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페르소나에 빠진 현대인들의 정체성 고민

멀티 페르소나에 빠진 현대인들의 정체성 고민

김난도 교수는 자신의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0>를 통해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는 많은 트렌드를 관통하는 동인(어떤 사태를 발생시키거나 현상 따위를 변화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가 최근의 사회 변화와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는 ‘만능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는 무엇인가. 페르소나라는 용어부터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 원래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었다. 오늘날에는 심리학자 융을 통해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인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곤 한다. 현대사회가 점차 복잡하고 개인화된 다매체 사회로 변하면서 페르소나가 중요한 개념으로 새삼 떠오르고 있다.

 

자신이 써야할 사회적 가면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로부터의 책무를 이행하기 어렵다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취업이나 승진이 어렵다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지나친 역할극(페르소나의 사회적 역할)에 빠지면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최근에 서로 극단에 흐르기도 하는 다양한 양상의 트렌드가 나타나는 것도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 그때 바꿔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마치 중국의 변검배우가 가면을 순간순간 바꿔 쓰듯이, 현대 소비자는 매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명품이나 사치품하면 부자들의 소비로만 인식하지만 때로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이거나 아니 그보다 못한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평소에는 가성비 갑인 저렴한 물품을 애용하지만 한 번 내키면 고가의 명품이나 귀족 같은 사치를 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나 자신을 뜻하는 myself는 이제 단수가 아니라 복수인 myselves가 되어야 한다고 김난도 교수는 말한다.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서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투브냐, 트위터냐, 인스터그램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한다. 심지어는 하나의 SNS에서 동시에 여러 계정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꾼다.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인간의 다원성은 확장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정체성의 기반은 매우 불안정해졌다. 사회적으로는 소비자의 정체성이 과도하게 기술적으로 결정되는 부작용을 주의해야 하고, 기업들은 고객의 다원화된 정체성과 상황에 맞는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에 힘써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진짜 나는 누구인가?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다매체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김난도 교수는 말한다.

출처: 도서 <트렌드코리아 2020>중에서 일부 발췌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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