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다.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다.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수 있는 기쁜날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는 이런 명절이 싫었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모두 제 각각 고향을 찾아 떠났다.
떠나지 않은 친구들은 놀러온 친척 아이들과 어울렸다. 놀 친구가 없어서 늘 외로웠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2대 독자라 친척이 거의 없었다. 5촌 당숙도 있었으나 돌아가셨다. 6촌의 친구 또래 아이들도 있었으나, 5촌 당숙 아재가 돌아가신 후, 5촌 아줌마가 선산을 팔아버렸다. 아버지가 돈을 빌려 쓰며 선산을 저당 잡혀 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남편이 돌아가 버렸으니 선산을 팔아버리고 고향땅을 떠나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아버지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아버지 고향 땅에는 먼 친지들이 조금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아버지 역시 선대에 남겨두었던 모든 재산을 탕진해버려 고향땅을 밟을 체면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관련기사: 버려진 버스에서 살았던 내 어린시절의 추억
아버지는 당대에 떵떵거리며 살았으나 모든 가산을 탕진하고 말았다. 내가 어렸을 당시에는 부유한 모습을 거의 보질 못했다. 우리 식구들은 늘 가난했다. 중학교 3학년까지 버려진 버스 안에서 네 식구가 살았다. 모양새가 초라하니 친척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 자존심에 손님을 초대하기가 민망했을 것이다.
관련기사: 가족내 <아버지>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그렇게 명절만 되면 놀러갈 곳이 없었다. 다들 한복을 입고 다녔다. 그렇지만 나는 어릴 때 한 번도 한복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 일 년에 한 두번 입는 그런 옷을 입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명절 때는 집에 콕 쳐 박혀 있거나 혼자 논두렁을 헤매곤 했다. 당시에는 명절이 너무 싫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도 마찬가지였다. 명절에도 일해야 될 때도 많았고, 명절마다 귀향 전쟁을 치르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이들이 언제나 시끌벅적거리지만 명절만 되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즐길 수 있으니 즐겁기만 하다. 어린 시절의 옛 기억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언제 그런 아픔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지금은 너무 행복한 순간들의 연속이다.
명절 때만이라도 형편이 어려운 친지들을 찾아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고 덕담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소외받은 사람들에게 온정을 주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러분 어린 시절의 명절은 어떠했는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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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한 마을이라서 옛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2009/01/25 14:57푸근한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참, 가난했던 시절이었죠.
2009/01/25 15:52저야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앞세대들은 훨씬 더 가난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무던히도 싫었던 그 가난이 싫었던 떠오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가난이 제게는 작은 축복이었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밀댓글입니다
2009/01/26 00:11감사합니다^^
2009/01/27 11:05기축년 새해아침입니다
2009/01/26 08:55올 한해 그저 마음들 잡수신대로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소서
늘 행복하시고 즐거운 나날이소서
건강하시고 댁내 두루 평안하소서
소원성취 하시고 만사형통 하소서
기축년 정월 초하루 온누리올림
온누림도 온누리에 축복 가득남겨주시길 바랍니다^^
2009/01/27 11:06비밀댓글입니다
2009/01/26 13:11네, 괜찮습니다^^편하신대로 주셔용^^*ㅎ
2009/01/27 11:07전 결혼 안하냐는 이야기에..
2009/01/26 17:37요즘 명절이 더 힘듭니다 ㅠㅠ
ㅋㅋ결혼적령기에 있을때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가 가족과 친지 어른들 만나는 일이죠.
2009/01/27 11:07'너 결혼은 언제하냐?', '결혼할 사람은 있냐?'-_-;;;ㅎ
아직 미혼이지만요. ^^;
2009/01/26 23:20어릴때는 그토록 싫었던 명절이, 나이가 들 수록, 사촌들이 다들 자라 서로 바빠질 수록
왜 부모님께서 그토록 고생스러운 귀향길에 오르셨는지 자연히 알 것 같더라구요.
가족들과 즐거운 명절 보내셨나요? 저의는 오늘 윷놀이 한판 거하게 벌어졌었답니다.
내일은 외가에 들르러 갑니다. 몸은 피곤해도 친척들은, 특히 어릴때 같이 놀고 자란 사촌들은 유독 반갑네요.
그렇죠. 그래서 친지들이 더 반가운 것이 아닌가 합니다.
2009/01/27 11:08특히 또래가 제일 반갑죠^^*
애들이 귀엽네요 ^^
2009/01/27 14:52명절은 잘 보내셨어요??
ㅎㅎ 저는 가족들과 즐겁게 보내고 컴백했습니다.
오는길 가는길 모두 차 안막히고 잘 다녀왔네요...
즐거운 그리고 기분좋은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실제로는 더 귀여운데요ㅋㅋ 잘 안 나왔습니다^^
2009/01/28 08:58일찌감치 귀향하셨군요^^
고생은 하지 않으셨는지요.
아디오스님에게도 더 큰 축복이 있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