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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 직업을 바꾼 남자

첫 직장, 첫 해고로 끝났던 뼈아팠던 기억

by 따뜻한카리스마 2008. 8. 25.

첫 직장을 어렵게 겨우 들어갔다.
지방의 한 방송국이었다.
주로 외신을 번역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악필이라 번역 후에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물론 좋은 필체라해도 워드 작업은 피할 길 없었다.
문제는 내가 독수리타법이어서 번역하는 시간보다 컴퓨터로 옮기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1년쯤 일하면서 독수리 타법도 벗어나게 되었다.

아마도 번역하면서 늘어난 것이 아니라 당시 PC 통신의 채팅을 하면서 타수가 늘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영어 실력도 학교에 비해서 제법 늘었다. 외신을 주로 다뤘으므로 국제적인 감각도 많이 늘었다. 게다 사회, 경제적 현상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지식까지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방송국에 들어온 지 2달가량 되었을 즈음에 아나운서가 한 명 들어왔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다는 풍문이 들린다. 이제 정식으로 방영될 첫 방송을 앞두고 모든 인원이 세팅되고 더욱 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나운서는 소위 명문 S대 출신이었다. 서울이 고향인데다가, 음악까지 전공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정말이지 너무 낭랑하고 아름다웠다. 경상도 남자들은 서울 여자들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넘어간다.ㅋㅋㅋ

호기심도 많은 친구였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는 친구였다. ‘아나운서로서는 제격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일후에 드디어 첫 방송이 시작되었다. 엉터리로 만들어 놓은 듯했던 프로그램이 TV방송으로 나오자 감회가 새로웠다.

방송 첫 주 만에 해고된 아나운서

그렇게 꿈같던 방송의 첫 주가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전에 감독님이 찾아왔다. “오늘 녹화 후 아나운서 해고되니깐 그렇게 알라구,,,”, “네, 왜요?”, “목소리가 방송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네..., 그리고 좀 싹수가 없지,,,”

나는 그녀의 해고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녹화전이라 차마 말을 건네지 못했다. 녹화가 끝나고 그 친구 내려와서 눈물을 흘리며 ‘나 오늘부로 그만두게 되었어요,,,’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계약직이라고 하나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해고'중, 해고당한 여자가 자신의 개인 사물을 가지고 멍하니 앉아 있다. 실제로 당해보면 정말 멍하다. 부끄럽다, 치욕스럽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때로 이런 아픔이 삶의 큰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동료의 불합리한 해고 절차에 대해 저항조차 못했던 비겁함

사회 나와서 처음으로 바라보는 해고인지라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줘야 될지 몰랐다. 무엇보다 학교 다닐 때 학생운동 하면서 불타던 열정의 의협심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끄러웠다. 사실 그렇게 따진다고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겠다는 핑계를 마음속으로 되내였다. 한편으로 “정말, 냉정한 것이 사회구나”라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게 되었다.

다음 주에 바로 새로운 아나운서가 들어왔다. 1주일이 채 지나지도 않아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송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업무 노하우도 많이 쌓여서 그 전만큼 오랜 시간 동안 근무할 필요도 없어졌다. 아침7시 출근, 새벽1시 퇴근이, 1년 후에는 9시 출근해 6시에 퇴근으로 바뀌었다.

직장 퇴근 후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이직을 준비했다

너무 편했다. 사실 편한 때 더 준비해야되었다. 누군가 폭풍 속의 고요라고 하지 않았던가. 너무 편하다고 느껴질 때 종종 큰 사건이 벌어진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아침에 수영하고 일본어 수업을 새롭게 들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정식 기자 시험을 보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말이 좋아서 기자지 사실상 번역사나 마찬가지 역할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사실상 계약직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정식 기자로서의 전환을 꿈꾸고 있었다.

MBC, KBS 등의 중앙방송과 더불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의 중알 일간지 신문기자 입사시험에 차례로 도전했다. 거의 모두 서류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대기업 떨어질 때의 기분이 다시 들었다. 그래서 지방 신문사에도 지원했지만 역시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었다. 

