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의 가치를 대변해줄 만한 모델은 없을까.
평범한 우리들이 본받을 만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일전에 읽었던 자료를 이것저것 뒤져봤다.
마땅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300억의 사나이’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끄집어 읽기 시작했다. 이미 가볍게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고 잊어버린 책이었다.
저자 한원태를 만나며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출처; YES24, 참조도서 <300억의 사나이, 다산북스>]
그런데 2번째 이 책을 읽고 이 책의 주인공 ‘한원태’야 말로 정말 보통 직장인의 가치를 발휘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보통 이하라고 폄하할 우려마저도 있었다.
갑작스럽게 전화 건 나에게도 깍듯한 태도를 보이는 친절정신
여러 경로를 걸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낯선 사람에게 걸려온 전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한원태라는 자신의 이름을 우렁차게 말했다. 그리고는 시종일관 친절하게 말을 해준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그의 ‘친절정신’이 몸에 배여 있는지 알 수 있다.
한원태는 J 모직 총무과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상 파견직 형태의 청원경찰로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감히 자신이 뛰어난 직장인들에게 성공에 대한 인터뷰를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겸손함까지 보여주었다.
용역직원에 불과했던 한 평범한 직장인이 은행 분점의 소장까지 되고, TV방송도 타고, 연간 3백여 회의 강연을 하는 유명강사가 되어버렸다. 우리 사회에서 한원태의 일에 대한 열정과 태도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그는 중졸 학력이 전부다. 그래도 나름대로 훤칠한 키와 외모로 J 모직 총무과에 입사해서 모델로서 활동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살이 불어 첫 직장을 해고당했다.
아내의 권유로 용역직 청원경찰로서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부리부리한 눈매에 험악한 인상으로 고객들이 부담스러워했다.
타인의 비평에 대한 개방성
본사에서 나온 감사직원으로부터 받은 지적 사항을 당시 지점장이 알려준 것이다. 충격이었다. 자기 임무에 충실하기 위한 태도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객은 자신을 싫어했던 것이다.
그는 지점장의 충고를 고마워했다. 사람들의 비평에 대한 개방적인 포용이 그의 장점이었다.
표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이대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또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그러니 이 일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송두리째 나를 한번 바쳐 보자. 나 자신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나중에 어떻게 되든 후회가 없을 것이다.
인사를 습관들이기 위해서 하루 백 번씩 연습
한원태는 우선 은행에 들어서는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노려보기만 한 것 같았다. 그런 고압적 태도 자체를 바꿔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날부터 집에 돌아가면 거울을 보고 인사하는 연습을 했다. 하루에 딱 밴 번씩이었다. 물론 웃는 얼굴도 함께 연습을 해야 했다. 무표정하고 딱딱한 인상 자체를 바꿔보기로 다짐한 것이다.
바른 인사가 성공의 첫걸음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회사와 은행 측에 청원경찰의 제복을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형성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경찰 스타일의 제복에서 양복 스타일의 제복으로 바뀌었다. 오래지 않아 다른 은행에서도 반응이 나타났다. 급기야는 전국의 모든 청원경찰에게 전파되었다.
한 사람의 작은 영향력이 때로는 이렇게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주인공 한원태와 같은 사람으로 나비효과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용어설명. butterfly effect;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훗날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의 토대가 되기도 한 이 이론은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 개인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가 오늘 지금 시작하는 작은 변화의 노력이 우리 인생의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자기 직무에 대한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학습
한원태는 이왕 은행에서 일하는 것 직접 은행상품을 알아보고 싶었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야 고객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새 상품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그 내용을 주의 깊게 살폈다. 이전 상품과의 차별점, 장점, 단점 등을 비교, 분석해보았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직원들에게도 물어봤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청원경찰 주제에 신상품의 내용을 알아서 뭐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원태는 끝까지 붙잡고 늘어졌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가르쳐주지 않으면 밥을 사고, 차를 사고, 술을 사면서 끝까지 물어봤다.
이렇게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한원태는 정식 직원들보다 더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은행창구에서 기다리지 않고 청원경찰 한원태에게 상담 받으려고 줄을 서는 진풍경이 날마다 펼쳐졌다.
