시시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소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소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자세로 삶에 임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사소한 경험이라도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자세로

모든 일에 성실히 임할 필요가 있다.

참고도서<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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