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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상담 Q&A

시간이 갈수록 고졸학력에 핸디캡 느껴져요

by 따뜻한카리스마 2012. 11. 28.

부제: 제가 고졸학력으로 해외에 나갔다가 헛바람만 든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우연히 선생님 상담 글 접하고 저도 조언을 듣고자 해서 메일 보냅니다.

 

우선 저는 고졸에 백수이며 20대 끝자락에 있는 남성입니다. 왜 제가 이렇게 살았는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이 됐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외모 콤플렉스에 말도 더듬어서 너무 내성적으로 지냈던 거 같습니다. 현재 친구라고 연락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요.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딱히 고3때도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인문계를 다녔는데도 당시에는 왜 공부를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을 가려고 생각도 안했습니다. 남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아니면 재수를 해서 미래를 찾았겠지만 저는 운전면허 학원을 다녔습니다. 집에서도 제가 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아셨는지 운전면허는 있어야겠다 싶어 운전면허 학원에 보내신 거 같네요.

 

그렇게 면허를 따고 정말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알바 한번 안 해보고 집에서 놀다가 21살에 군에 입대 했습니다. 다행이 사고 한번 없이 힘든 군 생활을 마치고 23살에 전역을 해서 군 동기생과 같이 몇 개월 알바를 하다가 24살 가을에 친척분이 워킹 홀리데이라는 게 있다고 소개해 주셔서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 호주로 갔습니다.

 

친척분과 같이 호주 000에서 일을 하다가 제가 일도 못하고 도움이 못되는 거 같아서 몇 개월 뒤 혼자 시드니로 가서 농장 생활을 알게 되고 몇 명의 한국 사람과 오일쉐어를 하면서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참 나름 재밌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마지막은 자동차 때문에 인간관계가 안 좋게 헤어졌지만 정말 한국에서는 얻지 못할 추억들이 많았고요. 그렇게 한국에 돌아온 게 25살 11월 달이었으니 금새 26살이 됐습니다.

 

그때는 아직 젊다고 생각을 했었나 봅니다. 호주가기 전에는 대학에 미련이 전혀 없었는데. 호주에서 만난 친구들도 죄다 대학생들이고 어느새 조금의 철이 들면서 내가 고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라도 공부는 하고 싶었는데 전혀 붙잡고 물어볼 친구도 지인도 없이 그냥 외국어 공부는 해야겠다 싶어서 아무래도 호주에 1년 있다 보니 영어는 너무 어려운거 같고 해서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지금 생각 해 보니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 시험공부를 잠시나마 취업전선의 도피처로 생각 하는 것처럼 저도 당시 그랬던 것 같습니다..취업을 하지 않은 채 고졸이라는 학력을 비관하면서 일본어 공부로 내가 지금 뭐라도 하고 있다는 위안을 받은 거 같습니다..그렇게 어물쩍 2년을 보냈습니다.

 

집에서도 포기는 했지만 몇 달에 한 번씩 나가서 무슨 일이라도 하라고 하면 미친 사람처럼 화만 냈습니다..내가 뭘 할 수 있냐고..

 

그렇게 부모님과 사이가 비틀어지다가 28살 여름 장마가 오기 전 아버지에게 200만원을 받고 나가라는 소리에 집을 나가서 집 근처 고시텔에서 살게 됐습니다. 정말 답답했죠. 그 좁은 방안에서 갔고 나온 노트북으로 인터넷만 하면서 현실 비관만 했습니다.

 

3개월 뒤에 돈도 떨어지고 생전 일이라고는 전역 뒤 친구와 알바 몇 개월 한 것과 호주에서 농장생활 한 것밖에 없는데 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알바 싸이트 뒤적거리다 공장이 돈이 된다는 소리에 직업소개소에 소개료 2만원을 주고 평택에 lcd필름 만드는 공장에서 자재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람도 좋았고 일도 그렇게 많이 힘든 것도 아니었는데 첫 달 월급 180만원을 받고 보니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나 하고 생각하게 됐죠. 하루 12시간씩 한 달에 2주는 야간근무를 하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한 달 만에 일을 그만두고 받은 월급으로 다시 고시텔로 숨어들어 갔습니다..한 달 뒤 다시 뭐라도 해보자 해서 다시 00에 내려가서 자동차 프레스 작업하는 공장으로 가게 됐는데 여긴 한국사람 몇 명에 죄다 조선족, 우크라이나 사람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제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4일을 일하다 말도 없이 도망치듯 나와서 작년 겨울에 다시 집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20대 이야기구요..

