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 그는 우리나라에 조선소가 없던 시절인 1971년에 해외 차관을 끌어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당시 조선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던 회사라 지원해주는 외국 은행이 없었다. 많은 난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도움을 주기로 했던 A&P의 롱바톰 회장 역시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자 정 회장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어 거북선을 보여준다. 우리 민족은 1500년대에 이미 철갑선을 만든 우수한 조선(造船, shipbuilding)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선박 민족이라고 설득한다. 결국 차관을 끌어들여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비저너리들은 정 회장과 같이 주변에서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기신뢰와 믿음으로 난관을 헤쳐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기신뢰가 부족한 사람들은 될 만한 이유보다는 안 될 만한 이유를 내세우며 난제를 용기 있게 풀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러한 절대적 자기신뢰는 과감하게 결단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삼성그룹이 오늘날 이렇게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반도체 사업의 과감한 결단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는 당시 국내 인구 3,000만 명으로 작은 내수시장, 빈약한 관련 산업기반, 부족한 기술력, 소규모에 불과한 삼성의 규모와 빈약한 사회적 인프라를 제시하면서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다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 역시 반도체 사업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삼성에서 경영수업을 하고 있던 셋째 아들인 현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 과감한 투자결정을 내린다. 1970년대 당시 삼성전자의 총매출액이 1억 달러도 안 되던 때인데 10억 달러나 되는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과감하게 투자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후에도 이건희 회장은 선진국이 반도체 연구와 공장 설립에 머뭇거리고 있을 때 사운(社運)을 건 투자를 감행한다. 절대적인 자기신뢰를 통해 과감한 투자결정을 신속히 내리면서 전 세계적인 기업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내 안에 숨겨진 자기신뢰라는 비전(秘傳)
이러한 신속하고 대담한 투자결정은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절대적인 자기믿음이 때로는 자만심이나 교만함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단은 긍정적인 자기신뢰로부터 흘러나오는 믿음이어서 자만심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이러한 자기신뢰가 보통 사람들에게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절대적인 자기신뢰가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데는 부모의 역할이 크다. 특히 어머니의 역할이 지대하다.
세상에 어느 어머니가 위대하지 않은 어머니가 있으련만 대한민국의 어머니처럼 자식들을 향한 맹목적인 신뢰와 믿음을 보여주는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다져진 성공의 비전(秘傳: 비밀리에 내려온 비법)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여러 곳에 강의를 하고, 몇 권의 책을 출판하면서 내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부쩍 성장한 나 자신을 보면서 나조차 놀라곤 한다.
그러면서 부족한 내가 이만큼이라도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어떤 원인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을까. 어머니가 나에게 보여준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천성이 조용하고 품위 있고 여성적인 어머니. 어찌 보면 나약해 보이는 여느 어머니와 다를 바 없는 순박하고 평범한 어머니.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담대한 용기가 있었다. 이런 에피소드가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조심스럽게 내 과거의 단편을 끄집어낸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처음으로 미팅 나간 자리에서 친구에게 지기 싫어 담배를 배웠다. 이렇게 시작된 내 흡연은 20여 년 가량 지속되었다. 운 좋게 3학년이 될 때까지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단속하는 선생님들을 피하기 위해서 주로 망을 보는 친구 한명을 두고 돌아가면서 담배를 피웠다. 선생님이 근처에 오면 모두 나와 버려 교묘히 단속을 피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담임선생님에게 걸렸다.
몽둥이로 실컷 얻어맞았다. 허벅지가 퉁퉁 불었다. 맞으면서도 아픈 것보다는 부모님께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실컷 때리고 나신 선생님은 “내일, 부모님 모시고 와”라고 하는 것이었다.
어렵게 살아가시는 어머님에게 걱정 끼쳐드릴 것이 두려웠다. 또한 불같은 아버님의 분노에 어떤 화를 당할까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은 불안했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부모님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집을 나설 때까지도 망설이다가 어머니에게 넌지시 한마디 건넸다. “어무이, 샌님이 함 보자카던데…….”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이야기하고 집을 나섰다. ‘오시면 오고, 못 오시면 바빠서 못 오신다고 선생님께 대답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학교로 향했다.
■어머니의 무한한 신뢰와 믿음
그날 어머니는 언뜻 던진 아들의 말에 ‘그래, 고 3이 되었는데 한 번도 못 가봤네,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무 영문도 모르고 학교로 왔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충격을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어머니가 있는 자리에서 선생님 앞에 불려가 꾸지람을 들었다.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고 3이 공부 안 하고 어쩌려고 그러냐. 너 이 자식, 그래 가지고는 공돌이 된다.”라는 식의 훈계였다. 앞에 계신 어머니에게 무척 죄송스러웠다. 시간이 멈춰진 듯했다. 너무도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갑자기 일어났다. 내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그러곤 “가자!” 하고 한마디 하셨다. 선생님은 눈이 둥그레졌다. 나는 갑작스런 어머니의 제의에 놀라기도 했지만, 순간적으로 어머니의 의도를 눈치 채고는 쾌재를 불렀다. 선생님이 나에게 ‘너, 거기 못 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교무실을 나선 다음에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으셨다. 조금은 두려웠다. 집에 도착할 즈음에 “아부지한테는 말씀드리지 않을 테니 담부터는 그러지 마라”라는 한마디만 하셨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한테 말하지 않겠다는 말에 안도를 한 것 같다. 그 만큼 철부지였다.
어머니는 자식이 비록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보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들을 온실에서 키우듯 감싸는 분은 아니었다.
내가 성인이 되어 역경에 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늘 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었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되었다. 그런 식으로 어머니는 나의 모든 결정을 전폭적으로 신뢰해주셨다.
그 크신 어머니의 사랑에 나는 올바르지 않은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사랑과 믿음을 내 가슴에 담고 늘 담대하고 용기 있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해왔다.
어떠한 순간에도 어머님이 주신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어떠한 어려운 일이 닥쳐도 나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를 잊지 않았다.
지금도 부모님의 은혜에 다 보답하지 못하는 불효자식이다. 하지만 떨어져 있어도 매일 한 통씩 안부전화를 드리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어머니는 나의 사회적 활동도 자랑스러워하시지만, 잊지 않고 매일 전화 드리는 행동에 더 기뻐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더 송구함을 느낀다.
지승룡 소장이 이야기하는 마더 마케팅이 바로 이러한 절대적 믿음과 신뢰에 근거한 주고 또 퍼주는 우리들 어머니와 같은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자.
비저너리들이 그러하였듯이 우리 역시 어떠한 상황에서도 외부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자. 반드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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