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 선생님, 안녕하세요?
취업진로분야에서 유명한 분께 이메일을 쓴다니 꿈만 같습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안고서 뒤늦게 구직시장에 뛰어든 31살입니다. 중소기업에 입사하려했더니 가족이 극구 반대합니다.
작은 회사에 들어가서 이직이 어려울 테고, 퇴근 후에 공부하기 어렵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작은 회사라도 제가 열심히 올바르게 일한다면 잘 살 거라 믿는데, 너무 이상적입니까?
제가 여쭈고 싶은 것은 중소기업서 부딪히며 실무경험을 쌓느냐 식구 말대로 안정된 공기업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공부하느냐 고민 중입니다. 작은 회사가 복리후생이 부족할 거란 거 압니다. 하지만 직업군인보다는 나을 거라 봅니다. 적어도 잠은 자게 해 줄 테니까요(군대는 비상 걸리면 퇴근은 고사하고 며칠씩 잠 못 자며 일하잖습니까? 1년 만에 휴가간 적도 있습니다.) 솔직히 노예처럼 부려지기만 할까봐 두렵지만, 한편으론 여태 겪은 일을 떠올리면 이미 최악의 상황은 다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31살까지 구직이 늦어진 변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자동차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직업군인을 하며 일본유학을 준비했습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위암말기 판정으로 꿈을 접었습니다. 유학자금을 고스란히 병원비, 생활비로 내어드리고 자존심을 버리며 패스트푸드점, 피자배달 등 허드렛일을 하며 용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마저 파킨슨병으로 허리를 다쳐 하반신마비로 투병 중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인수한 숙박업소를 같이 운영했는데, 항암치료로 가게를 비우는 시간이 많다보니 매출이 줍니다.
부모님 대신 가게를 운영하며 여러 사람을 상대하다보니 소송도 겪고, 보험금문제로 친척과 등을 돌리는 등 여러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생계를 책임지며, 일본유학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틈틈이 공부해 토익 대신 JLPT 1급을 땄습니다.
정규직전환 대기업 인턴에 선발됐지만 나이 때문에 탈락할까봐 겁을 먹고 미루다 어느덧 31살이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동생은 제게 결정장애에 영어 대신 일본어를 공부하는 등 취업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없다며 그냥 자기가 시키는 대로 공부해서 공기업가라며 부모님노릇을 하려 합니다.
나이 탓인지 서류 통과율이 낮고 급여는 예전 합격한 회사보다 낮아집니다. 그렇게 지내다 뜻하지 않게 애인이 생겼습니다. 애인과 결혼하고 싶어 작은 회사라도 들어가서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서류 통과율이 더 낮아질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가게를 물려준 동생이 여자에 정신 팔려 쥐꼬리만 한 월급 받고 가려하느냐 공부해서 공기업에 가야 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선생님, 제 선택이 옳은지 궁금합니다. 설령 잘못되더라도 일과 사회를 배울 수 있고 지금은 둥지에서 날아오를 때라 생각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보다 나이어린 매니저들에게 높임말을 쓰며 맡은 일을 잘 해 인정을 받아 정규직입사를 제의받은 적도 있습니다.
상사를 잘 모실 자신이 있는데, 위계서열이 흔들릴까봐 연령으로 제한한다니 억울합니다.
정철상 선생님, 절실한 젊은이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000드림
답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면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되는데요?
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시는지요?
무엇이 두려우신지요?
인생은 오로지 자기 스스로 행동을 하고 그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성취도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실패도 하면서 배워나가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저는 그런 의견에 오히려 의문의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소수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어떤 선택 그 자체에 옳고 그름보다는 선택 이전의 태도와 선택 이후의 그 자신의 행동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선택에 갈등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일일이 다 따지기에 앞서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이유에도 여러 가지 배경이나 원인이 있을 겁니다. 성격, 재능, 외모, 집안환경, 성장배경, 경제적 여력, 학력, 학벌, 전공, 유대관계, 자존감 등이 영향을 미치겠죠.
또 다른 이유로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겠죠. 어쩌면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생이 공기업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부모님도 자녀를 온전하게 책임질 수 없는데 어찌 동생이 자신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겁니까. 아무리 형제자매가 잘 나가도 수천억 원대의 자산가가 아니라면 어찌할 수가 없을 겁니다. 심지어 그런 경우에조차도 자기 스스로 움직이고 행동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가 없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장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간절하게 일하면 느리더라도 차츰차츰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말씀처럼 중소기업에서 인정을 받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시험준비를 해서 공기업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공무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해나가고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문제는 주도성에 누구에게 있느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하던 다른 사람의 의도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의지와 의도로 삶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보다 확고한 의지를 다지고 그런 의지를 형으로써 동생과 다른 가족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좋든 싫든 지금 자신이 집안의 가장입니다. 가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다 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스스로는 간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랑하게 되었다는 분이나 앞으로 자신의 가정을 행복하게 꾸려나가는데 작은 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보다 더 많은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할 건데요. 그럴 때마다 갈등하며 행동을 유보해서는 안 됩니다. 오로지 스스로의 의지로 운명을 개척해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이제는 좋아하는 여자 친구도 생겼고 앞으로 자신의 가족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에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온전하게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다짐해야합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봅니다. 아니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조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나쁘지 않게 걸어오셨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걸어오신 것만으로도 잘해오셨다고 합니다.
다만 동생과 같이 뭐라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개의치 마시고 자기 삶을 조금 더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의미 있는 목표를 부여해서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밟아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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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정철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든 청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커리어 코치로, 강사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KBS, SBS, MBC, YTN, 한국직업방송 등 여러 방송에 출연했다. 연간 200여 회 강연활동과 매월 100여명을 상담하고, 인터넷상으로는 1천만 명이 방문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나사렛대학교 취업전담수로 활동하면서 <따뜻한 독설>,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등의 다수 저서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꿈과 희망찬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까지 얻으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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