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기업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준비하세요!
안녕하세요.
현재 졸업반으로써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26살 대학생입니다. 제 고민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교수님의 블로그 (www.careernote.co.kr) 를 찾아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답이 없는 제 인생에 대해 상담하고 싶습니다. 중학교 땐 그래도 컴퓨터나, 심리, 일어, 만화가 등 그나마 꿈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공부도 못하고, 머리도 나빠 성적이 되는대로 실업계로 가게 되고, 거기서 지금의 토목과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요.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공부를 소홀히 하다 고3이 되서는 성적이나 공부해둔 게 없어 그나마 실업계 학생이 들어가기 쉬운 실업계 동일계로 지방 4년제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이 학과가 안 맞는다고 생각되기에 꼭 전과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소심함과 결정력이 부족한 성격 때문에 전과도 못하고 어영부영 보내다가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제대 후 복학해서도 학과 공부를 했지만 책을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잘 따라가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애들은 복학해서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공부를 하는데, 전 그러지 않으니 당연했겠죠..
점점 수업 듣는 것 외에는 집에서만 있고, 인간관계도 소홀히 되어 연락되는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대학교 동안 계속 현실도피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점도 3점대에서 초반에서 간당간당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현실과 제 인생을 돌아봤지만, 이미 너무 많이 지나와버렸습니다. 이제 제 나이면 다른 사람들은 벌써 취직했거나, 자기 길이나 목표를 향해 한참 달려가고 있을 텐데, 전 아직도 이러고 있으니 제 자신이 너무 답답합니다.
지금 이 과는 저한테 아닌 것 같다고 생각되어서, 돈은 상관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이나 적성에 맞는 쪽으로 가고 싶어, 워크넷에서 직업적성검사 등 여러 검사를 해보고, 빠른 시일 내에 가까운 취업지원관에게 가서도 상담도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은 예전부터 흥미 있는 컴퓨터, 일어, 심리 분야 쪽이나, 아니면 학력이 상관없는 공무원도 생각해봤는데, 9급 공무원은 경쟁률도 높고 영어도 잘되어야 한다기에 어려울 것 같고, 9급보다는 조금이나마 쉽다는 10급 기능직 공무원 도전도 백지 상태로는 승산이 없을까요?
너무 현실을 외면해 살아서, 이런저런 생각만 나고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아니면 위 생각들이 너무 철없는 생각일까요.. 적성에 안 맞아도 현재 전공 쪽을 더 파야할까요..?
적성을 알아보고해도 이렇게 가다보면, 주위에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고 아무래도 제 문제를 아무것도 풀지 못하고 자업자득으로 계속 이런 삶을 살게 될 것 같아 너무 두렵습니다..
제가 나아갈 수 있는 길이나 방향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쓴 소리나 따끔한 충고,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바쁘신데 엉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이런 문제에 조언을 드린다는 것이 참 조심스럽습니다. 말씀처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딱 찾아주는 검사나 그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뚝딱하고 ‘어떤 어떤 직업이 당신의 적성에 딱 맞습니다’라고 정해주는 검사나 도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기대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환상을 품어보곤 하지만 그야말로 환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적성에 딱 맞아 떨어진다고 말하는 검사들이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있습니다.
생각해보시면 의외로 간단한데요. 우리는 부정적인 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잘못을 쉽게 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검사에서 ‘당신의 적성은 000이므로 당신의 직업은 000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000학과로 진학해야 하며, 000 공부를 하고, 000자격증을 취득해서, 000이라는 직업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런 ‘000일이나 000직업’이 전혀 맞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검사가 자신에게 꼭 맞는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가 너무 비약적으로 비관되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물론 그런 검사들도 나름대로 다 도움은 됩니다. 다만 그런 식으로 적성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뒤따르는 학습, 지식, 기술, 경력, 강점, 경험 등을 채우며 직접적으로 적응해봐야 하기에 상당 시간의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소질이나 적성을 찾게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크게 뒤따르지 않고 있지 않으신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부분이 다소 우려스럽습니다.
이렇게 무엇을 해야 될지 몰라 망설일 때 제가 주저함 없이 추천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현실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는 겁니다.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찾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저 멀리에 해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혀 다른 공부나 경력을 준비하지만 대개 해답은 가까이 있습니다.
일단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습니다. 실타래가 한 번만 얽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칼레 얽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때로 하나하나 엉킨 부분을 차분하게 풀어나가야 할 때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 너무 엉켜 있다면 끊어버려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그게 어떤 부분이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 자신이 ‘이거나 한 번 해볼까 하는 컴퓨터나 일어, 심리 분야 쪽이나, 공무원 쪽’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들 중에 일부는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진로 문제를 더 엉키게 만들 우려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그 속에서 길을 찾을 수도 있지만 대개 꿈을 쫓아가는 듯한 환상만 불어넣어주고 시간만 소모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26살의 대학교 4학년이 이제와 전공을 바꾸기 위해 시간을 쓴다면 소모로만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분명 그래야 할 사람도 있고, 그런 상황도 있지만 문의주신 분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토목으로 시작한 만큼 토목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에 안 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개인적인 관점으로만 바로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채용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본인과 같은 입사지원자를 바라본다면 토목 이외에 본인이 희망하는 직종으로 채용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 분야의 지식이나 경험이나 학습이나 역량으로 입증할 요소가 없기 때문이죠.
희망하는 분야의 취업하기에 자신이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자세를 낮춰 시장에서 요구하는 조건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스타트해야하지 엉뚱한 공부한답시고 몇 년을 매달려봐야 누리는 혜택은 별로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정말 적성에 맞는 일이나 아니면 기능적으로 습득할 있는 기술이나 기능을 배운다면 다른 방향으로도 쉽게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에는 무엇이 있을지 직업상담사나 취업지원관들을 통해서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런 부분도 엄밀하게 말해서는 본인이 스스로 찾아내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
만일 그런 단순 기능적인 일을 할 요량이 아니라면 지금 현재로서는 하기 싫겠지만 토목 관련한 일을 시작하면서 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 위한 능력을 쌓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26살의 나이가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늦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지 않고 ‘이 일이 안 맞으니 이걸 해볼까, 아니야 저걸 해볼까’하면서 공부한답시고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이미 늦었다는 본인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하게 될 겁니다. 그것을 자성예언이라고 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대로 자신이 말한 대로 그대로 일어난다는 뜻이죠.
이제라도 준비해야만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미래의 일까지 준비해야 하니 남들보다 2배는 노력하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벌기 위해 최소한 3년은 집중적으로 투자해야만 합니다.
앞으로 이 3년 동안의 시간이 나머지 경력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겁니다. 따라서 이 동안에는 지나친 환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해야 될 삶의 과제에 집중하며 실전 경험을 통해 경력과 능력을 쌓아나가야만 합니다.
출발점을 자꾸 뒤로 늦추려고 애쓰지 말고, 이미 출발 선상에서 올랐으니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굳은 각오를 가지고 치열해 준비해 나간다면 분명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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