 

이 나이 먹도록 연애도 한번 못해보고 요새 결혼보다 이혼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자기 위안을 삼으면서 이렇게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지방에서 막노동을 하시는데 사람들은 막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저희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셔서 30대에 본인 집을 가지고 계실 정도로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시라 저를 보면 얼마나 안타까울지 알거 같습니다.

 

어제도 동네 인력 사무소라도 나가 보려고 준비를 하고 새벽까지 잠이 안와서 기다렸는데 결국 나가질 못했네요. 이게 자존심인지 두려움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남들은 대학생 때 학비에 보태려고 많이들 한다는데 제가 현재 무일푼 백수인 상황에서도 왜 이러고 있는지 제 자신도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작년부터 몇 번씩 자살하려고 생각도 해보고 툭하면 자살을 떠올리게 됩니다.

 

남들은 스펙싸움에서 생존하려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저는 현재 학력도 스펙도 능력도 열정도 없이 하루하루 잉여 인간으로 밥만 먹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들은 건 있어서 호주에 용접이민을 위해서 조선소에 취업을 해서 용접을 배울까 잠시나마 생각 하는데 그것도 제가 과연 할 수 있을지 생각만 앞서구요.. 선생님 주저리 쓸데없이 글이 길어 졌지만 제가 어떻게 살아야 될까요..

 

물론 아무리 좋은 말씀을 해주셔도 제가 먼저 깨달아야 한다는 건 아는데..

전 제가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정말 답답합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죄송하지만 왜 그렇게 후회스럽게 살아오셨는지요. 왜 부모님께 소리를 지릅니까. 물론 지를 수도 있죠. 하지만 왜 자신이 해야 할 일 자체를 못한다고 소리를 지릅니까.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이든 하면 할 수 있지요. 본인의 능력도 모르고 눈만 높이지 않았나하는 안타까운 생각마저 듭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미어졌을까요. 정말 능력이 없다면 막노동이라도 해야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2교대 한다고 한 달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힘들다고 4일 만에 뛰쳐나오고. 이런 식으로는 삶은 갈수록 더 망가질 수 있습니다. 욕을 해서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하지만 지금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시기가 올 거라는 마음이 들어 욕으로 시작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 왜 일본어를 합니까. 그때 외국에 있을 때 차라리 영어공부를 더 했어야죠. 지금은 영어도 소용없어 보입니다. 일단은 기술이나 기능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뭘 하고자 하는 것도 없는 만큼 용접부터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존심 상하겠지만 그렇게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마 재미없을 겁니다. 재미가 뭡니까. 힘들 겁니다. 1천 도가 넘어가는 용접기 붙들고 일하자면 땀이 저절로 흐르겠죠. 하지만 참고 견디고 이겨내야 합니다. 최소한 2,3년은 집중적으로 일해서 기능을 익혀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용접명장이 된 두산인프라코어의 김우진 명장이 있습니다. 고졸로 호주에 용접공으로 취업해서 연봉 4천만 원 받고 일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그는 퇴근 후 별도의 일을 해서 별도의 수익을 벌며 더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합니다.

 

폴리텍 대학에 가면 1년 교과과정도 있습니다. 게다가 2년제 대학 학위도 취득할 수 있는 과정도 있습니다. 만일 짧은 기간에 취업하는 것을 원한다면 직업학교나 조선소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다니면 무료로 배울 수 있을뿐더러 소정의 교통비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인근의 폴리텍대학이나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해서 취업상담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직은 신입에 가까운 만큼 참고 인내하고 견디는 것부터 배워야 합니다. 이제 불과 몇 년 만 흘러도 아무도 도와줄 분이 없을 겁니다. 오로지 홀로서야 합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힘들게 키웠는데 어떻게 그렇게 철없이 성장하셨습니까. 참, 답답합니다.

 

인생 별 것 없습니다. 너무 대단한 것 바라지 마십시오. 나에게 주어진 삶의 몫을 다해 성실히 살아가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건전한 겁니다. 아무리 많은 보수와 좋은 직장을 다녀도 자신의 몫을 다해서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런 사회는 몰락해나가는 사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일부 사람들이 그렇게 자기 삶의 몫을 다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소수가 많은 사람들의 삶을 해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부디 부디 온전하게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사회에 막 진입하는 단계인 만큼 제발 아무런 군소리 없이 가장 낮은 자세에서 가장 겸손한 자세로 참고 인내하며 하나씩 하나씩 땀 흘리며 배워나가는 삶의 자세부터 익혀나가시길 소망합니다.

 

죽고 싶다고 말하지 말고, 죽을 각오로 삶을 치열하게 살아보시길 권해봅니다. 따뜻한 위로를 드리지 못하고 혹독하게 말씀 드리는 것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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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