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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인문계에서 이공계 복수 전공은 무리일까요?

안녕하세요 정철상 선생님!

진로고민으로 앓고 있는 24살 대학생 000이라고 합니다. 블로그에 올려주신 글을 읽다가 느꼈던 제 고민들을 모아 이제야 메일을 보내게 되었네요. 글이 매우 길어질 것 같지만 그래도 용기내서 글을 써봅니다.

 

저는 지금 졸업반인데도 불구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을 총동원해 제 적성, 흥미, 성격, 현실적 상황 모든 것을 고려해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저는 어릴 때 스스로 영어, 한문, 일어 등 언어, 사회 과목을 공부했고 음악으로 유학 권유를 받았으며, 책을 매우 가까이 하고 놀이터에서 몇 시간씩이고 열심히 놀던 학생이었습니다.

 

학교를 빠지고 도서관에 가거나 동사무소에 가서 영화, 책을 보던 철없는 시절을 보내다 어떤 계기로 중1때 반강제적으로 인도 지방으로 유학가게 되었습니다. 문화 차이, 외로움 등으로 힘들어하다 결국 귀국, 이후 가정사로 방황했고요.

 

2때가 되서야 공부에 빠져들었고, 지금 대학에 이 전공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가정 경제가 어려워서 취업과 관련된 과로 마음을 돌렸고 그 중 에 성향(공감능력, 언어능력, 문화포용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의료 관광, 행정 분야로 진로를 설정했습니다.

 

긴가민가한 상태였지만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고민할 틈도 없이 너무 바삐 대학교 생활을 하다 3학년 초 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고, 그 때부터 진로 고민을 새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사회적 기업 관련된 센터에서 짧게 인턴도 해보고, 운동 동아리, 봉사활동, 1달 배낭여행, 아르바이트 등 많은 활동을 했지만 항상 공허했었어요. (무조건적으로 남을 돕는 게 능사는 아니고, 내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돕는 일은 못하겠다는 결론도 내렸고요)

 

팀프로젝트를 하면 상대방의 풍부한 아이디어를 구조화하는 작업을 많이 해서 전략 같은 과목은 재밌었지만, 주로 들었던 마케팅 관련 수업은 너무 아이디어 위주로 말로만 하는 학문 같았고, 원하는 기획, 인사는 신입을 안 뽑고(해당 산업과 해당 기업을 모르면 이 업무는 힘들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재무, 회계를 배워 사무실에 앉아 숫자만 보는 업무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유별나게 활동적이어서..(산타고 검도대회 나가서 상 타고 인도에서 혼자 배낭여행하고 히치하이킹하고..) 부모님이 모두 영업직이시고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서 영업을 하고 싶었는데 보류 중이구요..

 

그렇게 경영에 흥미가 떨어지고 나서 고민하다 러시아어를 복수전공 신청했는데, 어릴 때와 달리 앉아서 단순히 언어만 외우는 과정이 점점 지루하더라고요. 저는 영어 외의 언어는 모두 해당 국가 길거리에서 주민들과 부딪히며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지라..마치 죽어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 때 아 언어는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여서 언어 공부하는 걸 잘하게 된 거지, 그저 나의 취미이고, 언어는 수단이고 내 본업은 아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3학년 말 의료관광 마케팅 인턴을 하였는데, 맡은 업무가 생각보다 더 체계가 없음에도 의료라는 전문적인 벽과 요구되는 언어 능력은 높고, 국내 의료법 문제로 산업 자체가 수동적이고 한정적이며, 이미지가 부풀려진 느낌에 흥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저는 '산업이 어느 정도 성숙되어 여러 기회가 많고, 실용적이고, 업무가 체계적이어서 결과가 눈에 보이고, 현장에서 협업해서 일하고, 적당히 사람과 거리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는 일'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이젠 돈을 많이 벌고의 문제가 아니고요.. (제가 mbti에서 infp이 나오는데 정말 검사결과가 많이 공감가더라구요!!)

