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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 직업을 바꾼 남자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서 취업의 길을 탐색해보다

by 따뜻한카리스마 2014. 2. 17.

아주 오래 전에 인터뷰한 기사를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했습니다.

 

 

한국경제매거진이라는 잡지에서 2명의 인턴 기자와 한 분의 기업 대표와 같이 인터뷰한 내용이었습니다. 슈스케 그러니까 슈퍼스타K의 열광에 맞춰 우리 젊은이들의 취업 문제와 같이 연결해서 토론을 한 내용이었습니다. 2011년 11월 기사였는데요. 오디션 광풍이 불기 시작하던 때긴 하였지만 당시에 저는 '슈스케'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토론에 참가하려면 이 방송도 봐야 될 것 같아서 의무적으로 방송을 찾아봤다가 너무 재미 있어서 흠뻑 빠져들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저를 비롯해 4사람이 함께 슈스케에서 취업진로의 길을 찾아보고자 자유토론을 벌였는데요. 한국경제메가진팀이 그 내용을 녹취해서 잘 기록해주셨네요.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이 시대 청춘들을 위해 오늘과 내일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작은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 여러분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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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에서 볼 수 있는 처절한 경쟁과 생존 몸부림은 취업난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늘의 대학생들과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뽐내야 하는 예선(지역 오디션),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기술·파트너십이 중요한 토론과 합숙(슈퍼 위크)을 거쳐 톱10이 된다는 것은 지난한 채용 과정을 통과해 신입사원 이름표를 다는 모습과 유사하다. 특히 지원자의 됨됨이를 매의 눈으로 뜯어보는 심사위원과 면접관은 그 순간만큼은 같은 DNA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오디션 프로그램 속 성공 법칙에서 취업난을 뚫는 비방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주제를 놓고 격한 토론이 벌어졌다. 찬바람 쌩쌩 부는 세상으로 나갈 채비를 시작한 졸업반 대학생 기자들과 ‘젊은이들의 무릎팍 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정철상 대구대 취업전담교수, 커리어 컨설팅계의 명강사 이승희 한국서비스평가원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슈스케에서 길 찾기’를 시도했다.

 


참석자
정철상 대구대 취업전담교수
이승희 한국서비스평가원 대표
문혜윤 대학생 기자(고려대 불문 4)
류 석 대학생 기자(한양대 경제 4)



자기 색깔 없는 사람은 매력 없어!

류석 슈스케를 보면 감정 이입이 되곤 한다. 지원자들이 나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톱10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부끄러움도 느낀다. 탈락 후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저렇게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되묻게 된다.

문혜윤 경연을 보면서 나도 면접관 입장에 서곤 한다. ‘저 사람은 살아남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신지수의 경우 튀는 행동으로 점수를 많이 잃었다. 실력은 좋은데 태도로 표를 깎아먹었다. 채용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국 기업 중 보수적인 곳이 많다.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토론이나 합숙 면접에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너무 튀는 사람보다는 조직에 잘 융화하고 조력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합격한다고 하더라. 과도한 리더십은 과연 독약일까.

이승희 리더십보다 열정과 태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맞을 것이다. 기업은 단계에 따라 다른 리더십을 요구한다. 신입사원에게는 남들과 호흡을 맞춰 조직에 잘 융화하길 기대한다. 튀는 리더십에 점수를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단 열정적인 태도에는 후한 점수를 준다. 어느 곳에서나 잘 어울릴 만한 사람인지를 눈여겨본다는 점을 기억하자.

