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축복1 가난이 축복이라는 말, 정말일까? 내가 태어나기 전이다. 아버지는 만석꾼의 귀하디귀한 외동아들이었다. 작은 동네였지만 꽤나 재산이 있었다. 40대에는 포드 자동차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 유년의 기억에는 한 번도 넉넉한 형편으로 살았던 적이 없었다. 젊은 날 아버지는 10여 년 동안 직업군인으로 근무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지만 뜻하지 않게 불명예로 제대하면서 인생이 뒤바뀌었다. 보급창고장이었던 아버지는 부하직원이 물건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아 군복을 벗어야만 했다. 억울하다고 통곡만 하다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직장생활도, 사업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하는 일마다 실패했다. 결국 만석꾼 집안의 재산을 단 한 푼도 남김없이 모조리 날리고 말았다. 내가 여섯 살 무렵, 우리 집은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어머.. 2011. 12.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