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블로그를 보다가 정철상님의 블로그(www.careernote.co.kr)를 보게 되었습니다. 다들 문의를 많이 하시고 친절하게 답변도 해주시기에 이렇게 저 또한 용기를 가지고 문의를 드립니다.
저는 26살의 웹디자이너 입니다. 직장생활을 24살부터 시작했는데요.(대학교 졸업하기 전에 입사했습니다) 웹에이전시 생활을 쭉 해오다 한 달 전 게임회사로 이직하였습니다.
첫 직장은 11개월, 두 번째 직장은 8개월 세 번째는 1년 4개월을 있다가 이직했네요. 첫 번째 직장은 건강상의 이유와 잦은 야근과 주말출근, 사람들과의 관계 등으로 이직을 결심했구요.
두 번째 직장은 제대로 된 비전도 없었고 웹파트의 해체 등의 이유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세 번째 직장은 에이전시 중에서도 메이저급으로 이직하여 힘들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에이전시 특성상 야근이 많고 말도 안 되는 타이트한 일정으로 인해 점점 지쳐갔고 편한 직장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직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게임회사에 와보니 (100명이 넘는 큰 규모의 회사입니다) 너무 딱딱한 기업문화에 적응이 안 됩니다. 사람들도 너무 낯설고 쉽게 정이 안가구요.
일도 같은 디자인이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조금 제 스타일과는 다르네요. 전 기업사이트 위주의 깔끔하고 플랫한 작업을 했었는데 여기선 이벤트 위주의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주는 작업이 많습니다. 제가 그동안 다녔던 회사에서 배우며 익혔던 여러 가지 실력들이 여기선 전혀 발휘 못하고 있구요. 이벤트를 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사이트가 하고 싶어집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저는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까지 빠질 정도로 매일매일 힘겹게 다니고 있습니다. 겨우 한 달 가지고 그러냐고 사람들이 좀 더 버텨보라고 하지만 전 점점 마음이 떠나가네요.
잦은 이직이 안 좋다는 점 또한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물론 업계 특성상 용서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의 커리어와 신뢰 면에선 안 좋은 것두요.
첫 직장을 그만두고 한 달 반을 쉰 것 외에는 계속 바쁘고 힘들게 일하다보니 쉬고 싶단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모아둔 돈도 얼마없구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변:
사람들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고, 맞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물론 맞지 않더라도 견디고 일을 해야 될 때도 있는데요. 그런 경우는 적성은 맞지 않지만 그럭저럭 일을 해내갈 수 있을 상태이기 때문이겠죠.
대다수의 직업은 같은 일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어떤 사람에게는 적성에게 딱 맞지는 않지만 대다수 그런 반복적인 작업을 견딜 수 있습니다. 견딜 수 없다면 이미 일하기 힘든 상태로 그로인해 직업을 전환하는 사람들도 많죠. 심지어 의사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견디며 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일 뿐 아니라 나중에 좋아하거나 흥미가 생기거나 잘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경력초기에 있는 사람들은 감정적으로만 의사결정을 하기 쉽기 때문에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고 메칭해봐야 하는 신입직원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든 1,2년을 견뎌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님의 경우에는 짧은 시간동안 직장을 이미 세 번이나 옮겼습니다. 어느 정도의 경험과 경력도 갖췄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일을 하면서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업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1달 만에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제 말뜻은 한 달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아서 안 된다는 그런 말이 아닙니다. 만일 경력이 더 쌓이면 게임 디자이너로 다시 입사하기는 힘들 겁니다. 디자인이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일과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즉, 게임분야의 디자인을 배울 기회가 영원히 없다는 것이죠.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일을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그러니깐 지금 이 분야, 그러니까 게임 분야의 디자인을 배운다는 자세로 한 번 임해보면 어떨까요. 지금 현재의 갈등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일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서 오는 갈등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이제 곧 그만 둘 거야. 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동안 최대한 이 분야에 대해서 배워볼 거야’라는 생각으로 임해보는 거죠.
그렇게 한두 달만이라도 더 견디면서 유사하지만 기존과 다른 그 곳에서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보세요. 분명히 다른 경력을 쌓는데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한 다음에 쉬고 싶으시다면 경우에 따라 1달 정도 쉬면서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죠. 지금 모아둔 돈도 없으니 자연스레 돈도 모을 수 있잖습니까. 그러니 지금 남아서 일을 조금 더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일석이조의 득이 있다는 말씀이죠.
경우에 따라 그 분야의 일이 좋아질 수도 있겠죠. 어떠한 경우든 현명한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그렇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 다음에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될 때는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조금 더 깊이 있게 한 분야를 파고 들어보겠다고 다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마다 근무 분위기가 다른데요. 아주 개방적인 곳도 있고, 아주 보수적인 곳도 있습니다. 어떠한 형태든 그런 분위기는 견뎌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저도 누구 못지않게 직장과 직업을 많이 옮겨 다닌 사람인데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느긋하게 인내하면서 견뎌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뒤늦게라도 직업이라는 한 분야에서 10여년 넘게 일하면서 나름대로 인정받는 전문가로까지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님도 자신의 분야에서 멋진 전문가로 도약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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