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00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25세 휴학생입니다. 불과 며칠 전에 공인회계사 2차 시험을 쳤습니다. 같이 2차 시험을 친 형 누나들은 노느라 바쁘고 할일도 많은 것 같지만 전 아무도 볼 사람도 없어서 우두커니 혼자 있습니다.
전 지금 행복하지 않아요. 현재 제 연락처에는 가족포함 20명 내외만 있고 같이 커피한잔 할 수 있는 사람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습니다. 대학생이 그런다니 이상하지 않으세요? 저도 제가 이상합니다. 다른 애들은 대외활동에 친구 만들기 이성만나기 여행하기 등 바쁘게 사는데 솔직히 말해 전 히키코모리입니다.
공부는 조금 열심히 했다는 점만 좀 다르겠죠. 제가 처음 대학을 왔을 때, 전 1학년 때 방황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있었던 목표가 한순간에 증발한 느낌이었고, 대학공부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 생각보다 재미없고 시시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사는 데 외롭기도 하고 무얼 해야 할지도 몰라서 학사경고도 나오고 정말 하나도 챙긴 것 없이 일찍 군대를 갔습니다.
군대 가서도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전 잘 적응하지 못하고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열심이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은 늘 했고 전역하자마자 전 꼭 내 꿈을 찾고 학교 공부를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이제 복학생이라 후배 소개 받고 놀 때 전 도서관에 박혀서 전공과목을 매일 공부했습니다. 무언가를 이룸으로써 자신감을 얻고 싶었거든요.
그 결과 1학년 때 망했던 학점을 복구하고, 몇 백 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제 목표도 찾았습니다. 전 문과생이지만 이과쪽 과목도 좋아했고 특히 숫자를 다루는 것을 좋아해서 회계사라는 꿈을 공부를 하며 확고하게 정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일 년 동안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조금은 지쳤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이런 고민을 가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때는 지금과 달리 그 감정에 그렇게 압도당하지 않았습니다. 멘토님에게는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 당시의 제가 나름 자랑스러웠어요. 결심한 바를 그렇게 성공적으로 이뤄낸 적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당시로써는 회계사 시험 준비를 시작하는 사람들치고 어린 나이여서 남들보다 앞서가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서 전 눈 질끈 감고 몇 년 더 해보자. 하는 생각에 휴학하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전 제 자신을 잘 통제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나마 수업 들으면서라도 생겼던 사람들까지 모조리 끊어내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겠다고 다짐했어요. 취미생활도 다 없애버리고. 전 그렇게 다 끊어내고 공부에 매진하는 게 자신에 대한 삶의 올바른 태도이고, 그렇게 사는 게 열심히 사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탑 워치로 하루 공부시간 13시간을 못 넘기면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통제해주지 않는 동영상 강의를 듣고 혼자서만 밥을 먹고 혼자 공부를 하며 제 자신과 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는 순조롭게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1차도 우수하게 합격했고요. 그런데 이번 2차 생활을 하며 한 번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매일이 우울하고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난 정말 고등학교 이후로 크지 않는 피터팬 같구나.. 공부만 했을 뿐 고 3 수험생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남들 놀러가는 데도 가본적도 없고 사회활동을 해본적도 없고."전 게다가 술도 담배도 안합니다.
신촌에 5년 살면서도 이 많은 술집들 가본적은 막상 없습니다..게다가 최근 들어 어느 샌가 제가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비뚤어진 마음이 타인에 대한 적개심이 되어 정말 정신병자가 되는 게 아닌지 두렵습니다. 가끔 욱하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일도 겪었거든요.
또 한 가지 힘들었던 이유는 제가 2차 수험생활을 하며 한 후배여자애를 알게 됐습니다. 그 여자애는 정말 대외활동도 많이 하고 발도 넓고 잘 놀면서 공부까지 잘하더군요. 그 애는 저한테 왜 이렇게 시험과 공부에 목숨 거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공부만 하는 게 대학생활이면 대학을 왜 오는지 모르겠다며... 공부 못하고 할일 못하는 애가 저에게 그랬다면 전 코웃음 쳤겠죠. 너나 잘하라면서.
하지만 그 애는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모든 걸 잘하고 있더군요. 전 솔직히 부러우면서도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건 뭐가 되는 거지? 남들은 저렇게 할거 다 하면서 잘하는데.. 난 혼자 날 괴롭히며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인가? 그래, 그 여자후배 말이 맞구나.. 난 잘못 살았어. 근데 지금 와서 뭘 어쩌지? 남들과 다른 길을 몇 년을 걸어왔는데, 늦어버렸을 거야.. 우울하다" 별 이상한 생각이 다 들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2차 공부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못했습니다. 정말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거든요. 전 원래 회계사가 되고 나면 시너지가 될 만한 다른 전문직을 더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학교는 조기졸업 해버리고요.. 근데 그렇게 살다간 제가 정말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직 군필 25라 많이 늦진 않다고 스스로 안도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공부 외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앞에서 말한 여자애는 제가 안쓰럽다더군요.
