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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인생,사는 이야기

백만원도 못버는 대학강사의 암울한 자화상

by 따뜻한카리스마 2008. 9. 29.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강의가 있었다.

나를 추천받고 강의를 의뢰해준 대학교수가 있었다.

아주 친절하고 따뜻하고 진솔한 분이었다.

그는 원래 박사학위를 마친 후에 한 기관에서 7년가량 생활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해 한 대학교로 이직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기존 조직에서처럼 눈치 볼 직속상사가 없어서 가장 좋았다고 한다. 자유롭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어서 좋고, 젊은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대학생활이 좋다고 한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좋은 시선으로 봐주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교수라는 직업이 높은 진입장벽에다 막상 장벽을 뚫고 들어가도 진급연한제가 있어서 불안한 면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보수적이고 비체계적인 학교제도에 다소 답답함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의 박사학위를 위해서 투자한 비용이 회수될지도 불투명하다고 한다.


현재 명함에는 교수로 되어 있지만 학교 내에서는 전임강사라고 한다. 전임강사라고만 해도 예전 같으면 사실상 정년까지 그대로 보장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2년 후에 재임용 시기에 재임용되지 않으면 사실상 학교생활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에 수행해야 될 과제와 책임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전임강사들이 많다고 한다. 논문이나 연구과제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교수평가라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 눈치 봐야 되고, 학교 재단 눈치도 봐야 한다. 그래서 불필요한 학교행사나 세미나에도 어쩔 수 없이 참석하며 수업에는 알게 모르게 등한시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2년 후에 재임용되어 조교수가 되어도 4년 후에 부교수로 승진하지 못하면 그것으로 학교생활이 끝장난다.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가기까지도 6년이라는 진급 연한이 있다고 한다. 요즘은 이 모든 단계를 자연스럽게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미지 설명;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한 강사의 모습, 대학 강단의 화려한 모습 뒤로 울고 있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한 언론에서 다룬 대학 강사의 생활을 다룬 프로그램에 큰 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유능한 강사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 임용시험에서 번번이 탈락한 한 시간강사의 이야기를 보았다고 한다. 결국 이 시간강사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살했는데, 그것이 이제 남 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대학교수로의 진입장벽을 갈수록 더 두터워지고 있다. 대학에서도 가능한 정교수들을 채용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강사들이 수두룩하게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별 걱정이 없는 눈치다. 현실은 박사학위를 받고도 100만원도 못 받는 강사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열심히 학교 일에 봉사하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대기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재단은 이런 이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박봉의 계약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말이 계약직이지 완전히 노예직에 가깝다. 노동자의 임금보다 못한 경우도 있으니 어찌 그 생활이 비참하지 않으랴.

최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한국과학기술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간강사의 평균 연봉이 999만원이라고 한다. 한 달에 백만 원도 안 되는 셈이다.


예전에는 재단에 어느 정도 돈을 기부하고 들어갈 수도 있었으나 요즘은 문제가 많다보니 재단에서 정교수 채용자체를 더 꺼리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도 일부 재단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그 많은 돈을 일시에 내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학 시간강사의 처지다.


여하튼 그런 장벽을 뚫고 잘 나가는 교수들이야 연봉 1억을 훌쩍 넘어간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연봉외적인 부수 수익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웬만한 기업 사장이 부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소외받고 있는 시간강사들은 시간당 강사료만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경우가 많다. 대학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시간당 3,4만 원대가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한 달에 30시간 강의해봤자 월급 1백만 원도 안 되는 셈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기도 하고, 개인교습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대학 시간강사들이 많다.


그런데 정작 대학에 자리 잡은 정교수들, 특히 그들을 가르쳤던 지도교수들은 '돈 너무 밝히지 말고, 연구나 열심히 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작 자기들은 박사학위 수료를 위해 공부하는 제자들에게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기백만 원의 수강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웃기는 일이다. 자기들은 밝히면서, 제자들은 돈 밝히지 말라니...기가 찰 노릇이다.


문제는 갈수록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더 늘어나고 있는데 대학에 들어갈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느라고 30대 후반이 되어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며, 결혼을 하더라도 벌어들이는 경제력에 실망해서 이혼하는 커플도 주변에서 만만찮게 볼 수 있다.ㅣ

사실 꼭 대학에만 목매달고 구애를 할 필요 없다. 능력만 갖춘다면 대학 외에도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키울 대안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문적 책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생존기술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 제한된 진로의 사고 폭을 조금 더 넓혀 나가야 하지 않을까.


국가적으로도 고학력 소지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국력의 낭비가 없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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