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산공연예술축제에서 인형극 <레미제라블>을 봤습니다. 색다른 감동이 있었습니다. 이미 동화로, 소설로, 영화로, 뮤지컬로 정말 다양한 장르로 보았는데도 늘 깊은 감동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회의 악과 자신의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참다운 선을 실행한 장발장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떻게 바닥으로 추락했던 장발장이 이렇게 고귀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자신에 대한 올바른 정체성을 수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소 장문의 글이 될 터인데요. 저랑 같이 자신을 찾기 위한 질문법으로 고귀한 삶의 회복 시간을 가져보시죠~~~^^*
(벨기에 카리아티드(Karyatides) 극단이 선보이는 인형극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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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간단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기를 아는 사람만이 큰일을 해낼 수 있었기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스스로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정 부분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나 잘 알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상당히 자신한다. 그러나 타인을 보면 안다. 아니 타인이 아니라 가족을 보면 된다. 나는 우리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 외의 타인에 대해서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타인에게는 엄격하면서
, 자신에게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 타인을 판단할 때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판단 보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겉모습을 가지고 평가하는 방식은 싫어한다. 간혹 어떤 사람은 누구든지 한 눈에 어떤 사람인지 판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그럴까.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일수록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이렇게 피상적인 모습, 한두 가지 현상이나 사건만으로 누군가를 평가하는 게 과연 온당한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안의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무엇인가?
-밖으로 드러나는 내가 과연 진짜 나일까?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수많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내 안의 나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올바르게 제시하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나를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는 지금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나?
-도대체 나를 알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작업일까?
자신을 알려면 이처럼 수없는 질문들이 필요하다. 이런 질문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평생 던져야 할 질문들이자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인생의 꽃이다.
시인이자 철학자였던 니체는 “자신을 아는 자는 세상에서 못 해낼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아는 게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질문들은 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자신의 무지(無知)를 경멸하지는 말자. 오히려 “무지로부터 탈출하려면 이런 무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현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무지로부터의 탈출’로 보았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하지만 무지를 ‘너무 경멸스러운 그 무엇, 버려야만 할 형편없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판단도 위험하다.
한 예로 도올 김용옥 선생은 순수한 인간의 무지를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것에 소크라테스 철학의 한계가 있다고도 비판한다. 희랍철학이 고대 중국 도가 계열의 동양사상가들이 보여 준 무지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 존재의 좀 더 깊은 근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앞선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낼 수 없다 한들 새로운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지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것은 누가 알려줄 수도 없다. 누가 자기 삶의 해답을 전해줄 수 있겠는가. 설령 알려준다 해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때문에 자신에 대해 알려면 오랜 고뇌의 과정, 생각에 생각을 덧붙이고, 사색에 사색을 거치는 인내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고 생각의 틀에만 갇혀서도 안 될 말이다.
이를테면 속세를 떠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깨달음은 세상을 등지고 산 속에 칩거한다고 찾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적거리는 삶의 현장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때로는 홀로 숙고할 시간도 필요하지만, 맡은 바 사회적 소임에 충실하면서도 깊은 사색에 빠져들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배움으로 채우지 않은 사색은 깨달음으로 이어지기 힘든 만큼 계속해서 배워나가야 한다.
자신을 알아가는 데 꼭 철학적인 질문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 재능은 무엇인지, 나 자신의 자질과 역량은 무엇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뭘 할 수 있는지, 나를 발전시키려면 나 자신에 대해 어떤 믿음을 가지고,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을 지속해야 하는지’ 같은 현실적인 질문도 필요하다.
어쩌면 여러분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 이를테면 물건을 팔거나 기계 분야의 일에 자신의 진짜 재능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비록 다른 사람 앞에 서보지는 못했지만 가르치는 일을 잘할 수도 있으며, 한 번도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작가적 재능이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일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혁명가나 리더의 자질이 뛰어날 수도 있고, 사람을 만나서 설득하는 일이나 영업을 잘할 수도 있다.
또한 학교 성적은 그저 그랬지만 사회에서는 인정받을 만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못하지만 개발력이 뛰어나거나 수익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능력이 뛰어날 수도 있다. 어쩌면 봉사활동이나 사회에 공헌하는 고귀한 능력이 탁월할지도 모른다.
