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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가정,육아

아빠들 없는 초등학교 학교 급식 현장 체험기!

by 따뜻한카리스마 2009. 8. 6.

 

부제1: 초등학교 급식시간 참석했더니, 아빠는 나 혼자 ㅠ.ㅠ
부제2: 조금만 밥 퍼달라고 아우성치는 초등학교 아이들, 격세지감.

와이프가 ‘준영이 학교 급식 당번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자기가 당번인데, 회사 일이 있어서 못 간다는 것이다. 당시 나도 방학인지라 시간이 있어서 흔쾌히 승낙했다. 안 그래도 아이의 학교에 몇 번 가보긴했지만 봉사는 한 번도 못해본 터였기에.


준영이반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스크림도 미리 사뒀다. 아이들 본다는 마음에 왠지 설레는 마음까지 들었다.


학교에 12시경에 도착했다. 복도를 보니 주부들이 배식을 위해 각 학급별로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준영이 반은 없었다. ‘아빠다. 아빠.’ ‘누구? 어, 준영이 아빠래’라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서 서 있으니 배식차를 이끌고 두 명의 주부가 오신다.
아, 부끄 부끄 ㅠ.ㅠ
‘안녕하세요’,
‘아, 네, 준영이 아버님이군요’, ‘와 젊으시네요.’ ^^ㅎ


아무래도 아내가 내 나이를 이야기했는가본데, 생각보다 젊으니 그런 말이 나오는가보다. 내가 준영이 반 아빠들중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나이가 많은 노장파다-_-;;;^^ㅋ.

곧 배식에 들어갔다. 땀이 삐질 삐질 흘렀다 ㅠ.ㅠ

(엄마들 배식하는데, 사진찍기가 조금 민망했지만 그래도 일단 밥하고 국하고 반찬하고 후다다닥 찍어봤다.)

알림장을 쓰고 선생님께 도장을 받은 아이들이 밥을 먹으로 오기 시작했다. 참, 밥은 선생님 먼저. 여기서 가장 대장이시니. ㅎ, ‘애들아, 조금만 기다려.’

우리 집에 놀러온 낯이 익은 몇몇 아이들은 나에게 아는 체를 한다. 나 역시 반가움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준영이는 뭐라 뭐라 할하며 장난을 건다. 내가 다소 얼이 빠진 상태라 조금 정신이 멍하다@.@ 그래도 해맑은 아이들 보니 너무 즐겁다^^


내가 밥과 국을 맡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힘들다고 한다. 두 분 주부님이 반찬과 국을 맡고 나는 밥 당번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많이 퍼주고 싶은데, 요녀석들 한결같이 ‘조금 만요. 조금 만요’를 외친다. 알고 보니 남겨서는 안 되니깐, 다들 조금씩 달라고 한다. 부모들 세대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20~30여년 전이었다면 다들 더 달라고 아우성이었을텐데... 그래도 아이들 귀엽기만 하다^^


(배식을 준비하는 사이에 아들 준영이가 아빠에게 와서 장난을 건다. 아빠 00살이지요? 뜬금없이 왠, 나이? 옆에 아줌마들 있는데 ㅠ.ㅠ. 아들아, 아빠 나이는 22살이란다. 그 때 이후로는 기억이 안 나거든^^ㅋㅋ)

아이들이 음식을 적게 받아 가다보니 밥과 반찬이 제법 남는다. 찬반이 남으면 급식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먹을 만한 반찬들은 급식에 참여한 부모님들이 챙겨갔다. ‘와, 나는 안 챙겨주신다-_-;;;’, ‘나도 너무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ㅠ.ㅠ^^ㅋㅋ’


아이들 배식이 끝나고 나서는 책상을 뒤로 모아두고 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했다. 두 어머니는 배식통을 이끌고 식당으로 가셨다.


첫날에는 사진 찍을 여력도 못 되고 여러모로 민망해서 땀만 삐질삐질 흘리다가 다음 기회에 다시 한 번 배식을 하러 갔다. 이번에는 조금 여유도 생겨서 바쁜 와중에도 사진 몇 컷을 찍었다.


그런데 오늘 반찬은 ‘돼지고기 쌈밥’. 어른 입맛은 딱인데, 아이들한테는 영 마뜩찮아 보인다. 몇몇 아이들은 얼마 안 되는 밥도 겨우 겨우 먹고 있다. 억지로 먹는 아이들보니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식사 버릇을 고친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아이들 밥 먹는 것까지 일일이 챙겨주고 계시는 선생님, 초등학교 1학년이라 아이들이 남김없이 먹도록 하는 습관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 늦게 먹는 아이들을 일일이 도와주고 계신다. 남김없이 먹어야 하다보니 아이들 배식 받을 때마다 '조금만 주세요'라고 외친다.)

배식과 청소가 끝나고 아주머니들과 이야기할 여유도 생겼다. 앉아 있으니 지나가던 선생님이 나에게만 귤을 준다. ‘와, 아버지에게만 귤을 줘야지’ 이러시는 거다. 그래서 내가 ‘현명하신 선택입니다.’말하고 넙죽 받았다. 준영이 담임선생님이 웃으신다.


매일 3,4명의 부모들이 식사 당번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나마 아버지들이 간혹 오시는 분이 있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오면 아이들 기가 산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도 여자들만 있다가 남자가 오니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또한 참여한 주부들과 더불어 선생님하고도 이야기하면서 준영이를 더 알게 되었다. 더불어 준영이 친구도 알게 되고, 주변 친구들의 성격이나 행동도 이야기 듣고 하니 좋은 교육이 될 듯하다.

(배식이 끝나고 받은 내 밥상, 물론 내가 펐다. 두번째 먹는 것인데, 너무 맛있다. 나 초등학교 체질인가 보다^^ㅎㅎㅎ)


급식 나오시는 분 90%가 주부들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이 바쁘더라도 아이들 급식에 한 번씩은 나가서 우리 아이들 기를 살려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또한 작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평등의 시작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급식시간 참석했더니, 아빠는 나 혼자 밖에 없어 처음에는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대단히 환영 받았다는^^;;; 


이상은 아빠들 없는 급식 현장에서 급식을 하고 돌아온 따뜻한 카리스마의 생활 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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