 

그래서 마음을 싹 비우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학교에 공대가 있어 전자공학과를 선택했어요. 기술직이 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제가 수학도 젬병, 물리도 아예 중학교 수준이라 생각보다 더 이 분야에서 큰 그림, 작은 그림도 안 그려지네요.

 

수업도 못 따라가고 과제도 제출 겨우 겨우 하고 중간고사도 너무 많이 망했습니다. 학점을 보존해야 할 판에..너무나도 많은 공부양을 1년 반 졸업 전까지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 나 같이 이도저도 아닌 사람을 누가 써주겠냐는 불안감에 많이 무너져 내려요.

 

공부가 어려운 게 아니라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소화하는 게 힘듭니다. 제가 전자공학과 수업을 들으려고 여름방학 2개월 만에 전공과목(회계- 이번학기 재무관리를 들으려면 회계를 복습해야 하기에)C언어, 이과 수학, 이과 물리를 빠르게 공부하고, 이번 학기 MCU기초, 공학수학1, 시스템해석, 기초프로그래밍(C언어),경영 전공 2개를 들었는데..죽겠습니다

 

이쪽은 실무가 중요한 것 같은데, 공장이나 전자부품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공부도 하고 싶고 발로 뛰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전혀 안 나고요. 이렇게 기초가 없는데 어찌어찌해서 거의 외우다시피 공부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불안하고, 그 기초를 보충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맘에 들지 않습니다.

 

다음 4-2학기에 전자회로, 회로이론, 공학수학2, 신호해석 등 중요한 과목 6개를 몰아서 들어야 하고 5-1학기에 나머지 6학점 채우면서 기사를 준비한다는 것이..(기사자격증을 따야 졸업 가능합니다)

 

이도저도 안 될까봐 불안합니다.

 

정리하자면

 

1) 저에 대한 신뢰감 하락

과거에는 완전 인문 쪽이었다가 상경, 인문을 거쳐 이제는 공학을 하고 싶다니 저 스스로도 너무 괴리감이 심해요. 수학, 물리도 안했는데..그릇도 작은 게 욕심만 많아서 일을 벌이기만 한 것 같고요.

 

그냥 현재가 맘이 안 들어서 비켜가고 싶은 건지? 24살이니 이대로 진로를 확정하면 돌리기가 힘든데 스스로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리고 어떻게 신뢰감을 회복해야할지 모르겠어요.

 

2) 복수전공을 하지 않고 수학, 물리 공부 후 해당 과 편입(국내대/해외대)

공대 공부를 하는 게 너무 빡빡해서 회화 공부할 시간이 전혀 안 나는 게 불만이고 사회와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 가족이 이민을 원하고 있고, 저도 2학년 때부터 유학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고민입니다. 최대한 비용이 적게 드는 유럽이나 캐나다 쪽 생각하고 있는데요.

 

지금 제 영어, 수학 실력으로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는 걸까요? (근데 제가 선천적으로 느긋하고 뭘 하더라도 한 발짝씩 느리고 자유분방합니다. 경영을 배워서 다행히도 효율 효과 산업 이런 체계가 머리에 들어와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굶어 죽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뭔가를 암묵적으로 강요받는 것에.. 가끔씩은 눈물이 나요. 저희 어머니도 사업하시면서 거친 사회에 지긋지긋해 하시고.. 자꾸 이민 정보를 저한테 보내시고.. 같이 가고 싶네요)

 

글이 정말 길어졌네요. 대학 생활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여러 개 배우고 제 우둔한 머리 하나 믿고 여기저기 방황했습니다. 어떤 선택이 나을지 몰라 저 스스로도 혼란스럽지만, 또 이 글이 너무 감정적으로 흐르거나 논리적이지 못한 우문일 수 있지만,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용기내서 글 보내봅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00 드림

 

 

답변:

답변이 늦어져 송구합니다.

