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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 직업을 바꾼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의 의미?

by 따뜻한카리스마 2008. 10. 27.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린 시절에는 감히 상상도 못할 정도의 많은 나이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된다는 것에 깜짝 놀랬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나에게도 드디어 20대의 청춘이 피었다가 져버리는구나!"라는 생각에 서운한 마음이 많이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마흔이 되니 그런 느낌도 없다. 오히려 훨씬 무덤덤해진다. 포기한 탓일까?

무엇보다 나이 마흔 정도가 되면 인격적으로 훨씬 더 고결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공자님의 말씀처럼 '불혹(不惑)'이라면 어떤 것에도 '미혹(迷惑)'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작은 것에 흔들리고 여러 가지 욕심에 현혹되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젊음의 열정이 남아 있다고 느끼며 살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며 마흔을 보냈다.

그리고 마흔 하나가 되었다. 역시 별 느낌이 없었다. 무던해진 탓인가. 그런데 설 명절이 끝나고 꽃피는 춘삼월부터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가끔씩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육체 뿐 아니라 마음 상태도 좋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도 무언가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요통이 느껴졌다. 위장도 편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여러 군데서 적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아파도 너무 바빠서 병원 한 번 제대로 가질 못했다. 결국 1천킬로미터에 가까운 장거리 운전을 한 다음에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다음날 일이 있어서 일상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아파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이 또 40대의 자화상이 아닐까.

한 번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허리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날 10시간의 강의가 잡혀 있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겨우 겨우 걸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대한 표시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토요일 한의원으로 갔다. 한의사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추나요법으로 치료 하자고 했다.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거의 죽는 줄 알았다.

어리석게도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억지로 몸을 맞추는 바람에 내 몸은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 한두달 후에 다시 갔는데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이 마흔이 넘으니 까마귀 고기를 먹은 듯이 자주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덕분에 두 번 죽었다.

(이미지: 인근 한의원에서 추나요법으로 고생한 다음 다른 한의원에서 침 맞는 장면, 중간에 부어오른 것은 봉침 때문, 추나요법이 문제가 아니라 추나요법 전에 환자의 상태를 좀 더 차분하게 짚어주는 것이 중요할 듯. 무허가 추나요법은 특히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 한 번 근처에 갔다가 되돌아온 경험이 있음.)

거의 한 달 이상을 요통으로 헤맸다. 이사를 했는데도 전혀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힘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태어나서 이틀 이상 연속해서 아파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드는구나’, ‘이제 나는 쓸모없어지는 것인가’, ‘기계가 노후화되듯이 인간도 노화되는 것인가’라는 생각들이 스쳐갔다.

신경외과를 찾았다. 엑스레이 촬영결과 디스크 염려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4번과 5번 요추가 너무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첫 날에 이래저래 거의 2시간에 가까운 물리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섰다. 정말 중증 환자처럼 걷지도 못할 상태가 되었다. 겨우 겨우 걸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아내가 일이 있어 내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줘야만 했다. 아들과 함께 자동차 있는 곳으로 가는데 고통으로 인해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아이에게 민망할 정도였다. 장애우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건강을 제대로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찾았던 신경외과에서 1달가량의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큰 진전은 없었다. 무엇보다 의사가 퉁명스럽고, 병의 원인과 대처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지도 않았다. 디스크가 염려된다면서 CT 촬영을 하자고 했다. CT촬영이 문제가 아니라 의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술이라도 해야 될 듯이 나를 위협스럽게 몰아붙였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혀 의사소통을 교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신뢰가 가질 않았다.

(이미지: 허리 견인치료중, 허리를 고정시켜 앞뒤로 늘려주는 치료, 15분 가량은 꼼짝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한다. 처음 치료를 받고 정말 걷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치료에 고통이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허리가 휜 사람이나 요통이 있는 사람에게는 효과는 있는 편이다.)

집 근처에 조금 유명하다는 정형외과를 찾았다. 진료 받는데 무려 3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다소 화가 났지만 그래도 책을 보면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의사가 내 허리 상태를 보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했다. 곧 바로 ‘측만증’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이미 디스크 상태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굳이 CT 촬영하실 필요는 없고,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조금만 치료하면 나을 것이다’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정말 1달도 지나지 않아서 깨끗하게 좋아졌다.

마흔이 넘어가니 탈모 현상도 지독했다. 머리를 감으면 욕조에 내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쌓이는 느낌이었다. 흰 머리도 조금씩 늘어난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는데, 갑자기 늙어간다는 것이 지독하게 싫어졌다.

한편으로 아직도 2,30대처럼 외양을 따지고 있다는 나의 미성숙한 내면을 보여주는 듯해서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2,3개월 가량 치료 후에 건강이 예전만큼 다시 좋아졌다. 고통스러웠던 육체로 우울했던 기분도 거의 말끔히 사라졌다.

아마도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건강에 대한 적신호를 보내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 교만하지 말고 보다 겸허하게 인생을 되돌아보라라는 교훈을 주는 나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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