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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독설

고시 열병에 시달리던 30대 여성(1)

by 따뜻한카리스마 2015. 11. 13.

 

30대 초반 여성이 찾아왔다. 공무원 시험을 치른 후 발표를 기다리고 있단다. 이번 시험마저 틀어진다면 앞으로 도대체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그녀는 공무원 시험을 치기 전까지 별다른 특기도 경력도 없이 비정규직으로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고 점점 힘들어지기만 했단다.

 

결국 자괴감에 우울증까지 생겨 히키코모리처럼 1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2년 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는데, 이마저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거다. 앞으로 시험을 더 준비해야 할지, 이제라도 꿈을 찾아나서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청년들을 만나면서 안타까웠던 것 중 하나는 사법고시, 행정고시, 임용고시 등 각종 고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거다. 특히 채용 인원이 아무래도 더 많은 일반직 공무원 시험에 다수가 도전한다. 한 해 대학 졸업생이 55만 명쯤 되는데, 그중 17만 명가량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다고 하니, 3명 중 1명꼴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셈이다. 물론 중도 포기한 사람들도 있으니 수치를 줄여야겠지만 재수, 삼수 하는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까지 합쳐보면 최소 매년 20여만 명의 청년이 고시에 매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왜 이토록 많은 젊은이가 취업 대신 고시를 택할까 의문이 들었다.

 

고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학생들은 시험 준비 기간을 보통 2~3년으로 본다. 그 기간 동안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다가 실패하면 학교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이 경우 취업 경쟁에서 밀리기 쉽지만, 그나마 그때라도 재빨리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새로운 분야로 전환하면 괜찮다. 문제는 대학 졸업 후 5~6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시험에만 매달린 사람이다.

이들이 고시에서 낙방할 경우는 실로 난감하다. 사실상 요즘은 너무 많은 사람이 고시에 매달리다 보니 예전에 비해 합격하기가 훨씬 어려운데 말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졸자가 9급 공무원 시험을 통과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졸자가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다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여길 정도였다.

 

‘상식이 없어도 어떻게 저렇게 상식이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들게 하던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통과하기도 했다. 내가 아는 한 군대 고참은 제대 후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 “철상아, 유비하고 장비하고 제갈공명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거, 니 알았나?”라고 했다. 나는 이 뜬금없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 사람들 있다 아이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중국 사람들이란다. 와! 이번에 시험공부 하다가 알았다 아이가.”

 

헉!

꾸며낸 이야기라는 생각들 정도로 믿기지 않을 게다. 하지만 분명 실화다. 그런 그도 경찰이 됐다.

 

그런데 이제 이런 사람들은 공무원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 최소 100: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공무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공무원 채용 규모가 다르긴 하지만, 1만 명 정도를 뽑는다고 추정하면 평균 20만 명이 지원자로 몰린다. 합격률이 고작 5%에 불과한 셈이고, 지원자 100명 중 많아야 5명이 합격한다는 소리다. “나는 5명 안에 포함될 거야!”라는 희망으로 누구나 도전하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혹하다. 통계로만 보면 안 될 가능성이 95%인데, 정작 자신은 5% 안에 들 거라고 맹목적으로 믿는다는 건 지나친 긍정이 아닐까.

-출처: 도서 <따뜻한 독설> 중에서

 

연재글:

고시 열병에 시달리던 30대 여성(1) www.careernote.co.kr/2395

고시 열병에 시달리던 30대 여성(2) www.careernote.co.kr/2396

고시 열병에 시달리던 30대 여성(3) www.careernote.co.kr/2397

고시 열병에 시달리던 30대 여성(4) www.careernote.co.kr/2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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