정철상 자기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원래 추진력 있는 사람이라면 평소대로 하는 게 자연스럽다.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억지로 자제하면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슈스케를 보면 심사위원이 실수를 많이 지적한다. 그 다음 경연에서 그 실수를 고쳤는데, 이번엔 ‘자기 색깔이 없다’고 한다. 결국 실수를 고치면서 자기 색깔을 내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다. 물론 쉽지 않다. 여러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는 사람의 공통점은 실력, 끼, 인성, 역경(스토리)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이 모든 요소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것저것 하려다 보면 어중간해질 뿐이다. 본인은 죽자고 했는지 모르지만 기업 입장에선 그리 매력적인 인재가 아니다. 자기와 색깔이 맞는 곳을 찾아 제 색깔을 내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리얼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라

문혜윤 오디션도 취업도 기본이 중요한 건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대학생들에겐 학점이나 토익 같은 기본적인 스펙, 가수 지망생에겐 발성이나 음정 말이다. 제아무리 특정 분야에 관심과 특기가 있다고 해도 이 ‘기본’이 없으면 소용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기본만 갖추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정철상 현대는 브랜드의 시대다. 상품, 기업, 사람 모두 브랜드가 있어야 사랑받는다. 브랜드는 스펙을 포함하는 스토리를 주축으로 만들어진다. ‘기본’이 부실한데 남다른 스토리를 가졌다고 해서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알맹이가 있어야 좋은 브랜드가 된다. 기본적인 실력과 스토리가 모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위대한 탄생(MBC)보다 슈스케를 재밌게 보는 이유도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 부분에 시청자가 매료된다. 마찬가지로 취업준비생들도 자신의 스토리에 집중해야 한다. ‘열정적인 인재다, 성실하다, 일 잘할 수 있다’고 백날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다. 알맹이, 즉 스토리가 없다면 가짜 브랜드다.

이승희 그러나 반드시 염두에 둘 것이 있다.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니 자신의 이야기를 거짓으로 꾸며내는 경우가 많은데 화를 자초하는 행동이다. 성장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쓴다고 관심을 가지는 기업은 없다. 스토리는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예컨대 면접관이 “학점이 낮은 이유가 뭔가요?”라고 질문했다고 치자. 지원자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네… 좀 낮습니다”라고 하는 게 최선일까. “학점이 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놀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OO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충분히 경험하느라 한동안 학점에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라고 답하는 게 나을까. 이번 슈스케에서도 ‘로또 거짓말’ 사건이 있지 않았는가. 자기소개서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아버지가 로또 1등이 당첨됐을 때’라고 썼지만 거짓말로 드러났다. 꾸며낸 이야기는 다 들통날 수밖에 없다.



곡 선정하듯 자소서를 써라

문혜윤 친구가 삼성그룹 면접을 봤다. 아는 사람들과 한 조가 된 덕분에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좋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슈스케에서 윤빛나라 조의 경우 뒤떨어지는 한 참가자를 서로 케어하는 면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전원 통과했다. 팀워크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철상 팀워크가 참 어렵다. 결과물이 좋게 나와야 팀워크도 빛을 발하는 것이다. 팀에게 주어진 것에 무조건 전력을 다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직은 주어진 과제를 한 사람 몫 이상으로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서포트만 하면서 자기 색깔을 내지 못하는 사람에겐 관심이 없다. 열망을 보여주면서 결과도 좋아야 한다.

이승희 결국 주어진 과제에 최선을 다 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그 다음의 결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면접관들도 판단 기준이 다 다르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전략은 열심히 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혜윤 슈스케에서도 과정의 노력에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시즌 2에서 김지수-장재인 팀의 사례가 그렇다.

이승희 오디션에서 자주 나오는 심사평이 ‘발전 가능성을 보고 뽑는다’이다. 안에 숨어 있는 가능성은 최선을 다 하는 태도에서 비치는 법이다.

류석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실력 편차가 적은 편이다. 주변을 봐도 그렇다. 실력이 그렇게 중요할까. 실력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인위적인 기준을 만들어 재단하는 게 아닌가. 한 은행 인사담당자의 강의를 들었는데 댄스 스포츠, 스키 점프 실력으로 합격한 이가 있다고 하더라.

정철상 실력은 광범위한 개념이다. 재능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보통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재능들을 어떻게 결합하고 조화시키느냐다. 면접관은 바로 이 점을 본다. 댄스 스포츠, 스키 점프 같은 경험에서 인성을 발견했기 때문에 합격시켰을 수 있다.

이승희 면접관은 대개 실무진이다. 인사부서 담당자들은 기업이 정한 최저 라인에 따라 지원자를 거를 뿐이다. 실무진은 면접을 통해 인성과 태도를 보려고 한다.