그가 정규 직원이 아닌 것을 알게 된 고객들은 은행에 몰려와 한원태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줄 것을 청원했다. 지점장으로서도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문제였다. 그 동안의 근무성과를 보면 벌써 채용하고도 남았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중졸이라는 학력에 파견직원이라 다른 사람과의 형평성을 깨트릴 수 없다’라는 이유로 본사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고객들이 정식 직원 추천서와 탄원서를 가지고 다시 찾아왔다. 추천서에는 무려 3백여 명의 고객 서명이 적혀 있었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되돌아가자.
이 소식을 들은 모 은행으로부터 고액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그래도 그는 옮기지 않았다. 고객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점장은 새벽 네 시에 은행장의 집 앞으로 갔다. 지점장은 출근하려는 은행장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고 한다.
S은행 석수지점에 발을 들여놓은 해로부터 꼬박 8년만에 한원태는 드디어 정식 직원이 되었다. 8년 동안 안양 석수 지역의 주민들과 동고동락한 결과였다.
대학노트에 숨겨진 1300여명의 고객리스트
그의 친절 비밀은 메모에 있었다. 만나는 고객의 인상을 잊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노트에 기록해두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한 번 마주친 사람을 잘 기억해준다면 기쁜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한원태는 날마다 만나는 고객들의 인상을 떠올려보며 기억을 되새김질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원태는 고객이 하는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았다. 3개월 후에 적금이 마감된다고 언뜻 이야기를 한 고객에게 3개월 후에 전화를 걸었다. 고객은 좋은 상품을 추천해주고자 전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했다고 한다. 어찌 그의 고객이 되지 않겠는가.
석수 지역 인근의 안양유원지 상인들이 전혀 자신의 지점에 찾지 않는 점이 궁금했다. 지점장에게 이야기를 하고 거의 매일 가다시피하면서 거래를 트고자 노력했다.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는 도전정신
그는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상인들을 위해서 거의 매일 허드렛일을 도왔다. 그러나 상인들의 반응은 차가움을 넘어 멸시에 가까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S은행의 불친절에 화가 나 있었던 것이다.
상인들과 가까이 있다 보니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이 눈에 보였다. 한원태는 일주일에 세 번씩 자동차에 잔돈을 싣고 유원지로 갔다. 만 원짜리, 천 원짜리 뿐만 아니라 오백 원, 백 원짜리 동전까지 잔뜩 싣고 가서 상인들이 원하는 만큼 바꿔주었다. 어느새 상인들은 이제 그에게 재테크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한원태는 상인들로부터 통장과 도장을 받아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 업무까지 대신 처리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유원지의 150여 명의 상인들이 모두 한원태의 고객이 되었다. 유원지의 상인들을 통해서만 모두 56억의 예금을 관리하게 되었다.
일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화려하다. 그러나 때때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 한원태는 달랐다.
무의탁 독거노인들을 틈틈이 도와드리는 봉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노인들의 금융 조언자가 되었다. 한 번은 2천만원을 장판 밑에 깔아놓고 살아가던 할머니를 은행에 맡기도록 설득했다. 할머니는 이자만으로도 생활하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고객으로부터 유언 받을 정도의 고객과의 신뢰와 긴밀한 유대관계
또 한 번은 2천만원의 적금을 은행으로부터 10년째 찾지 못하고 잊어버린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드렸다. 처음에 해당 은행에서는 1년간의 이자만을 지급하려 했다. 한원태는 자신의 금융지식을 발휘해서 결국 10년치의 모든 이자를 받아냈다. 이자만 3천만원이었다.
가족 같이 노인들을 보살피다 보니 노인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을 남기며 자식보다 한원태에게 유산을 남기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고객이 자신의 꿈을 맡기고 싶어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한원태였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
한원태씨에게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교훈 한마디를 달라고 요청했다. 한원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모가 이래서 안돼’, ‘학력이 없어서 안돼’, ‘인맥이 없어서 안돼’라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세상을 바꾸려면 자기 자신부터 바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는 금융권의 정년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퇴직을 앞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으로 먹고 살 일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 반면에 퇴직자 한원태는 더 바빠질 것 같다고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자신이 겪어온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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