제가 앞으로 사회로 나가기까지 남은시간 약 3년, 군 전역을 시작지점으로 본다면 전 하프타임을 지금 마쳤습니다. 멘토님이 인생 선배로써 저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실 지와, 저에게 맞는 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회계사를 공부한 지난 1년 3개월 동안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 다 쓴 펜을 전 항상 모아왔는데 전 저걸 보면서 그래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유치해보일지모르지만 나름 위로가 되더군요..
답변:
저라면 할 수 있는 일부터 도전해보겠습니다. 제 미래가 두렵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제 두려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도전해나갈 겁니다. 하지만 사람은 서로 다 다릅니다. 따라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못하는지,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 어떤 부분에 약점이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공부를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시험이라든지 하는 부분에 약했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와 같은 시험이라는 시험은 모두 다 배제했습니다. 언론고시에 도전해보기는 했지만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하고도 안 되자 1년 만에 그만뒀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일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자리를 제가 가릴 조건이 안 되었기에 일단 저를 채용해주는 작은 회사에서 작은 업무부터 시작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저와는 달리 님의 경우에는 시험재능이 있으신 분으로 보여서 한 번 도전해볼만 하다는 겁니다. 일단 이번에 치룬 공인회계사 시험에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공인회계사 시험보다는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배운 공부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세무공무원이라든지 하는 행정공무원 시험에 도전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공인회계사를 취득하더라도 대인관계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취업이나 사회생활으로 공인회계사 자격증만으로는 사회생활을 해나가기 쉽지 않다는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무원 같은 경우 시험 통과만으로도 채용보장이 되기 때문에 도움이 되리라 싶습니다.
다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표면적인 공인회계사 시험이나 취업 문제가 아니라 성격 문제로 보입니다.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사회생활은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타고난 내향적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꿀 수도 없는 일입니다. 사실은 외향적으로 꼭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성격만은 바꿀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쉽지 않으실 겁니다. 정말 치열하게 노력하셔야만 합니다. 어색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이야기해보려 시도하고, 나서보기도 하고, 실수도 해보고, 여러 모임에도 참석해보고, 도움도 구하고, 인간적인 면모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이때 단단한 배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한 배경이나 백그라운드는 부모님의 경제적 여력이나 학벌이나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직업이나 직장을 가진 경우를 말합니다. 즉, 성격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와 더불어 좋은 직장을 잡는 것이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일반 기업들도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려면 대인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성격적 의지와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구축해야만 가능할 겁니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타고난 유전적 성격과 고착화된 생활 습관 때문에 쉽지 않을 겁니다. 사실 운명을 거스르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그런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분들을 위해 올려둔 글들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내향적 성격과 관련한 글:
내향적이라 직업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www.careernote.co.kr/1155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 같아요. www.careernote.co.kr/1156
내성적이라는 이유로 직장생활이 힘드네요 www.careernote.co.kr/1141
목소리 큰 외향형 상사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방법? www.careernote.co.kr/1064
세상의 사람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www.careernote.co.kr/1063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겠다고 고민하는 직장인 http://careernote.co.kr/1321
사람들 앞에서 서서 말을 못하겠어요 http://careernote.co.kr/1334
사람을 만나고 나면 기진맥진 할 것 같아요. http://careernote.co.kr/1357
내향적 성격 때문에 꿈까지 접으려는 여고생 www.careernote.co.kr/2009
내향적 성격 때문에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들의 오해 www.careernote.co.kr/2008
자신의 본성을 버리면 장점도 사라질 수 있다 www.careernote.co.kr/2124
은둔형 외톨이에게도 기회는 있다! www.careernote.co.kr/2300
그래서 조금 쉬운 방법으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다만 지금 나이로 복학해서 졸업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28, 29살이 되는 것으로 보여서 실패할 경우 차선책인 취업에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기 중에 휴학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휴학을 하더라도 1년 이내 끝내겠다는 각오로 준비했으면 합니다. 공인회계사 1차 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보입니다.
만일 부득이 하게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삶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현상은 본인 스스로도 본인의 문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그것이 말처럼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만 변화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운명을 뛰어넘겠다는 각오로 두려움을 가지지 말고 다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도전하며 변화를 일으켜 나가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할 수 있습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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