진로변경을 많이 하셨군요. 본인이 하기 싫으니 계속해서 하기 싫은 마음이 들어 괴로우셨겠죠. 전자공학과로 복수전공을 선택하셨나요. 이공계열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조금 더 신중하셔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존 전공을 그대로 지속해나가면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며 유사한 전공 선택을 통해 앞으로의 적응변화가능성을 알아봤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변경한 전자공학과 같은 경우에도 미리 공부를 해보거나 해당 학과의 사람을 만나본다거나 해당학과의 진로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보고 조금이라도 경험해보면 좋았을 터인데 그리 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어찌하겠습니까. 이미 지나온 일. 지금 전공을 그대로 지속해나갈지 아니면 다시 한 번 더 변경해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전자공학과로 졸업했을 때 본인의 적성이나 흥미를 살려서 앞으로 가질 수 있는 직업이나 직무로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부분은 당연히 해당 분야에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 거창한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선배나 조교나 교수님이나 사회로 진출한 선배들을 찾아봐야 합니다. 이 분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그대로 졸업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잘할 욕심만 부리지 않고 졸업한다면 본인의 언어 재능을 바탕으로 관련 분야의 산업에서 여러 가지 직무를 수행해나갈 방법도 있다고 봅니다. ‘기술영업, 해외영업, 국내외 거래선 관리, 리서치 연구원, 관련 분야의 전문 채용담당자등의 직업이 떠오르는데요. 이런 직업이나 직무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굳이 전공을 바꾸거나 전공을 포기해야 한다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정해야 하는데요. 이 부분을 정해야만 합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희망 전공이나 직무에 대해서 보다 더 잘 이해해야 하는데요. 관련 전공을 공부한 사람이나 교수님이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서 인터뷰 해봐야 합니다. 이런 작업을 미리 안 할 것 같으면 또 다른 낭패를 겪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계획을 세워야 진행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당장에는 그동안 해왔던 공부를 완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더 많을 터인데요. 가능하면 최저점수를 받더라도 얼마남지 않은 만큼 복수전공은 마무리 하는 것이 좋긴 할 듯합니다.

 

대단히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저 같은 어른들이 바라봤을 때 진로선택이나 복수전공을 하느냐 마느냐에 그리 큰 차이가 없게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자세와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에 뒤따르는 본인의 태도와 의지와 노력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말로는 앞으로의 선택에 아쉬움이 있을 겁니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자기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진로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본인은 자신의 외국어 역량을 별 것 아닌 것으로 폄하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복수전공의 부담을 진작 떨쳐내고 오히려 외국어역량을 조금 더 강력하게 다듬었더라도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지금 현재로 웬만한 친구들보다 외국어를 구사할 역량이 있고, 전자공학에 대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만큼 기술영업이나 활동적인 외국어 관련 직업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가족이나 본인 성격이 외향적이어서 외향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진로선택이 좋을 듯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잘해낼 수 있다는 자기 확신과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요. 그런 믿음이 부족한 것이 다소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가 완벽한 믿음과 확신으로 모든 일을 결정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겁니다. 불가능에 가깝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우리 자신 스스로를 믿고 신뢰해야만 합니다.

 

비록 조금 어긋난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수도 없이 실수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실패하더라도 괜찮으니까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행동해나가면 좋은 결과도 맺을 겁니다. 그러니 자꾸 현실을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조금은 정면으로 자신의 문제를 돌파해 나가보시길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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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정철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든 청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커리어 코치로, 강사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KBS, SBS, MBC, YTN, 한국직업방송 등 여러 방송에 출연했다. 연간 200여 회 강연활동과 매월 100여명을 상담하고, 인터넷상으로는 1천만 명이 방문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나사렛대학교 취업전담수로 활동하면서 <따뜻한 독설>,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등의 다수 저서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꿈과 희망찬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까지 얻으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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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자림녀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답이 없는 문제.. 정말 이보다 더 확실한 답은 없네요

    2017.08.09 16: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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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상의 커리어노트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책 이야기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삶과 인생, 서른 번 직업을 바꾸며 성장해온 자전적기록과, 평범한 가장으로 살면서 겪고 느낀 삶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젊은이들의 고민해결사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데 일조하고픈 커리어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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