아나운서와 같이 해고될 것 같은 불안한 미래

앞으로의 미래가 해고된 아나운서와 같은 운명이 될 것 같았다. 막막했다. 그때가 99년 4월경이었다. 광고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가 운영했던 프로그램인 월드뉴스는 지방의 프라임타임뉴스로 광고가 매회 풀타임으로 광고가 가득 찼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국 전체 프로그램에 광고가 하나둘씩 줄어들면서 광고국장이 해고되었다. 영업 활동을 제대로 못한 책임으로 해고되었다. 여름이 되어도 광고는 지속적으로 더 하락되었다. 편성국장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고 하자 이번에는 편성국장이 먼저 박차고 방송국을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프로덕션을 하나 설립하였다.

99년 IMF의 폭격탄을 얻어맞다

9월이 되었다. 풀타임으로 차던 광고는 이제 1,2개의 광고만 남고 모두 사라져버렸다. IMF였다. 방송국도 그제야 국가적 외환위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방송이라는 것이 빠를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둔감한 것이다.

경영진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간 것으로 보였다. 대대적인 조치들이 단행되었다. 상당량의 자체 방송 제작을 중지하는 것으로 중지가 모아졌다. 4,50%에 가까운 인원들이 정리해고 되었다. 남아있던 친구들도 퇴직금을 모두 정산하고 일정부분의 연봉이 동결되거나 삭감되기까지 했다.

방송 프로그램 방영 자체를 중단키로 결정

내가 진행하던 방송 프로그램 자체도 중단되기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외주제작팀 전체가 10월20일경으로 해고통지를 받았다. 통보 받은 지 채 보름도 안남은 시간이었다. 둔기로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저 멍했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 친한 친구들이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 몇 주 전에 약속해둔 약속을 내가 깜빡한 것이었다. 친구들이 나에게 미팅을 주선한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얻어맞은 듯 한 멍한 느낌으로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에게 해고통보 받은 말도 못했다. 그럴 정신도 없었다.

그리고 차를 몰고 방송국을 벗어났다. 친구들은 그것도 모르고 “이랴,이랴, 달려라,,,달려,,,빨리 달려,,,”라고 차 안에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내 의식은 정지된 느낌이었다. 나는 그렇게 멍한 상태로 정신없이 차를 몰았다. 시내의 한 로터리에서 크게 우회전을 도는데도 내 차의 속도는 80여 킬로미터를 넘고 있었다. 속도를 미리 늦춰야 했다. 그러나 그러질 못했다.

해고당일, 정신없던 상황에서 교통사고까지 내고...

그런데 내 앞에서 직진하던 차량이 신호등이 노란불로 바뀌자 급정거를 해버렸다. 멍한 상태에서도 당연히 그 차가 직진을 하리라고 생각했었다. 보통 때라면 설령 급정거 하더라 해도 비켜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의 내게는 무리한 상황이었다. “쿵”하며 앞 차와 충돌했다. 갑작스런 앞차의 급정거에 방어운전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다행히 앞차는 크게 상하지 않았다. 앞뒤 모두 사람들도 무사했다. 사실 앞차는 여대생이 몰던 차였다. 운전미숙으로 급정거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내 과실이기에 앞차의 뒷 범퍼와 소정의 비용까지 지불했다. 그런데 내 차는 본넷부터 해서 거의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뒷좌석에 타고 있었던 친했던 친구들은 어땠을까? “어, 차로 못 가겠네, 우리 그냥 간다~” 웬수들-_-;;; 친한 친구들이지만 친한 친구라는 것이 때로는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이랑 인생의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기가 쉽지 않은 것도 그런 점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그 친구들 지금도 만나고 잘 지내고 있다. 그 때 그 사건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싶다.

여하튼 그렇게 나 혼자 자동차 사고 처리를 했다. 그리고 보름후 예정대로 나는 해고되었다. 너무나 뼈아픈 첫 해고 경험이었다.

누구에게나 역경은 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는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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