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읽고, 진작 서평을 남겨둔 책이다.
그런데도 여차여차 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에 서평 올리는 작업이 너무 늦었다.
이 책은 블로거 아그리파님이 보내오신 책이다.
사실 솔직히 말해 책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냥 그저 책 읽기 좋아하고, 책 쓰기 좋아하는 사람의 책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간혹 출판사나 저자로부터 나에게 갑작스럽게 보내오는 책들도 종종 있기 때문에 오는 족족 모든 책을 읽어낼 수가 없다. 통상 내가 주문한 책을 중심으로 먼저 읽는데 선물 온 책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 경우가 많다.
이 책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역시 그렇게 가볍게 집어든 책이었다. 큰 기대감 없이 읽어 내려갔으나 큰 감동을 받았다.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저자 최준영은 거리의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를 수년째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만 받으며 강의를 해온 세속적인 나와 달리 어려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려는 최준영 교수에게 존경스러운 마음마저 느껴졌다.
돈도 돈이겠지만 노숙인이라면 교육적 자질이나 자세, 환경이 전혀 안 된 사람이라 강의를 포기할 강사가 많지 않았을까.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교육과정에서 벌어졌던 에피소드를 진솔하게 잘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통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노숙인 교육에 대한 우려를 뛰어넘어 그들에게 삶의 진정한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최교수의 따뜻한 손길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무엇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노숙인들의 지식과 사고였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려는 그들 삶의 순수한 태도 뿐 아니라 책을 읽고 남긴 그들의 독서 감상평 탓이다. 보통 사람들 수준을 훨씬 더 상회한다. 그런 그들의 독서감상평을 보니 심히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서평 쓴답시고 잘난 척하며 볼품도 없는 서평을 써댄 내가 너무 주제넘게 느껴졌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의 심정이었다.
문학이나 예술보다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인 지식과 실용적인 측면에서의 학습을 강조해온 나로서는 또 한 번 부끄러운 마음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 깨달았다. 먹고 사는 것보다도 때로 더 강한 것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실제로 인문학 강좌로 힘을 얻어 노숙인의 삶을 접고 새 삶을 살아가게 된 한 교육생의 이야기였다. 그가 TV 책이 자신을 살렸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니 거짓이 아니라 살아있는 고백인 셈이다.
책을 다 읽고 뒷 표지를 보았는데 낯익은 블로거 이름들이 보여서 반가웠다. 굄돌님과 아르테미스님^^ 그런데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내 블로그 닉네임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프로이트는 춥고 배고프면 누구나 개, 돼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춥고 배고파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인문학의 힘이다.
-블로거, 따뜻한 카리스마
그런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인문학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번에 출간되는 신간 <청춘이 심리학에게 묻다>도 원래 인문학서로 포지셔닝할까 하다가 판매부수가 적을 것 같다는 이유로 실용서인 자기계발서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극빈자나 노숙인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인문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인문학 그 자체가 필요한 것도 황폐해진 현대인들의 마음 탓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준영 교수와 같은 분들이 사회를 변화시켜보고자 노력하고 있기에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로부터도 듣기 어려운 밑바닥 사람들의 체험을 적나라하게 들려준 최준영 교수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최교수와 같으신 분들이 더 많이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인상 깊은 문구:
노숙인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삶의 동기를 회복하는 것이며, 이는 빵과 잠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 실존적 가치를 인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인문학적 성찰의 필요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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