정철상 특이한 이력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일에 임했던 자세를 보는 것이다. 그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얻어냈는지를 본다. 추측하는 것이다. 물론 정확하게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면접관을 잘 속여서 입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승희 슈스케에서 곡 선정에 따라 합격이냐 탈락이냐가 나뉘는 경우가 많다. 취업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서에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합격·불합격이 나뉜다. 자격증을 기재할 때도 자신을 드러내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쓰면 역효과가 난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첫 번째 목적은 ‘나한테 이것을 질문해주세요’에 있다. 면접관에게 질문거리를 던져주는 것이다. 구구절절 쓰면 질문거리를 발견하기 어렵다. 곡 선정하듯 자신을 무엇으로 어필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인맥 덕 보기 vs 인맥 핑계 삼기

류석 슈스케에서 유명 연예인과의 친분이나 혈연관계를 밝혀서 이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 취업에서 인맥 과시는 어떤 효과를 낼까 궁금하다. 주변에 보면 도움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다.

정철상 인맥 자체는 소중한 자산이다. 문제는 어떻게 쓰느냐다. 겸손한 사람에게 좋은 인맥은 플러스가 되지만 반대의 경우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승희 컨설턴트 입장에선 숨기는 게 낫다는 쪽이다. 그 인맥이 나중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눈총이나 관심을 감안해낼 수 있으면 하되,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으면 되도록 숨기는 게 낫다고 말한다.

문혜윤 하지만 “쟤는 누구누구 백으로 입사했다” 같은 말이 많다. 그렇게 인맥으로 취업하는 비중이 큰 거 아닌가 싶다.

정철상 실제로는 극소수다.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인맥은 파워풀하다. 그러나 다수가 그런 인맥 덕을 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는 꼴이다. 자신의 실패를 ‘결국 인맥이다’라는 식으로 핑계 삼는 것밖에 안 된다.

이승희 인맥 탓할 시간에 자신이 지원할 기업을 분석하는 게 훨씬 이로울 것이다. 인터넷 카페 같은 데 돌아다니는 루머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다.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노력 없는 변신은 환상일 뿐!

류석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취업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 반성하게 된다. 슈스케보다 실제 취업이 훨씬 힘들다. 슈스케는 실력이라는 잣대가 더 뚜렷하지만 취업에서는 실력과 함께 운도 많이 작용한다.

문혜윤 오디션과 취업은 많이 닮아 있다. 이승철 심사위원은 종종 자세를 지적하는데, 작은 부분이라도 하나하나가 평가 대상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면접관도 그럴 것이다.

이승희 이승철 심사위원이 이런 말을 했다. “오디션을 통과해야 스타가 되는 거지.” 사회에 나가려면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면접에서는 실력을 바탕으로 한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면접에 오기까지의 노력, 준비가 바탕이 돼야 한다. 양복을 원 버튼으로 입을지, 투 버튼으로 입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실력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면 오디션이든 취업이든 성공할 것이다.

정철상 슈스케 붐을 보면서 왜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생각해봤다. 신데렐라 신드롬과 비슷한 것 같다. 변신 환상 같은 것 말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TV 프로그램에선 그들이 그 무대에 서기 위해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며 노력했는지 보여줄 수 없다. 그래서 노력의 과정은 빠져 있다. 어설픈 재능으로 매달리면 곤란하다. 어설픈 재능이야말로 독이다. 쇼와 현실을 구분하자!


 

 

 

 


현대는 브랜드의 시대다.
상품, 기업, 사람 모두 브랜드가 있어야 사랑받는다.
브랜드는 스펙을 포함하는
스토리를 주축으로 만들어진다.


 


슈스케에서 곡 선정에 따라
합격이냐 탈락이냐가 나뉘는 경우가 많다.
취업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서에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합격·불합격이 나뉜다.


 


오디션도 취업도 기본이 중요한 건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대학생들에겐 학점이나 토익
같은 기본적인 스펙, 가수 지망생에겐 발성이나 음정 말이다.



톱10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곤 한다. 탈락 후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저렇게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되묻게 된다.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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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