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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어버이날 잘 보내셨는지요?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은 전하셨는지요?
저는 입 밖으로 말해야지 말해야지 하면서도 말로 꺼내지 못하고 편지로 대신했습니다.

사실 어머니에게는 장난스럽게다로 말을 건넜는데, 아버지에게는 말로는 건네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와 달리 왠지 어색하고 서먹함이 남아서 일까요? 도대체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족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존재일까요?

어버이날을 맞아 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한경에 실렸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어버이날에 맞춰 실린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 운영하는 한경비즈니스에 보냈던 원고입니다. 읽어보시고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혹자는 한국의 아버지가 가장 불쌍하다고 한다. 사회에서는 뼈 빠지도록 일하지만 사실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집안에서는 자신의 냉엄한 처지를 차마 말하지 못한다. 오히려 권위적이며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군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년에는 가족들로부터 사랑 받지도 못하고 울타리 밖에서 겉도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버지라는 존재가 아닐까.

내 아버지는 무척 엄한 분이었다. 게다가 주사(酒邪)까지 있었다. 평소에는 인정 많고 온순하신 분이었다. 하지만 술만 드시면 밤에는 난폭자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렸을 때는 그것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나는 크면 결코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곤 했다.

아버지는 종손으로서 부유하게 성장했다. 유모도 있었고, 아버지를 돌봐주는 몸종까지 별도로 있을 정도였다. 모든 면에서 풍족했다. 그래서 일부 친지들은 너무 귀하게 커 세상 물정을 모르고 성장했다고 말한다. 당시에 대학물까지 먹은 소위 ‘인텔리’였다. 하지만 끝까지 학위를 마치지 못한 것이 아버지의 첫 번째 실수였다. 학업을 중단하고 월남전에 참전했다. 그렇지만 사소한 잘못으로 불명예제대까지 당하게 됐다. 아버지에게 닥친 젊은 날의 가장 큰 불행이었다. 그래도 의연하게 일어났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그 후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오명을 안긴 상사를 죽일 것이라며 날마다 칼을 갈았다. 칼을 들고 월남전 용사들이 돌아오는 인천 앞바다에 죽치고 앉아 그 사람을 기다리며 허송세월을 보냈다. 술에 절어 사셨다. 당시의 치욕에 분노하며 수년간을 폐인처럼 살았다. 그 이후로도 10여 년간 제대로 된 직장도 다니지 않았다. 이후 하시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했다. 그 때문에 우리 가정은 늘 빈궁했다.

환갑이 지나고 아버지는 극도로 신경이 쇠약해졌다. 육체적으로 기운이 한풀 꺾였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극도로 쇠약해졌다. 날마다 악몽에 시달려 잠에 들지 못했다. 깨어 있는 시간에도 불안증에 시달렸다. 급기야 정신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병문안을 갔다가 나약해진 아버지의 몰골에 울컥했다. 차마 아버지 앞에서 울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목 놓아 울고 말았다.

다행히 내가 결혼하고 손자가 생기면서 완전히 회복했다. 칠순이 넘도록 일도 했다. 고희연을 대신해 가족 여행을 갔다. 그때 아버지가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내가 전에는 빨리 죽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너희들이 결혼해 잘 살아가고 있고 또 아이들 커가는 것을 보니, 이젠 더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더 오래 살아야겠다”라는 말이 귓전에서 계속해 울렸다. 나에게 지금까지 해 주신 최고의 칭찬이었기 때문이다. 마음 한편에 묵직하게 남아 있던 아버지와의 한을 푼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됐다. 아버지를 돌이켜보면 누구보다 온순하고 따뜻했던 온정도 떠오른다.

내가 군대 있을 때였다. 휴가 나와서 보니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들이 많이 보였다. 어머니에게 무슨 표시인지 물어보았다. 내가 휴가 나오는 일자를 아버지가 체크해 놓고 기다리며 표시해 놓은 마크였다고 한다. 말씀은 안 해도 자식에 대한 보이지 않는 사랑은 늘 해 오셨던 것이다. 그러한 보이지 않는 온정이 나에게도 그대로 전수되었다.

사실 아버지도 열심히 살려고 애썼으나 사회로부터, 가정으로부터 소외받아 오지 않았나하는 안타까움도 든다. 아버지로부터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의 뒤안길이 투영된다.

