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2살 대학교 3학년 000 라고 합니다.
항상 저는 부모님과 진로에 있어서는 갈등이 있었습니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시절, 큐레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과 타협하여 모 국립대학교 행정학과에 들어왔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제가 공무원이 되길 바라셨어요.
중학교 때부터 들었던 소리라서 잘 모르고 그냥 나는 공무원되야 되겠구나.. 라고 막연히 생각하면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사회학, 미학, 인권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미술관 큐레이터가 하고 싶었습니다.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는 것에 굉장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불안정한 직업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은 크게 반대를 하셨습니다. 꿈에 크게 부딪혔지만 착한 딸이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부모님과 갈등을 계속해서 빚는다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간섭에서는 벗어나 이것저것 활동들을 했습니다. 학생회, 동아리, 인권단체에서 봉사활동 등. 인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저는 대안학교 교사라는 장래희망이 생겼습니다. 부모님이 바라시는 5급, 7급, 그리고 9급의 연봉은 대안학교 교사에 비할 수가 없지요.
그리고 행정학과를 갔는데 공무원시험을 안쳐보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불만을 갖고 계십니다.
제가 대안학교 교사를 꿈꾸게 된 것은, 북유럽 국가의 교육환경과 우리나라 공교육 현실을 비교하면서부터였지요. 인권단체에서 배웠던 인권 감수성도 학생들에게 깨닫게 해주면서 보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살아가면서 돈 정말 중요하다는 것 저도 압니다. 남들과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비교하게 되는 순간도 오겠죠. 부족해도 부족한 만큼 맞춰 살아간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제가 많이 철없고 물정모르는 생각을 하는 건가요? 저희 집안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 또다시 걱정됩니다.
한편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인데 남이 하는 대로 했다가 잘못되면 남 탓하는 제 모습도 싫구요. (사실은 모든 게 제 선택이지만은,,) 자꾸 이런 것들이 겹쳐 고민이 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이건 여유 부리는 생각인건가요?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답변:
답신이 늦어져 송구합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고민을 계속 하고 계셨겠군요.
사실 인간 삶이란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이고 선택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어떤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그래서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또 한편으로 삶의 생동감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단정적으로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고 규정짓기 어려움이 있습니다. 내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주변 여건이 갖춰지지 않거나 주변의 반대가 만만치 않는다면 내 의지도 꺾여 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게 원칙입니다. 다만 원칙에 변형을 조금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면 보다 다양한 선택대안들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반대에 극명하게 마주칠 겁니다. 중학교 때부터 공무원 되길 강조해오셨다니 안 봐도 뻔한 일입니다. 그로 인해 갈등의 폭도 커질 수 있습니다.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부모님의 반대를 견뎌내야 해야 할 때도 있고, 다른 합의점을 찾아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충돌할 때는 서로의 입장만 고려하다보니 하나의 대안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다양한 대안들은 언제든 존재합니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시기마다 아주 다양한 대안들이 있을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부모님이 원하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이 된 다음에 몇 년 다니다 대안교사를 하는 경로가 있을 수 있고, 일단 부모님과 협의 한 차선책으로 임용고시를 봐서 교육 공무원이 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제3의 대안들도 고려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부모님을 잘 설득해서 본인이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훨씬 더 다양한 대안들이 있을 것인데요. 모두 다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의 주신 분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선생님이 된다면 일반 학교에서 있거나 대안 학교에 계시거나 분명 좋은 선생님이 되리라 싶습니다. 말하자면 일반학교에서도 그 역할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물론 대안 학교에 비해 일반 학교에서 가질 수 있는 재량권이 적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대안학교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시스템적인 요소와 재량권이 있기는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클 겁니다.
경우에 따라 문의주신 분이 원했던 대안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왜 대안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했던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보시고 해답을 구해보시면 또 다른 대안들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삶은 끊임없이 여러 가지 대안들을 펼쳐놓고 상황에 따라 전략을 펼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입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것부터 규정지어야 합니다. 사실 공무원이 되던, 대안학교 선생님이 되던, 교직 공무원이 되던, 학원 강사가 되던, 일반 직장인이 되던 그 어떤 일을 하던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이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두려움을 떨쳐내 버리세요.
그런 다음 진정으로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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