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의 블로그를 자주 들여다보다가 이제야 용기를 내어 상담을 청해 봅니다.
저는 현재 23세 대학교 4학년입니다. 전공은 도예과구요. 고등학교 때부터 예고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대를 지원했지만 진짜 제가 하고 싶은 걸 알 수 없었기에 그냥 서울 4년제 대학만을 바라보고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가 서울 4년제 대학 도예과이구요.
그런데 저는 도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도예를 벗어나고자 1학년 때는 학교를 휴학하고 다시 입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뚜렷한 목표가 없기에 다른 학과지만 더 낮은 학교거나 더 높지만 비슷한 학과에 붙었지요. 그래서 그냥 복학을 하고 이제껏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고등학교 때는 막연히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디자인과를 선택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시각디자인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취업의 길을 조금이라도 더 넓히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현실을 보다보니 박봉에 굉장히 힘든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지요. 그걸 이겨낼 만큼 디자이너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물질적인 것에 욕심이 굉장히 많거든요. 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면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전공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니 저는 자꾸 밖으로 겉돌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정말 재밌게 놀았습니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여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기획부장을 맡아 동아리 내에서의 인지도도 나름 높은 편이라고 자부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람뿐입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다른 것들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막상 취업이 다가오고 진로를 결정해야 하니 내가 지금까지 뭘 한 걸까 하는 회의만 듭니다.
기획부장을 맡았다 보니 남들이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냥 기획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말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냥 긴 말하기 싫어서 그렇게 대답한 것 같습니다.
학교 내 에서 연극 동아리에 들어 활동을 하며 학교에는 애정이 생겼지만, 그것도 동아리 내에서 뿐입니다. 미술을 좋아 하니까 무대설치하고 그런 활동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배우도 해보고 좋은 경험을 참 많이 했지만, 경험일 뿐입니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공연기획을 하고 싶다고 그럴싸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렇게 말하다 보니 저 자신도 제가 정말 그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상 그렇게 되려고 하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남들에게 저의 경험을 늘어놓을 때 자랑하기는 딱 좋은 경험들입니다.
2년간 여름 방학 때마다 동생과 해외 배낭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러면서는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싶다고 했었죠. 여행도, 책 읽는 것도 무척 좋아 하거든요. 물론 실천으로 옮긴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구요. 현실적으로 넉넉하게 살기 힘드니까요.
물론 다 좋아서 한 일들이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너무 그때그때 하고 싶은 재밌는 일들만 하고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듭니다. 이제 정말 제 길을 찾아야 할 때가 왔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일, 저의 목표는 대체 뭘까요. 그걸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제가 좋아하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다는 확신은 저절로 들까요? 놓치진 않을까 걱정 됩니다. 또 확신이 든다면.. 전 어떻게 준비해야할까요..? ㅠㅜ
이 얘기들을 친구들에게 하면 다들 배부른 소리라고들 합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불만도 참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도 다 하고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러면서 한 번도 진로에 대한 고민에서 떨어져 본적도 없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던 다 제 미래와 연관 지어서 생각을 하는 버릇이 생겨버렸어요.
나쁜 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그래왔는데 왜 아직까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지만,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없어서 그런가...싶기도 하고요.
주위에 꿈을 쫒으며 공부든, 대외활동이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무언가 하나만을 바라보며 뛰고 싶습니다. 꿈은 대체 어떻게 찾아야 하는 걸까요?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지요.. 두서없이 쓴 제 고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말씀이든 깊이 새길 준비가 되어 있으니 답장 부탁드려요.
답변:
어떤 말씀이든 깊이 새길 준비가 되어 있으시다고요. 그러면 욕 좀 먹으세요. 으이구, 그동안 참 잘 노셨습니다. 그렇다고 후회할 필요도 없습니다. 잘 노셨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4학년이 되었는데도 진로방향을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겠다는 말씀 아닙니까.
23년을 살아온 본인이 모르는데 어찌 상담 글 몇 번 읽은 제가 그 해답을 제시할 수 있겠습니까. 뭐, 지금은 직종을 가릴 형편이 아닐 것 같은데요. 진로방향도 뚜렷하게 없겠다, 오히려 걱정도 더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디든 도전하세요. 도예든, 디자인이든, 기획이든, 홍보든, 마케팅이든, 영업이든. 결국 일을 하면서 본인이 해야 될 소명을 찾아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내용만으로 봐서는 실용주의적인 분으로서 활달하고 에너지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자신의 성향과 그동안 배우고 익힌 지식과 경험들을 어느 정도 잘 조합해줄 일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누가하느냐고요. 당연히 본인 스스로 찾아봐야 할 일이죠.
동시에 현실감각도 찾아야겠습니다. 형편도 안 좋다면서 해외여행까지 매년 다녀왔다고 하니 말씀입니다. 제가 비아냥거리며 말씀드리는 것 같아 송구합니다. 하지만 제가 비비꼬아 말씀드리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지내오신 과거의 경험들이 잘못됐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과감히 도전해왔으니까요. 그러니 앞으로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나가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취업지원을 할 때도 그러한 자신의 패기와 도전정신을 강조하여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당당한 자세가 중요하겠습니다. 물론 말 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래야 합니다. 그러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일을 잘 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생각하시는 것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쉬운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냥 누가 떡하니 좋아하는 일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첫 눈에 운명적인 사랑에 빠질 연인을 기다리는 다 큰 철부지 청춘처럼 말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확률상 90% 미만입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환상이 깨질 확률도 90% 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는 노력을 책을 통해 또 한편으로는 경험을 통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합니다. 취업, 진로, 직업과 관련한 실용서들을 찾아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이렇게 진로성숙도가 낮은 분들을 위해서 제가 <대한 청년아, 진로성숙도를 높여라!>라는 가제목의 책을 열심히 집필 중에 있습니다. 올 여름이면 출판되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꿈을 찾고, 더 큰 비전을 세우는 일은 지난해 출간한 <가슴 뛰는 비전>이라는 책을 통해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이나 꿈을 놓칠까봐 걱정되신다고요. 걱정 마세요. 삶의 기본자세를 바르게 세우고 꾸준하게 나아가면 반드시 그 이상의 것들을 실현해나갈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도전하고 반복해서 배우고 익히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다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안절부절못하며 시간만 낭비하기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시간들로 하루하루를 채운다면 분명 잘 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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