어머니가 태생적으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아버지는 태생적으로 소외받기 쉬운 존재라는 것을 아버지가 된 지금에야 새삼스럽게 느낀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족에게 있어서 그렇게 ‘그림자’와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족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조연이었다. 이제 나도 그렇게 가족의 그림자가 되어가고 있다.

* 아버지 관련기사:
가족내 '아버지'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아버지를 통해 바라본 아버지란 존재?
아버지는 가족에게 보이지는 않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
아무리 미워했던 사람이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 용서하자
술취해 길바닥에 엎어져 있는 아빠가 부끄러워서 모른 척 했어요 
말대꾸하면 호적 파겠다고 하는 아빠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난한 엄마 아빠가 너무 미워요 

* 여러분이 생각하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를 주는지 궁금합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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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현철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 보니, 저도 아버지와 이야기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2009.05.12 07:59 신고
  2. 바람나그네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저도 아버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네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

    2009.05.12 08:37 신고
  3. 세미예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이 걸으셨던 그 길을, 그 나이를 지금의 내가 걷고 있군요. 당신은 어느새 나이를 드셨고 나는 불효자로 남아 있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2009.05.12 09:39 신고
  4. 솔이아빠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아이의 아버지 한아버지의 아들.... 아버지 저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잇을지...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2009.05.12 09:42 신고
    • 따뜻한카리스마  수정/삭제

      솔이아빠는 이미 인터넷에서 좋은 아빠로 소문났죠^^ㅎ
      이미 소문이 너무 퍼진 상태라 나쁜 아빠 되기도 힘들 듯,ㅋㅋㅋ

      2009.05.13 06:22 신고
  5. 부산갈매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내용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가슴속 한켠이
    찡해옴을 느낍니다

    어느 소설가의
    단편을 읽은것 처럼...

    글 쓰시는 재주도 남다릅니다

    다른글들 몇개 읽었는데
    대단한 실력입니다

    당연히 "추천"꾹 눌렀슴다...ㅎ

    2009.05.12 09:52 신고
    • 따뜻한카리스마  수정/삭제

      졸필을 높게 평가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ㅎ
      추천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부산갈매기님에게 큰 축복이 있길 기도드립니다^^*

      2009.05.13 06:23 신고
  6. 좋은사람들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습니다. 아버지와는 왠지 모를 서먹한 느낌때문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뭔가 여운이 남네요...

    2009.05.12 09:52 신고
    • 따뜻한카리스마  수정/삭제

      사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가족들이 아버지에게 조금 더 따뜻한 눈빛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9.05.13 06:25 신고
  7. 머니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자로 나마...남아있을수 있어도..내 역활, 책임, 할일을 다했다...안도하며 FADE AWAY...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네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크게 변한것은 없어보입니다..ㅠㅠ

    2009.05.12 10:34 신고
    • 따뜻한카리스마  수정/삭제

      아버지 역할은 여전히 그림자와 같은 존재인 경우가 많죠.
      가끔은 엄마보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서운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하려고 합니다.

      2009.05.13 06:26 신고
  8. blue paper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2009.05.12 11:00 신고
  9. VISUS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유년기를 부모님과 떨어져 외갓집에서 보낸데다가
    아버지의 직업 특성상 가족과 떨어져지냈기 때문에
    어린시절-청소년기에 아버지와 추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아버지와 대화하기가 쉽지 않죠.
    "이젠 더 오래 살아야겠다" 본문의 이 대목을 읽고 가슴이 찡해져옵니다.

    2009.05.12 11:53 신고
    • 따뜻한카리스마  수정/삭제

      어렵죠.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무뚝뚝한 가장의 권위를 좀 더 일찍 탈피했더라면 좋았을터인데, 예전에는 그러한 분위기가 아니었죠-_--;;;
      그래서 아버지만의 잘못으로는 돌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009.05.13 06:29 신고
  10. 유학생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 저는 유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가끔 통화하지만 대화를 그리 길게 이어나가지 못하고 끊는게 대부분이죠.
    어버이 날에 아버지와 통화하던 중, 어버이 날인데 뭐하셨냐고 물으니
    자신에게 특별한 날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데, 괜히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 아버지 사랑합니다. 꼭 성공해서 돌아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2009.05.12 12:19 신고
    • 따뜻한카리스마  수정/삭제

      어버이 날에 뭐하셨느냐는 말씀에 '자신에게 특별한 날이 아니었다'라고 답하셨다는 그 대답에 찡하게 아픈 마음이 드네요.