미국 최고의 동기부여가 앤서니 라빈스는 “우리가 자신에게 부여하는 정체성은 스스로 내린 결정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 부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이나 타인을 판단하고 그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며 그 믿음과 신념에 따라 일관되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결국 나 자신이 부여한 정체성에 따라 내 운명도 바뀐다는 뜻이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어린 조카들을 위해 단지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이유로 19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한다. 출소 후 남루한 자신을 아무도 대우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친절한 신부의 도움으로 성당에서 하룻밤 머물게 된다. 그러나 살 길이 막막했던 장발장은 성당의 물건을 훔쳐서 달아나고 만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경찰에 바로 붙잡힌다.
장발장을 붙잡은 쟈베르 경감은 성당에 찾아와 이게 도둑맞은 물건이 맞느냐고 확인한다. 하지만 미리엘 주교는 자신이 장발장에게 준 선물이라며 오히려 은촛대까지 내준다. 이로 인해 장발장은 끔찍한 교도소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는 신부의 고마운 행동을 돌이켜보며 자신에 대해 고뇌하기 시작한다.
“신부님은 물건을 훔친 나를 왜 믿어줬을까? 왜 나를 고발해서 감옥으로 보내지 않았을까?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도둑질을 하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에게도 기회가 있을까? 어떤 행동이 내 삶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까?”
신부는 장발장을 ‘형제’라고까지 불렀다. 죄인인 그를 더는 악(惡)에 속하지 않는 선(善)의 사람이자 하나님의 아들로 보았던 것이다. 앤서니 라빈스는 신부의 이 같은 “강력한 패턴 깨기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고 강조한다.
이후 장발장의 인생은 송두리째 변한다.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성실히 일해서 사업에 성공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해 명망 있는 시장 자리에까지 오른다. 한편 장발장을 범죄자라고 생각해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며 쫓아다니던 쟈베르 경감은 수년 후에야 이름을 바꾸고 살아가는 장발장을 알아보고 그를 고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장발장이 사과 하나를 훔친 제목으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진짜 장발장은 고뇌한다. 자신만 입 닫으면 그는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진짜 장발장임을 고백한다. 어떻게 한 인간이 이토록 고귀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작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위고는 불쌍한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주체를 향한 분노했다. 하지만 그런 사회의 악(惡)과 자신의 운명에 굴하지 않고 참다운 선(善)을 실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고 그가 바로 장발장이었다.
자신의 고백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판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탈옥한 장발장은 어린 코제트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숨어 살던 장발장은 프랑스 혁명 도중에 쟈베르 경감을 만나게 된다. 거리를 누비던 시민들이 쟈베르 경감을 잡아내어 그가 악랄한 경찰임을 밝힌 것이다. 상황은 경감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장발장은 그 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경감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장발장은 조건 없이 경감을 놓아준다. 자신이 원했던 것도 자유였고, 당신도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며.
결국 쟈베르 경감은 장발장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토록 증오했는데 장발장보다 자신이 더 사악했다는 자각에 이르자 슬픔과 혼란에 빠져 세느 강에 몸을 던진다.
어떤가? 혹시 우리도 자신에게 잘못된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잘못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장발장처럼 잘못된 과거의 정체성을 과감히 깨트리고 새로운 삶의 정체성을 수립해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장 발장은 질문을 외부로 던지지 않았다. “자신을 버린 세상보다는 자기 내부로 던졌다. “분명 억울한 과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가야 할까?”라고 물었다. 그리고 그 해답도 외부가 아닌 자신으로부터 찾으려 했다. 당신은 현재의 자신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자.
떠오르는 대로 빈 공간에 나열해보자.
그런 후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자.
스스로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올 때까지.
-출처: 도서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일부 개정
* 글쓴이 정철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커리어 코치로, 대학교수로, 외부 특강 강사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상담가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KBS, SBS, MBC, YTN, 한국직업방송 등 여러 방송에 고정출연하기도 했다. 연간 200여 회 강연활동과 매월 100여명을 상담하고, 인터넷상으로는 1천만 명이 방문한 블로그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로도 활동하며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나사렛대학교 취업전담수로,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활동하면서 <따뜻한 독설>,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등의 다수 저서를 집필했다. 사단법인 한국직업진로지도협회를 설립해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고자 힘쓰고 있다. 또한 ‘취업진로지도전문가’ 교육을 통해 올바른 진로지도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꿈과 희망찬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언론으로부터 닉네임까지 얻으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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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서울)취업진로지도전문가 교육안내 www.careernote.co.kr/notice/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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