      사실 어버이 날에 아버지는 곁다리죠-_---;;;;

      2009.05.13 06:31 신고
  11. 빛이드는창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에게는 말 건네기가 어려운지...
    글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듭니다.

    2009.05.12 13:13 신고
  12. adish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 아버지는 가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한 분이셨습니다. 어린시절 일주일에 하루를 쉬셨는데요, 일요일에 거의 전 아버지와 남산을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사춘기가 찾아오자 아버지와 조금씩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거리는 대학교 가서도 아버님과 거리는 좀처럼 접히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대학교 1학년 어느날....참...아이러니하게도 5월 8일 즈음해서 돌아가셨네요.

    그때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마음에 그냥 슬프기만 했는데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빈자리가 크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남자로서 군대 이야기도 하고 싶었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물어보고 싶은것이 엄청나게 많은데.....지금 안계시네요.

    가끔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면 주위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술주정을 합니다.
    '부모님 살아계실때 잘해!!!!' 라고요.

    에휴......괜히 넉두리 한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ㅠㅠ

    2009.05.12 13:17 신고
    • 따뜻한카리스마  수정/삭제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을 때는 그림자와 같이 보이지 않는 존재인데, 없어지면 막상 큰 기둥이 사라진 느낌이 들기도 할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저 역시도 더 좋은 아들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05.13 06:33 신고
  13. 고선생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2009.05.12 13:38 신고
  14. pennpenn  수정/삭제  댓글쓰기

    큰 아픔을 간작하고 계셨던 분이군요~
    그래도 노년에 깨달음을 얻은 것은 큰 축복입니다.

    2009.05.12 15:24 신고
  15. 바람몰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와 같이 살아보지 못하고, 그 정도 느끼지 못해..사실 부정이란 걸 잘 모릅니다. 그러나 저를 헌신적인 삶의 자세로 키워주신 할아버님을 보며 부정이란 이런 것이구나..어렴풋이 배웠지요. 이번에 경기여성정보웹진 "우리"에 보냈던 글을 붙여 보고 갑니다. http://www.woorizine.or.kr/woorizine101/main.htm?mncode=101H&atc_code=101H91

    2009.05.12 16:45 신고
    • 따뜻한카리스마  수정/삭제

      아, 바람몰이님은 정말 좋은 아버지이군요.
      글을 읽고보니 제가 부끄러워지는군요.

      제 아버지와 어머니는 항상 저를 생각하며 더 좋은 것을 해주려고 했는데, 정작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려하지 못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6월에는 멋진 운동화 꼭 사 신으세요^^ㅎ

      2009.05.13 06:37 신고
  16. 이순옥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공김가네요.

    2009.05.12 21:53 신고
  17. 하늘보며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님"
    제가 세상 그 누구보다 존경하는 분들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2009.07.07 16:37 신고
  18. White Rain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고 싶어졌다'는 말씀에 뭉클합니다. 자녀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오히려 삶의 뿌듯함을 느끼셨을 아버님의 삶에 대한 회한이 느껴집니다.
    제 아버지 역시 말씀은 별로 없으십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늘어난 흰머리가 탄력이 없는 피부를 보면 예전 그 강했던 아버지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왠지 아버지도 이제 작아지셨구나를 느끼고 오히려 슬퍼한 적도 있었는데요. 그래도 아버지는 늘 눈빛으로만 말씀하셨어요. 그 눈빛을 왜 그렇게 늦게 이해하고 깨달았는지...

    2009.08.06 20:23 신고
  19. 비바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집마다 사연없는 집이 없군요.
    그저..가슴 뭉클합니다
    다행입니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2010.05.08 08: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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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책 이야기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삶과 인생, 서른 번 직업을 바꾸며 성장해온 자전적기록과, 평범한 가장으로 살면서 겪고 느낀 삶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젊은이들의 고민해결사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데 일조하고픈 커리어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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